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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신랑을 바꿨다제2화

이 화는 약 202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영상이 끝났는데도 나는 멍하니 화면만 바라보고 있었다.

정신을 차린 뒤에 마지막 부분을 몇 번이나 다시 돌려 봤고, 강도언이 ‘그래’라고 대답하는 걸 거듭 확인했다.

물에 빠진 사람이 지푸라기라도 붙잡고 살아남으려는 것처럼 나는 자신을 속이고 있었다.

13번째로 그 대답을 들었을 때, 핸드폰 화면 위로 눈물이 툭 하고 떨어졌다.

황급히 얼굴을 훔치고 나서야 어느새 얼굴이 눈물로 흠뻑 젖어 있다는 걸 알았다.

마음이 아픈지 묻는다면 딱히 그렇지는 않았다.

아니면 서럽냐고 묻는다면 그것도 조금뿐이었다.

‘나는 왜 울고 있는 걸까?’

나는 곧 욕실로 가 얼굴을 씻고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거울 속의 내가 낯설게만 느껴졌다.

‘이게 나인가?’

거울 속에는 머리는 헝클어지고 피부는 누렇게 뜬 데다가 두 눈까지 퉁퉁 부은 여자가 서 있었다.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이렇지 않았던 것 같은데...’

사람을 사랑하다가 자신의 모습까지 알아볼 수 없게 되는 일이 정말로 일어날 줄은 꿈에도 몰랐다.

나는 오랫동안 강도언을 깊이 사랑했고, 결혼을 앞둔 우리가 드디어 결실을 맺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결실은 이미 새까맣게 썩은 채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나는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어지러운 생각을 가라앉힌 뒤, 휴대폰을 들어 SNS에 글을 올렸다.

[결혼식에 신랑 자리가 하나 비었는데, 신랑 하실 분?]

글을 올리자 친구들이 줄줄이 농담을 보내왔다.

내가 강도언이라면 죽고 못 산다는 걸 주변 친구들은 다 알고 있었기에, 그 글을 진짜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축하로 가득한 댓글들을 바라보며 나는 자조적으로 웃었다.

그때 전화가 걸려 왔다.

화면에 뜬 이름을 보자 나는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송건우, 어릴 때부터 나와 함께 자란 남들이 말하는 소꿉친구였다.

그렇다고 사이가 특별히 살가웠던 건 아니었고, 우리는 어릴 때부터 만나기만 하면 티격태격했다.

어릴 적 송건우는 늘 내 어깨에 팔을 걸치고는, 내 뒤는 자기가 봐 주겠다며 털털하게 큰소리를 치곤 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송건우는 밖에만 나가면 나를 자기 꼬붕이라고 떠들고 다녔다.

그리고 대학에 진학하게 돼서야 우리는 서로 갈라져서 각자 다른 도시로 갔다.

그 뒤로는 연락도 거의 끊어졌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가 강도언을 쫓아다니느라 어린 시절의 친구 관계를 먼저 밀어냈던 것 같다.

‘그런데 건우가 왜 갑자기 전화를 걸었지?’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통화 버튼을 눌렀다.

[어이, 꼬붕. 대장 전화를 왜 이렇게 늦게 받냐?]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장난기에 마음속 그늘이 조금 걷히는 것 같았다.

“왜? 갑자기 웬 전화야?”

송건우는 드물게 잠시 말이 없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을 때는 목소리가 착 가라앉아 있었다.

[그 SNS에 쓴 말 진심이야?]

나는 달라진 기색을 알아채지 못하고 아무렇지 않게 대답했다.

“왜, 네가 하려고?”

[응. 안 돼?]

이번에는 내가 할 말을 잃었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정말 결혼 상대를 바꿀 거라면 송건우가 가장 잘 맞는 사람이었다.

집안을 봐도 그렇고 서로 쌓아 온 감정을 봐도 그랬다.

이에 나는 잠시 뜸을 들인 뒤 입을 열었다.

“좋아. 그런데 이유는 알고 싶어서 그러지.”

[이유? 당연히 네가 좋아서지.]

송건우의 목소리가 다시 평소의 털털한 결로 돌아왔다.

[내가 너 좋아한 지는 한참 됐어. 꿈에서도 널 데려가고 싶었거든? 근데 네가 먼저 이렇게 문을 활짝 열어 놓고 있잖아. 그러니 이 기회를 내가 채 가야지.]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몰랐다.

“건우야, 이거 결혼이야. 장난이 아니라고.”

[알아.]

송건우가 능글맞게 웃었다.

[그러니까 나한테 오는 것만으로는 안 돼. 강도언보다 나를 더 사랑해야 해.]

‘강도언보다 더 사랑하라니...’

그게 될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래도 상관이 없었다.

“그래.”

나는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 일 정리하고 연락할게.”

송건우는 더 묻지 않았다.

원래 영리한 사람이라, 뭘 물어야 하고 묻지 말아야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나는 전화를 끊고 SNS 글을 지웠다.

그러고는 송건우를 친구 목록 맨 위에 고정하고 이름도 남편으로 저장해놨다.

강도언이 다른 여자와 아이를 갖겠다면, 나도 남편을 다른 남자로 바꾸면 그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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