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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봄을 빼앗은 궁제2화

이 화는 약 148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혼미한 잠에 빠져 있었다. 꿈결에 누군가 쉰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듯했다.

"나원아, 조금만 더 기다려 다오."

눈을 뜨니 조정겸 부자가 침상 앞에 서 있었다.

귀하게 자란 태도부터 냉정함까지, 부자는 꼭 닮았다.

"이번 일은 내가 네게 잘못했다. 원이 동궁에 들어오면 너를 양제(良娣: 태자의 상급 후궁)로 올려 주마. 훗날 내가 즉위하면 단 한 사람 아래에만 있는 귀비가 될 것이다."

양제든 귀비든, 이제는 아무래도 좋았다.

나는 줄에 매인 인형처럼 멍하니 고개만 끄덕였다.

조윤헌은 그 반응이 못마땅한 모양이었다.

"장씨, 그게 무슨 태도야?"

나는 아무 감정도 없이 조윤헌을 바라보았다.

겨우 옹알이를 하던 아이를 내 손으로 키워, 이제 제법 훤칠한 소년이 되었다.

친자식에게 쏟을 정성보다 더한 마음을 기울였건만.

돌아온 말은 천한 사생아, 남의 자리를 차지한 가짜라는 욕설이었다.

무심한 내 눈빛을 견디기 어려웠는지, 조윤헌은 내 팔을 홱 잡아당겨 사납게 물었다. 살점이라도 뜯어 낼 기세였다.

그래도 나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조윤헌이 멈칫했다.

"어머니, 아프지 않습니까?"

살이 찢기는 아픔이 대수일까. 친자식처럼 여긴 아이에게 받는 모욕이 이토록 아픈데.

조윤헌이 나를 비웃었다.

"하긴, 사생아 주제에 아이 하나로 평생 호강하게 됐는데, 이 정도 아픔이 대수겠어?"

줄곧 말이 없던 조정겸이 호통쳤다.

"그만하거라, 조윤헌!"

조윤헌은 옆으로 물러서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은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조정겸은 궁녀에게 태의를 불러 내 상처를 싸매게 하라고 일렀다.

"윤헌은 아직 어리다. 너까지 아이와 똑같이 굴 필요는 없다."

나는 눈을 내려 깔아 그 안에 어린 조소를 감췄다.

"소첩이 어찌 감히 그러겠습니까."

궁녀가 돌아오자 조윤헌이 다급하게 물었다.

"태의는 어디 있느냐?"

"유... 유정월 아씨께서 연못에 빠지셨습니다. 태의들을 모두 그쪽으로 부르셨습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유정월이 궁녀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왔다.

얼굴을 가리고 가볍게 기침을 하니, 병색마저 아름답고 가련했다.

"내 탓이오. 곧 태의를 불러 봉의를 돌보도록..."

말을 마치기도 전에 유정월이 정신을 잃었다.

"원아!"

"어마마마!"

조정겸이 허리를 굽혀 그녀를 안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조윤헌은 곁을 따라가며 괜찮은지 연신 물었다.

유정월은 조정겸의 어깨에 기대어 나를 향해 의기양양하게 웃었다.

이런 광경에는 진작 익숙해져 있었다.

그때 손목이 타는 듯 아프고 배가 뒤틀렸다. 나는 얼굴이 하얗게 질리도록 기침하며 눈물을 쏟았다.

나를 돌보던 궁녀가 전각 밖으로 달려 나갔다. 나를 위해 태의원 앞에서 이마가 피투성이가 되도록 머리를 조아렸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조정겸의 말뿐이었다.

"의술을 안다 하지 않았느냐? 제 몸은 제가 고치면 될 일이다."

"원은 몸이 약하니 태의들이 곁을 지켜야 한다."

궁녀는 울면서 내 상처를 싸맸다.

나는 웃으며 달랬다.

"괜찮아. 난 곧 떠날 거니까."

정월 보름까지는 엿새가 남았다.

조정겸 부자의 냉정함은 이미 알고 있었다.

오늘 일로 마지막 미련마저 사라졌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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