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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봄을 빼앗은 궁제3화

이 화는 약 2409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 뒤 사흘 동안 조정겸 부자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청소하던 궁녀들이 수군거리는 말을 들었을 뿐이었다. 유정월이 감기에 걸려 태자와 황손이 밤낮으로 곁을 지킨다고.

떠나기 이틀 전, 아버지가 어머니를 데리고 입궁했다.

동궁에 들어와 육 년 동안 단 하루도 뵙지 못한 어머니였다. 뜻밖에 다시 만난 어머니는 내 창백한 얼굴을 보자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아란아, 고생이 많았구나."

나는 어머니의 눈물을 닦으며 웃어 보였다.

"이제 고생은 끝났습니다. 어머니, 울지 마십시오."

아버지는 첩을 내보내는 문서를 마련하려면 아직 밟아야 할 절차가 있다며, 서둘러 어머니를 데리고 나갔다.

헤어지기 아쉬웠지만 이틀 뒤면 떠날 터였다. 황후 마마께서 친히 약조하셨으니, 더 깊이 생각하지 않았다.

유산 뒤로는 피 섞인 분비물이 멎지 않아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

조정겸이 태의들의 진료마저 막아 두어, 나는 직접 처방을 썼다. 궁녀에게 몰래 궁 밖에서 약재를 구해 달여 오게 했다.

그날 저녁, 막 약을 먹으려는데 조정겸이 성난 얼굴로 들어왔다. 소매를 휘두르자 약그릇이 엎어졌다.

뜨거운 약이 닿은 흰 손목이 순식간에 붉어졌다.

조정겸의 눈에 아픔이 스쳤다가 이내 분노에 가려졌다.

"장나원, 어찌 저주로 윤헌을 해치려 했느냐?"

"네 손으로 키운 아이가 아니더냐?"

나는 미간을 찌푸리며 부인했다.

"소첩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뒤따라온 유정월이 금침을 빼곡히 꽂은 저주 인형을 내 이마에 던졌다. 맞은 자리가 곧장 화끈거렸다.

"봉의, 내가 밉거든 나를 해치면 될 것을. 어찌 윤헌에게 이러는 것이오?"

"저는 그러지 않았습니다..."

유정월이 울부짖었다.

"제 자식의 유해까지 써 가면서! 어찌 그리 모질 수 있소?"

끝내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듯, 힘없이 조정겸의 품에 기대었다.

나긋한 목소리와 달리 말에는 독이 서렸다.

"전하, 고승께서 봉의의 딸이 윤헌에게 화를 부를 팔자라 하셨습니다. 저 인형과 함께 불태워야 우리 윤헌이 무사할 수 있답니다."

"안 됩니다!"

온몸을 갉아먹는 통증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침상에서 비틀거리며 떨어진 나는 조정겸의 발치에 무릎을 꿇고 옷자락을 붙들었다.

"전하, 그러지 마십시오. 이렇게 빕니다."

조정겸의 얼굴에 망설임이 어렸다.

그때 조윤헌을 돌보는 상궁이 넘어질 듯 달려 들어왔다.

"전하... 태자 전하! 황손께서 피를 토하십니다!"

조정겸은 낯빛이 변하더니 유정월을 데리고 급히 조윤헌의 침전으로 향했다.

맨발로 뒤쫓는 사이 날카로운 돌에 발바닥이 찢겨 피투성이가 되었다. 그래도 아픈 줄 몰랐다.

전각에 들어서자 궁녀와 환관들이 바닥 가득 무릎을 꿇고 있었다. 조윤헌은 조정겸에게 안겨 연거푸 피를 토했다.

그럴듯해 보였지만 나는 단번에 거짓임을 알아챘다.

내가 조윤헌에게 사람을 놀리라며 가르쳐 준 속임수였으니까.

나는 문짝에 기대어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윤헌아, 정말 네 누이 때문에 아픈 거니?"

조윤헌은 찔리는지 내 눈을 피했다. 그러더니 피를 한 모금 뿜고 조정겸의 품에서 기절했다.

유정월이 달려들어 목이 찢어질 듯 울었다.

"가여운 윤헌아! 길러 준 어미는 역시 낳아 준 어미만큼 아이를 아끼지 않는구나. 이 어미가 너무 늦게 돌아왔어. 내가 네게 못 할 짓을 했구나!"

조정겸은 더 망설이지 않았다.

"죽은 아기는 불길하다. 그대로 두면 황손의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보명전의 승려들은 시신을 불태워 천도하라."

나는 그 말을 듣자마자 죽을힘을 다해 보명전으로 달렸다.

도착했을 때, 마침 내 아기가 거센 불길 속으로 던져지고 있었다.

"아가!"

나는 눈을 부릅뜨고 비명을 지르며 불길을 향해 몸을 던졌다.

그러나 뒤따라온 조정겸에게 가로막혔다.

"나원아, 그만 떼쓰고 나와 돌아가자."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몰랐다. 나는 조정겸에게서 벗어나 필사적으로 앞으로 기었다.

조정겸이 나를 일으켜 세우려 잡아당기자, 나는 있는 힘껏 그를 물었다. 피와 눈물이 뒤섞여 떨어지고, 바닥을 긁는 열 손가락이 줄줄이 핏자국을 남겼다.

조금도 아프지 않았다.

내 아기를 구하고 싶었다. 그 생각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기를 감싼 포대기 하나 남기지 못했다. 바람에 흩날리는 재를 조금 움켜쥐었을 뿐.

바람에 휘말린 불길이 팔을 덮쳤다. 살갗 타는 냄새가 멀리 퍼졌다.

"아가, 내 아가..."

조정겸이 나를 끌어 일으켰다. 불에 덴 팔을 본 그의 눈가가 붉어졌다.

"장나원, 미친 것이냐?"

나는 아기의 유골을 두 손에 받쳐 들었다.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쏟아졌다.

"그렇습니다. 미쳤습니다."

"제 딸을 잃은 날부터 그랬습니다. 아니, 그보다 더 전일지도 모릅니다. 억지로 장나원이 되어 동궁에 들어온 그날부터..."

나는 이미 제정신이 아니었다.

격해진 마음에 묵은 병들이 한꺼번에 도진 듯했다. 눈앞이 캄캄해지며 피가 울컥 쏟아졌다.

흐릿해지는 의식 속에서, 작고 보드라운 여자아이가 어머니라 부르며 내게 달려오는 것이 보였다.

내 아기였다.

'가여운 내 아가. 다음 생에는 좋은 집안에서 태어나렴. 나처럼 무능한 어미는 다시 만나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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