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라진 뒤에야 찾아온 후회제2화
이 화는 약 2201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이튿날, 추모공원에서 보내 온 생체 신호 모니터링 밴드를 받았다.
이 밴드는 내가 죽은 뒤 두 시간 안에 자동으로 위치를 확인하고, 사람이 와서 사후 수습을 해 준다고 했다.
잘됐네.
문득 6년 전 그날이 떠올랐다.
윤지아와 내 약혼식 날이었다.
윤지아는 나를 위해 깜짝 선물을 준비했다고 했다.
나는 긴장과 기대를 안고 식장에서 기다렸다.
해가 지도록 기다린 끝에, 낯선 번호로 전화 한 통이 걸려 왔다.
두 사람이 탄 차가 산 아래로 추락해 완전히 부서졌고 두 사람도 숨졌다고 했다. 수색 끝에 발견된 건 SMJ가 새겨진 반지 하나뿐이었다.
나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았다. 세상이 무너져 내렸다.
엄마는 하늘이 무너진 듯 통곡하다 날카롭게 나를 몰아세웠다.
"다 너 때문이야. 너한테 깜짝 선물을 해 주려다 두 사람이 죽은 거잖아."
하객들까지 나를 손가락질했다.
그날 비는 정말 거셌다. 그 비에 내 평생이 흠뻑 젖어 버렸다.
그런데 이제 와 그 모든 통곡이 나 하나를 속이기 위한 연극이었다고 했다.
그래서였구나. 지훈이가 죽었는데도 집에서는 늘 그가 좋아하던 매운 반찬이 올라왔던 게.
그래서 엄마는 지난 6년 동안 한 번도 묘를 찾지 않았던 거구나.
...
됐어.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내게 남은 돈은 전부 추모공원에 지불했다.
이제 나는 여기 머물며 마지막 그림을 마친 뒤 떠나는 수밖에 없었다.
죽음이 다가오는 건 조금도 두렵지 않았다. 오히려 안도감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밖으로 나가려는데
지훈이 입을 열어 나를 막아섰다.
"형, 나랑 지아가 형이 끓여 준 죽을 먹고 싶어. 어릴 때부터 형이 남 챙기는 건 제일 잘했잖아."
그는 윤지아를 끌어안은 채 도발적인 눈빛으로 나를 바라봤다.
어제와는 딴판이었다.
윤지아는 지훈의 품에 기대며 자연스럽게 나를 바라봤다.
"지훈이가 먹고 싶다잖아. 네가 가서 좀 끓여 줘. 난 임신 중이라 불편해."
엄마도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가서 푹 퍼지게 끓여. 설탕은 넣지 말고. 지훈이는 단 걸 싫어하잖아. 어릴 때부터 사람 챙기는 건 네가 제일 잘했으니 이 정도야 어렵지 않겠지."
나는 그 자리에 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지훈은 조금 난처한 척 어쩔 줄 몰라 하며 말했다.
"형, 아직도 나한테 화났어? 내가 잘못했어. 지아랑 만나지 말았어야 했는데, 난 정말 지아를 사랑해... 하기 싫으면 안 끓여도 돼. 내가 안 먹을게. 억지로 하지 마."
그는 가볍게 한숨까지 내쉬며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사람처럼 굴었다.
윤지아의 얼굴이 곧장 굳었다. 나를 보는 눈에도 불쾌한 기색이 어렸다.
"민재야, 죽 한 그릇 끓이는 게 그렇게 기분 나쁠 일이야? 지훈이는 너보다 어려. 조금 양보하면 안 돼?"
아빠도 신문을 내려놓고 미간을 찌푸린 채 호통쳤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 뭘 그렇게 꾸물거려? 가족끼리 뭘 그리 따져?"
가족. 그 말이 유난히 귀를 찔렀다.
천천히 눈을 들어 눈앞의 익숙하면서도 낯선 네 얼굴을 훑어봤다.
나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그 속에서 나만 철저한 이방인이었다.
"알겠어요. 제가 끓일게요."
몸을 돌려 부엌으로 들어갔다.
이 죽 한 그릇으로 부모님이 길러 준 은혜를 모두 갚는 셈 치기로 했다.
지훈은 죽을 먹다 말고 갑자기 화장실로 뛰어가 모조리 토해 냈다.
나는 멍하니 굳었다.
모두가 지훈에게 몰려가자, 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괜찮아. 형 탓이 아니야. 내가 몸이 약해서 그런가 봐."
그렇게 말할수록 모두는 내 탓이라 여겼다.
윤지아는 미간을 찌푸린 채 나를 바라봤다. 목소리에는 실망이 가득했다.
"민재야, 예전엔 이러지 않았잖아."
"어쩌다 이렇게 독해졌어? 친동생한테까지 이럴 수 있어?"
손등에 잡힌 물집을 보니 손보다 가슴이 더 아팠다.
아빠는 화가 나 온몸을 떨며 소리쳤다.
"저놈을 가둬! 잡동사니 방에 처넣고 반성하게 해. 우리 집에서 어떻게 저런 인간이 나왔어?"
엄마는 막지 않았다. 고개를 돌린 채 한숨만 내쉬었다.
"가만히 생각 좀 해 봐. 이제 그만 고집부리고."
윤지아는 잠시 망설였지만, 결국 아빠를 도와 나를 잡동사니 방으로 밀어 넣었다.
쾅. 문이 닫히더니 곧 잠겼다.
아무도 내 설명을 들으려 하지 않았다.
비좁고 어두운 공간은 공기가 탁하고 후텁지근했다.
하루 밤낮 동안 물도, 밥도 없었다.
고질병이 완전히 도졌다. 가슴이 비틀리듯 아파 바닥을 뒹굴었다.
바닥에 웅크린 채 식은땀으로 옷을 흠뻑 적셨고, 의식은 점점 흐려졌다.
마지막 힘을 짜내 손을 들어 문을 두드렸다. 한 번, 또 한 번.
"문 열어 줘... 너무 아파..."
"누나... 엄마... 약 먹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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