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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신랑을 바꿨다제1화

이 화는 약 250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남자친구는 자신이 성욕이 없는 편인 데다가 다른 사람과 몸에 닿는 걸 싫어한다고 했다.

5년을 사랑했지만, 우리의 진도는 손을 잡고 포옹하는 게 끝이었다.

같은 침대에 누워 있어도 남자친구는 내 곁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그랬기에 나는 그저 남자친구가 원래 성격이 냉담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야 남차친구가 자기 교수님의 딸과 아이를 갖겠다고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런 충격적인 사실을 전하며 남자친구는 설명 아닌 설명을 덧붙였다.

“정자만 빌려주는 거야. 교수님 유언이라서 내가 거절할 수가 없어.”

“게다가 다혜한테는 친구라고 할만한 사람이 나밖에 없잖아.”

그 말에 나는 그저 살짝 웃었다.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돼. 나는 찬성이야.”

이미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굳이 옳고 그름을 따질 필요는 없었으니까.

* * *

강도언과 나는 5년을 만났다.

사귀기 전, 강도언은 이성과의 신체 접촉을 굉장히 싫어한다고 했다.

“미안해. 받아들이기 힘들면 우리 헤어져도 돼.”

나는 그저 잘난 사람에게는 별난 구석이 하나쯤은 있는 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누군가와 몸이 닿는 걸 꺼리는 강도언의 성향도 이해해 주었다.

우리는 5년 내내 서로 선을 지키며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안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강도언의 은사인 임한수 교수가 위독하다는 소식이었다.

전화를 받은 강도언은 서둘러 병원으로 달려갔다가, 이튿날 아침이 되어서야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중, 강도언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

“다혜랑 아이를 가질 생각이야.”

나는 놀라서 고개를 들었다.

한동안 내가 잘못 들은 건가 싶었다.

“뭐라고?”

강도언의 표정은 담담했다.

“교수님 병은 더는 미룰 수 없을 것 같아. 교수님의 가장 큰 바람은 자신의 딸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이 생기는 거야.”

“그동안 나는 교수님께 많은 도움을 받았어. 그러니 내가 도와드려야 해.”

나는 어쩔 줄 몰라 했다.

“그래도 다른 사람을 찾으면 되잖아. 다혜도 남자친구를 만나거나, 아니면...”

강도언은 미간을 문지르며 내 말을 끊었다.

“감정 문제를 어떻게 그렇게 아무렇게나 정할 수 있어?”

“게다가 그저 아이 하나만 낳는 것뿐이야. 정자만 빌려주는 셈이지. 다혜랑 결혼하겠다는 것도 아니잖아.”

강도언의 말투는 마치 아주 평범한 일을 이야기하는 것 같처럼 지극히 평범했다.

나는 수저를 식탁에 거칠게 내려놓고 강도언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강도언, 너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알아?”

“한 달 뒤면 우리 결혼이야. 그런데 지금 다른 여자와 아이를 낳겠다고?”

강도언의 미간이 살짝 일그러지면서 눈빛에는 짜증이 살짝 스쳤다.

“다혜는 교수님 딸이야. 친동생이나 다름없는 사이인데 어떻게 남이라고 해?”

“자기 오빠한테 임신시켜 달라고 하는 여동생이 어디 있어?”

나는 이해할 수도, 이해할 방법도 없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화를 낼 줄은 몰랐는지 강도언은 잠시 멍하니 굳어 있었다.

하지만 이내 평소처럼 차가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은서야, 괜한 고집 부리지 마. 나는...”

말이 끝나기도 전에 휴대폰이 울리자, 강도언은 휴대폰을 들고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강도언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했다.

“그래. 지금 바로 갈게.”

강도언은 나를 한 번도 돌아보지 않은 채,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빠르게 집을 나섰다.

정성껏 준비한 아침 식사였지만 강도언이 먹은 것이라곤 밥 한 술뿐이었다.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를 들으면서, 나는 온몸에서 힘이 빠진 사람처럼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된 걸까?’

나는 무심코 강도언을 알게 됐던 기억을 떠올렸다.

대학 시절, 강도언은 유명한 얼음 왕자였다.

그 닉네임처럼 누구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사람이었다.

강도언에게 다가가려는 사람은 누구든 냉정한 태도에 상처를 입고 물러서야 했다.

그 때문에 한때는 심지어 여자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소문까지 돌았었다.

하지만 나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정면으로 부딪히며 끈질기게 매달렸다.

그렇게 3년을 얽히고설킨 끝에 강도언은 결국 내 구애에 흔들렸다.

사귀고 난 뒤에도 강도언은 여전히 차갑고 무뚝뚝했지만 나는 그다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아무리 차가워도 강도언은 내 남자친구였으니까.

하지만 우리의 결혼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이 시점에 이런 결정을 내릴 줄은 꿈에도 몰랐다.

이성과 신체적으로 접촉하는 게 싫다고 단호하게 말했던 사람이 바로 강도언이었다.

그리고 이제 와서 그저 정자만 빌려줄 뿐이라고 말하는 사람 역시 강도언이었다.

나는 소파에 앉은 채 깊은 밤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나 내게 돌아온 것은 강도언이 아니라 임다혜가 보낸 영상이었다.

영상 속 강도언은 병상 앞에 서 있었고, 임한수 교수는 강도언의 손을 붙잡은 채 힘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도언아, 내 상태는 내가 알아. 이번 생에 더 바랄 것도 없어. 다혜가 좋은 사람을 만나서 안정적으로 살아가는 것만 바라지.”

강도언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이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이어 임다혜의 애처롭고 서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빠, 아빠의 유언이니까 오늘 밤에 방에서 기다릴게.]

그 말에 난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이윽고 영상이 끝나는 순간, 강도언의 낮은 대답이 들려왔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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