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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려놓은 황후 자리, 뒤늦게 미쳐버린 황제제2화

이 화는 약 161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인적이 드물고 음침한 청우헌(聽雨軒)으로 처소를 옮겼다.

이곳은 냉궁 바로 옆이라 오랫동안 관리하지 않아 낡을 대로 낡았고, 창호지는 절반이나 찢어져 매서운 바람이 쌩쌩 불어 들어왔다.

측근 시녀 설아가 눈물을 훔치며 짐을 정리했다.

“마마, 폐하께서 어찌 마마께 이러실 수 있습니까?”

“마마께서는 심 대장군님의 따님이시자, 폐하와 함께 나라를 세운 조강지처이시잖습니까!”

나는 딱딱한 나무 침상에 앉아 창밖의 잿빛 하늘을 바라보았고, 마음은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설아야, 그만하거라.”

그날 밤, 소인혁은 나를 달래러 오지 않았고, 심지어 전갈 한마디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는 봉란궁에 머물렀다.

듣자 하니 류여진이 봉란궁에서 쓰던 배나무 향이 너무 진하다며, 냄새를 맡으니 어지럽다고 했다고 한다.

그것은 내가 가장 좋아하던 향이자, 소인혁이 직접 나를 위해 조합해 준 향이기도 했다. 그는 이 향이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어 내가 옛 상처의 고통에 시달리지 않게 해 줄 거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제 소인혁은 사람을 시켜 그날 밤 내내 내무부 창고에 있던 귀한 향료를 모조리 내다 버리고, 오직 류여진이 좋아하는 꽃 향만 피우게 했다.

더욱 황당한 것은 류여진이 한밤중에 별을 보고 싶다며 어리광을 부리면서 지붕에 가려져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소인혁은 정말로 사람을 시켜 봉란궁 지붕 한쪽을 뜯어내 버렸다.

그곳은 대대로 황후가 머물던 곳으로, 벽돌 하나, 기와 한 장에도 대주(大周)의 문양이 새겨져 있었다.

그는 그런 것에는 전혀 개의치 않고, 오직 류여진의 웃음 한 번을 얻기 위해서였다.

다음 날 아침, 후궁들이 내게 문안을 올리러 청우헌으로 찾아왔다.

봉란궁에서 쫓겨났다 한들 나는 여전히 황후였고, 이는 대대로 내려온 법도였다.

그러나 류여진은 해가 중천에 뜰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나타났다.

그녀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군거리던 후궁들이 순식간에 입을 다물었다.

류여진은 붉은색 궁중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그 옷감은 오직 황후만이 사용할 수 있는 최고급 비단으로, 아홉 꼬리 봉황이 수놓아져 있었고 높이 올린 머리에는 금박으로 장식된 옥비녀가 꽂혀 있었다.

나는 순간 흠칫했다.

그것은 지난달 서역에서 막 바친 세상에 하나뿐인 물건이었다. 나도 한 번 더 바라볼 만큼 정교하고 아름답다고 생각했는데, 당시 소인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이렇게 말했었다.

“이것은 지나치게 화려하여 황후의 단아한 기품에 어울리지 않는다. 짐이 이미 사람을 시켜 창고에 넣어두었다.”

알고 보니 나에게 어울리지 않았던 게 아니라, 진작부터 류여진에게 주려고 했던 것이었다.

“언니, 어젯밤 폐하께서 이야기를 나누시자며 늦게까지 붙잡아 두셔서, 아침에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습니다. 언니, 설마 저를 탓하시는 건 아니시지요?”

류여진은 간드러지게 웃으며 일부러 옷깃을 젖혀 목덜미의 붉은 흔적을 드러냈다.

그녀는 절도 올리지 않은 채 대전 한가운데에 버젓이 서 있었다.

주변의 후궁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어떤 이는 비웃음을 감추려 고개를 숙였고, 어떤 이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라도 생긴 듯한 표정이었다.

나는 옆에 놓인 찻잔을 들어 가볍게 차 위에 뜬 거품을 걷어냈다.

“류 낭자.”

내가 차가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는 아직 지위도 없고 황실에서 내린 작위도 없는데, 본궁을 보고 어찌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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