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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 없는 결혼은 한 번이면 충분했다제2화

이 화는 약 197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민윤희는 무려 보름 만에 보는 남자를 힐끗 올려다보고 무심히 답했다.

“집이 너무 어수선해서 정리 중이야.”

이정호는 달라진 기색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휑해진 거실을 한 차례 둘러본 뒤 대수롭지 않게 물었다.

“재준이랑 우희는?”

말이 끝나기 전에, 현관문이 쾅 열리며 주먹을 꼭 쥔 작은 아이 둘이 뛰어 들어왔다.

임아진도 아이들의 뒤를 따라 들어왔다.

우희는 눈가가 벌게진 채 울먹였다.

“나쁜 엄마! 우리가 죽든 말든 내버려뒀어!”

재준도 미간을 잔뜩 찌푸리고 악을 썼다.

“아진 이모가 제때 돈을 들고 와 주지 않았으면 나쁜 사람들이 우리를 죽였을 거야! 엄마는 우리가 죽어도 상관없잖아! 엄마 자격도 없어!”

이정호의 표정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집 안 공기까지 무겁게 내려앉는 듯했다.

이정호는 민윤희를 향해 날 선 목소리로 따져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정호야, 윤희 씨 탓하지 마.”

임아진은 걱정스러운 표정을 알맞게 꾸며 냈다.

“아까 카페에서 우연히 윤희 씨를 만났어. 전화받는 걸 들었는데 납치라는 말이 나오더라. 윤희 씨는 장난이라고 했으니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나 봐.”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서 아는 사람한테 부탁해 아이들 위치를 알아봤어. 찾아갔더니 재준이랑 우희가 창고 천장에 매달린 채 맞고 있더라. 얼마나 울었는지 목소리도 다 쉬었고...”

임아진은 말끝에 미안한 눈으로 민윤희를 바라봤다. 마치 친엄마가 할 일을 가로챈 사람처럼 굴었다.

이정호의 표정은 한층 더 험악해졌다.

두 아이를 품에 안은 이정호는 얼음장 같은 눈으로 민윤희를 노려봤다.

“내가 아이들을 맡겼더니 이런 식으로 돌본 거야?”

민윤희는 미간을 세게 좁혔다. 눌러 두었던 분노가 목소리에 묻어났다.

“납치는 거짓말이야. 아이들이 직접 꾸민 일이라고...”

“아니야!”

우희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렸다.

“엄마가 구하러 오지 않은 것도 모자라서 우리한테 누명까지 씌워!”

“아빠, 엄마가 거짓말하는 거야. 책임지기 싫어서 저러는 거라고!”

민윤희의 눈매가 날카로워졌다.

“이재준, 이우희! 엄마가 거짓말하면 안 된다고 가르쳤지? 대체 무슨 짓을 한 건지 사실대로 말해!”

아이들이 끝까지 부인하자 민윤희는 핸드폰을 빼앗으려 다가갔다.

임아진의 선물을 사려 했다는 증거를 찾을 생각이었다.

“그만해!”

이정호가 민윤희의 말을 끊었다.

“7살짜리 애들이 납치극을 꾸몄다고? 그런 거짓말을 하면서도 네가 엄마라고 할 수 있어?”

“내가 엄마 자격이 없다고?”

민윤희의 눈가가 붉어지고 목소리가 떨렸다.

“그럼 당신은? 아이들이 일곱 살이 될 때까지 아빠 노릇을 몇 번이나 했는데?”

팽팽한 긴장이 더 거칠어지자 임아진이 급히 끼어들었다.

“그만해, 정호야. 다행히 아이들도 조금 다친 게 전부잖아. 윤희 씨까지 몰아세우지는 마.”

임아진이 달래자 이정호는 겨우 화를 억눌렀다.

민윤희를 차갑게 쏘아본 뒤 두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

임아진은 민윤희 곁으로 다가와 웃음 섞인 눈으로 속삭였다.

“윤희 씨, 원망하지 말아요. 이혼하려고 했잖아요. 정호가 윤희 씨를 싫어할수록 더 빨리 자유로워질 테니까.”

...

저녁이 되자 두 아이는 임아진의 손을 붙잡고 기어이 저녁까지 먹고 가라고 졸랐다.

식탁에는 온갖 해산물 요리가 차려져 있었다.

도미찜과 간장새우, 대게찜까지.

이정호는 비닐장갑을 끼고 대게 한 마리를 집었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껍데기를 벗겨 살을 발라낸 뒤 임아진의 그릇에 놓아주었다.

“대게는 찐 걸 좋아했지? 여기 맛이 어떤지 먹어 봐.”

이재준과 이우희도 대게를 하나씩 집어 들고 정신없이 먹었다.

다정하기만 한 풍경을 바라보며 민윤희는 입가에 희미한 자조를 걸었다.

민윤희가 해산물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했다.

해산물은 입에도 댈 수 없고, 특히 게는 위험하다고 말한 게 이미 한두 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 말들은 바람에 쓸려 간 듯 이정호와 아이들의 마음에 흔적조차 남기지 못했다.

민윤희는 수저를 내려놓았다.

일어나려던 때, 임아진이 이혼 조정 합의서를 꺼내 마지막 서명란을 펼쳤다.

“정호야, 깜빡할 뻔했네.”

“아동용품을 한꺼번에 들여오려는데 관계인 확인 서명이 필요하대. 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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