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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내의 가짜 딸이 나타났다제2화

이 화는 약 322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응.” 나는 다가가 그녀의 뺨에 가볍게 키스하고 내 자리에 앉았다.

맞은편에는 우리 아들들, 도윤이와 시우가 앉아 있었다.

내가 앉자마자 첫째 도윤이가 미리 손질해 둔 과일 접시를 내 앞으로 밀어주었다.

샌드위치를 먹던 막내 시우는 나를 보며 생긋 웃었다. “아빠, 오늘따라 안색이 진짜 좋네요.”

“당연하지. 아빠가 매일 관리하는 게 다 이유가 있다니까.”

“어제 산 그 수분 크림 좋아요? 나도 써볼까 싶은데.”

“응, 괜찮더라. 나중에 네 것도 하나 주문해줄게.”

“고마워요, 아빠!”

수현이 우리 셋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부자가 아주 매일같이 쇼핑 얘기뿐이네.”

“왜? 당신 돈 쓰는 게 아까워?” 내가 장난스레 눈을 흘겼다.

“아니, 마음껏 쓰라고. 내가 돈 버는 이유가 당신들 호강시켜주려는 건데.”

도윤이가 무심하게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엄마, 방금 멘트는 좀 너무 팔불출 같았어요.”

“너도 나중에 결혼해봐. 남편 사랑하는 게 제일 남는 장사다.”

“예, 예. 엄마가 이겼네요.”

나는 기분 좋게 딤섬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

“오늘 일정은 어떻게 돼?” 수현이 다정하게 물었다.

“오전엔 스파 예약해뒀고, 오후엔 지인들이랑 티타임 있어. 당신은?”

“오전엔 이사회 있고, 오후엔 일찍 들어올 수 있을 것 같아.”

“그럼 저녁 같이 먹을까?”

“좋아. 뭐 먹고 싶어?”

“당신 올 때까지 고민 좀 해볼게.”

“그래.”

바로 그때였다. 박 실장님이 밖에서 들어온 건.

박 실장님은 차성가에서 30년 넘게 일하신 분이다. 장모님 대부터 모셔온 베테랑 중의 베테랑.

늘 바위처럼 묵직하던 그가 오늘따라 묘하게 복잡한 표정이었다.

“회장님, 그리고 사장님.”

“무슨 일이에요?” 수현이 물었다.

박 실장님이 잠시 머뭇거리더니 입을 뗐다. “밖에 웬 소녀가 찾아왔습니다. 열여섯, 일곱쯤 되어 보이는데 회장님을 뵙겠다고 고집을 피우고 있습니다.”

“누구라고 하던가요?”

“그게…….” 박 실장님이 말을 골랐다. “회장님의 친딸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식당에 2초간 정적이 흘렀다.

수현의 미간이 좁아지며 나를 쳐다봤다.

나는 태연하게 딤섬을 씹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설마 나도 그 흔한 ‘진짜 딸, 가짜 딸’ 서사의 주인공이 되는 건가. 하지만 딸이 하나 더 생긴다고 해서 문제 될 건 없었다. 차성가에 돈이 없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요?” 내가 먹으면서 물었다.

“교문 앞에서 두 시간째 버티고 있습니다. 보안 요원들이 가라고 해도 요지부동입니다.” 박 실장님이 덧붙였다. “오늘 회장님을 뵙지 못하면 절대 안 가겠답니다.”

“안으로 들이세요.” 내가 말했다. “일단 밥부터 먹고, 그다음에 얘기하죠.”

수현이 내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박 실장님은 알겠노라 답하며 밖으로 나갔다.

시우가 걱정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빠, 걱정 안 돼요?”

“걱정은 무슨.” 나는 시우의 접시에 갈비찜을 얹어주었다.

“만약 진짜면 어떡하려고요…….”

“진짜든 아니든, 만나보고 판단하면 돼.” 내가 담담하게 말했다. “얼른 먹어. 음식 식는다.”

그 아이가 친딸인지 아닌지는 의학의 영역이다. 유전자 검사 한 번이면 끝날 일이다. 굳이 내가 미리 머리 싸매고 고민할 필요는 없었다.

지우가 들어온 첫날부터 그녀의 연극은 시작되었다.

그녀는 도우미들에게 자신은 어릴 적부터 고생하며 자랐고, 나는 남의 가정을 약탈한 불륜남일 뿐이라며 동정표를 샀다.

하지만 이건 예고편에 불과했다.

진짜 본론은 그녀의 아빠, 한기태가 등판하면서부터였다.

유전자 검사 결과가 나오기 전날, 지우는 예고도 없이 아빠를 집안으로 끌어들였다.

그 누구의 허락도 받지 않은 채, 마치 제집인 양 당당하게 말이다.

한기태는 마흔 중반쯤 되어 보였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사방을 둘러보며 입을 쩍 벌렸다.

“이야, 집 진짜 넓네! 기가 막히는구먼!”

그는 거실로 들어와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다리를 꼬았다. 그러고는 도우미에게 거만하게 명령했다.

“차 한 잔 내와봐. 이왕이면 비싼 거로. 난 싸구려 차는 입에도 안 대거든.”

도우미가 난처한 듯 나를 쳐다봤고, 나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한기태는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식당으로 가서 의자를 빼고 앉았다. 손가락으로 테이블을 슥 문질러보며 중얼거렸다.

“음, 이 테이블 괜찮네. 나중에 관리 잘해야겠어. 흠집 나면 안 되니까.”

정원으로 나가더니 장미밭을 가리키며 혀를 찼다.

“이 장미들은 너무 천박하게 붉네. 내 스타일 아냐. 나중에 다 밀어버리고 백합으로 심으라고 해. 난 백합이 좋거든.”

정원사 아저씨의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점심시간이 되자, 한기태는 주인이 오기도 전에 식탁 상석 근처에 앉아 젓가락을 휘둘렀다.

“음, 이 생선 괜찮네. 새우도 맛있고. 근데 이 국은 너무 짜다. 다음엔 소금 좀 덜 넣어.”

그는 밥을 먹으면서 사사건건 품평을 늘어놓았다.

시우의 젓가락이 허공에서 멈췄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표정이었다.

도윤이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앉아 서늘한 눈빛으로 그를 응시했다.

수현이는 아직 회사에서 돌아오기 전이었다.

“한 선생님,” 내가 입을 열었다. “몸은 좀 어떠신가요? 지우 말로는 많이 편찮으시다고 들었는데.”

한기태는 입안 가득 음식을 넣은 채 손을 휘저었다. “아이고, 심 서방. 친자 확인 나오면 어디로 이사 갈지나 미리 생각해두쇼.”

“그건 제가 알아서 할 테니 신경 끄셔도 됩니다. 정 몸이 안 좋으시면 주치의를 불러드릴까요?”

한기태의 얼굴이 순간 굳었다. “아니, 아니. 내 몸은 내가 제일 잘 알아. 됐어.”

당장이라도 숨이 넘어갈 것 같다던 환자치고는 식욕도 왕성하고 목소리도 쩌렁쩌렁했다.

뻔히 보이는 수작이었지만, 나는 굳이 더 캐묻지 않았다.

오후가 되자 한기태는 본격적으로 집안 구조를 바꾸려 들었다.

거실 화병을 이리저리 옮기며 “이 자리는 풍수지리상 안 좋다”느니, 식탁보 색깔을 보며 “너무 어둡다, 재수 없다”느니 참견을 해댔다.

복도에 걸린 명화들을 보며 “정신 사납게 걸어놨다”며 투덜거리더니, 차고로 가서 빨간 페라리를 가리키며 선언했다.

“이 차 예쁘네. 나중에 내가 몰아야겠어.”

수행 기사가 당황하며 말했다. “저, 한 선생님. 이 차는 심 사장님 차입니다만…….”

한기태는 손을 내저었다. “괜찮아, 저 사람은 다른 거 타면 되지.”

급기야 그는 내 드레스룸까지 밀고 들어왔다. 벽면 가득한 명품 옷들과 시계들을 보며 그의 눈이 번뜩였다.

파텍 필립 시계 하나를 집어 들고는 한참을 만지작거리더니 중얼거렸다.

“이거 예쁘네. 탐나는데.”

내가 문틀에 기대어 서 있는 걸 발견하고는 움찔하더니 씩 웃었다.

“심 사장님, 구경 좀 한다고 기분 나쁜 건 아니죠? 안목 좀 높여보려고 그러는 거니까.”

“마음껏 구경하세요.” 내가 웃으며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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