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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용히 신랑을 바꿨다제3화

이 화는 약 1958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강도언은 계속 집에 돌아오지 않았지만 나도 먼저 연락을 하지는 않았다.

임다혜가 띄엄띄엄 보내오는 도발적인 의도가 다분한 영상을 통해서, 두 사람이 어느 선까지 갔는지 짐작할 뿐이었다.

두 사람의 애매한 행동을 보면서도 내 마음은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나는 여전히 예정대로 결혼식 준비를 이어 갔다.

그저 달라진 것은 단 하나, 내가 보낸 청첩장에 적혀진 신랑 이름이 더 이상 강도언이 아니라 송건우라는 사실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친한 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은서 언니, 신랑 이름이 잘못 쓰여진 거 아니에요?]

“아니? 제대로 쓰여진 거 맞아.”

내 말투는 평온했다.

“신랑이 바뀌었거든. 송건우라고 내 소꿉친구야.”

청첩장을 확인한 내 지인들은 하나같이 놀라서 내게 전화나 문자 폭탄을 날렸다.

[은서야, 네 남친이랑... 아니, 강도언 씨랑 싸운 거야?]

다들 믿기지 않는다는 듯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긴 그럴 만도 했다.

나는 강도언을 향한 마음을 한 번도 숨긴 적이 없었다.

우리를 아는 사람이라면, 내가 강도언을 위해 어떤 비굴한 일이라도 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 관계에서 늘 갑이었던 강도언은 아무것도 몰랐을 것이었다.

아니면 처음부터 다 알고 있었으면서 일부러 신경 쓰지 않았던 것인지도 몰랐다.

강도언은 언제나 그랬다.

차갑고 고고한 얼음 왕자처럼 내가 온 힘을 다해서 정상까지 기어오르는 모습을 그저 지켜만 봤다.

그러다 다시 처참하게 추락해 부서지는 것까지 냉담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나는 더는 설명하지 않고 그저 웃어넘겼다. 친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저마다 농담을 던졌다.

연인끼리 결혼을 앞두고 싸우거나, 아니면 서프라이즈 비슷한 그런 장난쯤으로 생각한 것이다.

3년이나 끈질기게 매달려서 겨우 손에 넣은 강도언을 내가 정말 놓을 수 있으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 사람들을 탓할 수도 없었다.

나조차도 신랑을 바꿨다고 말하는 순간, 잠시 멍해졌으니까 말이다.

나도 이 관계를 이렇게 쉽게 내려놓을 수 있을 줄은 몰랐지만 그래도 이편이 나았다.

적어도 이 대수롭지 않은 농담을 강도언에게 전할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그렇게 되면서 나 또한 결혼 준비에 쓸 시간이 더 많아졌다.

...

일주일쯤 지나 집에 돌아온 강도언은 꽤 지쳐 보였다.

며칠 동안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듯 눈 밑에는 옅은 다크서클이 드리워져 있었다.

나는 강도언의 목에 남은 키스마크 자국을 보고 조용히 시선을 돌렸다.

“고생했어.”

나는 무덤덤하게 한마디 건넸다.

강도언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혼자 신발을 갈아 신은 뒤 내 옆에 앉았는데 눈빛이 복잡했다.

“무슨 일 있어?”

내가 강도언을 바라보며 물었다.

“응. 결혼은 일단 취소하자. 교수님이 돌아가셨어. 상중이라 당분간 결혼할 수 없어.”

말을 마친 강도언의 눈에 드물게 미안한 기색이 떠올랐다.

“미안해, 은서야...”

나는 의아한 눈으로 강도언을 바라보았다.

‘왜 미안하다고 하는 걸까?’

‘이 결혼식이 내 오랜 소원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일까?’

‘아니면 남편이 될 사람인데 다른 여자와 관계를 맺은 것에 대해서 미안한 걸까?’

나는 알 수도 없었고 이제는 관심도 없었다.

“응, 알았어. 교수님 잘 보내 드려.”

강도언은 나를 바라보며 천천히 미간을 찌푸렸다. 눈빛에는 의아해하면서 내 눈치를 살피는 기색이 역력했다.

내가 왜 이렇게 평온한지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임다혜와 아이를 가지겠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난 크게 화를 내면서 안절부절못했었다.

하지만 강도언은 그다지 신경 쓰지 않는다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오늘 교수님 장례식이니까 나랑 같이 가.”

말투에는 명령하는 듯한 기색이 가득 묻어 있었고, 나와 의논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그래도 나는 거절하지 않았다.

남의 약혼자에게 자신의 딸과 아이를 갖게 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교수였지만, 이제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이었다.

그러니 죽은 사람에게 품은 원망도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덕분에 내 곁에 있던 사람들의 진짜 모습을 철저히 알게 되어서 오히려 조금 고마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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