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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라진 뒤에야 찾아온 후회제1화

이 화는 약 247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동생과 약혼녀가 죽은 지 6년째 되던 해, 나도 내 무덤을 골랐다.

마지막으로 두 사람의 묘를 찾으러 가기 전, 엄마가 불쑥 입을 열었다.

"민재야, 올해는 가지 않아도 돼. 사실 두 사람은 죽지 않았어."

나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그러자 두 사람이 동생 방에서 걸어 나왔다.

송지훈은 입꼬리를 올리며 옆에 선 윤지아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내가 내기에서 이겼지? 형은 영원히 눈치채지 못할 거라고 했잖아."

"이제 누가 위야? 응? 지아야?"

말이 끝나자, 내가 조금만 억울한 일을 당해도 울던 여자가 이제는 못마땅한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휴, 그냥 민재가 너무 멍청했던 거야. 우리가 바로 옆집에 살았는데도 몰랐잖아."

엄마가 동생 방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 건 두 사람을 떠올리면 슬플까 봐서가 아니었다. 그 방이 옆집과 이어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정말 어리석었다. 죽기 한 달 전까지도 두 사람의 묘를 찾아갈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 * *

"왜 이런 짓을 한 거야?"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억누르며 붉어진 눈으로 물었다.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윤지아의 눈에는 더 이상 다정함이라곤 없었다. 차가운 눈빛뿐이었다.

"민재야, 네가 너무 철이 없어서 그래."

대체 어떻게 해야 철이 든 것일까.

엄마도 미간을 찌푸리고 나를 바라봤다.

"지난 몇 년은 네 버릇 좀 고치려고 그런 거야. 자꾸 지훈이 걸 빼앗으려 하지 마."

"민재야, 두 사람은 이미 아이까지 생겼어. 이제 그만 놓아 줘. 너도 더 좋은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이제 그럴 일은 없었다.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가슴 깊은 곳까지 저려 왔다.

"저는 지훈이 걸 빼앗은 적 없어요."

목이 메었지만 끝까지 말했다.

어릴 때부터 부모님은 늘 지훈이가 좋아하는 것만 기억했다. 나는 억지로 지훈이와 같은 걸 좋아해야 했다.

그래야 그들의 관심을 조금이라도 나눠 받을 수 있었으니까.

그런데 그들 눈에는 '나도 갖고 싶다'는 말조차 동생의 것을 빼앗는 일이었다.

사춘기 때 나는 지훈이보다 10센티미터나 컸다.

하지만 엄마는 늘 지훈이 치수에 맞춰 옷을 샀다. 몇 번을 말해도 내 치수는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내 옷과 바지는 늘 어중간하게 짧았다.

그 탓에 몇 년이나 놀림을 받았다.

'진작 알아챘어야지, 송민재. 저 사람들은 널 사랑하지 않아.'

내 표정이 너무 처연해 보였던 걸까.

윤지아의 차가운 얼굴이 잠시 누그러졌다. 그녀는 내게 휴지를 건넸다.

"민재야, 이제 앞만 보고 살아."

나는 답하지 않았다. 지훈이 가식적인 죄책감을 내비치며 말했다.

"형, 내가 미안해. 아직 지아랑 혼인신고도 안 했으니까 형한테 돌려줄게."

그 순간 엄마가 손을 들어 내 뺨을 때렸다.

뺨이 화끈거리고 아팠다.

믿을 수 없어 엄마를 바라봤다. 손은 가늘게 떨렸지만 목소리는 차가웠다.

"송민재, 대체 무슨 행패야? 지아 임신했는데, 아이까지 너처럼 수치스러운 존재로 만들 셈이니?"

나는 얼어붙었다. 가슴이 조여 와 숨조차 쉴 수 없었다.

엄마는 나를 결혼 전에 가졌다.

엄마 눈에 나는 혼전 임신으로 생긴 수치였다.

아빠에게 나는 엄마와 결혼하도록 몰아붙이는 수단이었다.

나도 다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성적도 늘 좋았고, 말썽 한 번 부리지 않았다.

조금만 더 잘하면 부모님도 날 좋아해 줄 거라 믿었다.

하지만 이제야 알았다. 내가 뭘 해도 소용없다는 걸.

그들이 바란 건 내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었으니까.

그 바람은 곧 이루어질 터였다.

윤지아가 내 곁으로 다가왔다. 눈에는 안타까움이 어렸다. 그녀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민재야, 우리 친구로는 지낼 수 있잖아. 나랑 지훈이가 잘 챙겨 줄게."

나는 손길을 피해 홱 뒤로 물러났다.

"건드리지 마."

목소리는 메마르고 쉬어 있었다.

6년.

무려 6년이었다.

한순간도 죄책감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해마다 명절이나 기일이 되면, 묘비 앞에서 몇 번이고 용서를 빌며 후회했다.

두 사람이 나를 놀라게 해 주려고 하다가 죽었다고 믿었으니까.

그 모든 게 거짓이었다니.

심지어 부모님마저 지훈이의 행복을 위해 나를 속였다.

엄마를 바라보며 이미 답을 아는 질문을 꺼냈다.

"지훈이 방에 못 들어가게 한 게 슬퍼질까 봐서가 아니라, 옆집으로 통하는 문이 있어서였죠?"

엄마의 낯빛이 살짝 변했다. 시선을 피하면서도 억지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뭐? 다 널 위해서였어. 미련을 완전히 끊고 제대로 살라고."

"제대로 살라고요?"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목소리는 한없이 서글펐다.

"해마다 바보처럼 묘를 찾고 죄책감과 그리움 속에서 사는 날 보면서, 두 사람은 옆집에서 행복하게 사랑하고 있었잖아요. 그게 절 위한 거였어요?"

"송민재,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마침내 아빠가 서재에서 나왔다. 미간을 잔뜩 찌푸린 얼굴에는 짜증이 가득했다.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면서도 네가 상처받을까 봐 죽은 척까지 한 거야. 몇 년을 숨어 지내며 고생했는데, 대체 뭘 더 바라는 거냐?"

서로 사랑해서.

그들이 고생했다니.

그 두 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박혔다.

마침 휴대전화에 추모공원 예약이 완료됐다는 알림이 떴다.

몇 년 전 수색 현장에서 발견된 반지를 빼 책상 위에 올려놓고 차분히 말했다.

"다시는 말썽 부리지 않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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