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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내 아이를 되찾았다제2화

이 화는 약 245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아기 눈꺼풀은 자라면서 몇 번이고 변해. 아무런 증거도 없이 얇은 입술을 놀려 사람을 불륜녀로 모함하는 정성이 갸륵하네. 그럼 나도 이 아기가 실은 네가 딴 남자랑 배 아파 낳아놓고 내 침대에 몰래 밀어 넣은 애라고 주장하면, 너 그거 인정할래?”

내 매서운 기세에 압도당한 민하가 흠칫 놀라 뒤로 주춤거리더니, 이내 눈물을 그렁그렁 매달며 소리 높여 울기 시작했다.

“으아앙, 민하는 그냥 솔직하게 말한 것뿐인데... 학교 선생님이 그렇게 가르쳐 주셨단 말이에요. 언니가 제 말에 뜨끔했다고 민하한테 화풀이하면 너무 나빠요, 민하 억울해!”

서준이 벼락같이 나서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그만해! 죄 지은 게 없으면 왜 애를 잡고 난리야! 민하는 태생이 맑아서 거짓말 같은 건 입에도 담을 줄 모르는 애야!”

“당장 말해, 그 대가리 피도 안 마른 불륜남 새끼가 누구야!”

그는 고개를 돌려 구석에서 안절부절못하고 있는 내 친정엄마를 쏘아보았다.

“장모님, 결혼하기 전에 남자 손 한번 안 잡아본 순진한 딸이라면서요! 그 말 믿고 결혼했는데, 이제 뭐라고 설명하실 겁니까!”

시어머니 역시 내 엄마의 멱살을 잡을 듯 손가락질했다.

“이런 더러운 걸레 같은 년을 우리 집에 밀어 넣고 혼수 지원금이니 뭐니 2억 원이나 뜯어가? 당장 그 돈 내놔요, 이 도둑년들아!”

그 2억 원은 이미 엄마가 내 남동생 민우의 수입 세단과 아파트 전세 계약금으로 홀라당 써버린 뒤였다. 돌려주고 싶어도 돌려줄 돈 따위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다.

사위와 사돈댁의 서슬 퍼런 포효에 안색이 하얗게 질린 엄마는 독기가 잔뜩 오른 눈으로 나를 노려보았다.

“소윤이 너 똑바로 말해! 그 놈 누구야!”

“멀쩡한 서방 놔두고 집구석을 이 꼴로 만들어?! 내가 어쩌다 너같이 행실 머리 더러운 걸 낳아서 이 수모를 당하는지!”

엄마는 분에 겨워 가쁜 숨을 몰아쉬더니 내 목덜미를 움켜쥐려 손을 뻗었다.

나는 이미 예상했다는 듯 엄마의 손목을 강하게 쳐내며 뒤로 밀쳐냈다.

“닥쳐요! 내가 엄마 딸이야, 저 미친년이 엄마 딸이야? 생판 남이 뱉은 개소리는 철석같이 믿으면서, 어떻게 친딸인 내 말은 단 한마디도 들으려 하지 않아?!”

내가 감히 반항하리라곤 꿈에도 생각지 못했던 엄마는 뒤로 몇 걸음 비틀거리다 벽을 짚고 겨우 버티고 서서, 믿을 수 없다는 눈으로 나를 응시했다.

“너... 지금 감히 애미를 밀쳐?!”

“뻔뻔하게 증거가 이렇게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무슨 핑계를 대려고 그래!”

엄마는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남들이 나를 헐뜯고 비난할 때, 내 억울한 사정 따윈 묻지도 않고 언제나 내 등짝부터 사정없이 때려 눕히던 사람.

“남들이 너한테 손가락질할 때는 다 네 행실에 문제가 있어서 그런 거야. 죄가 없으면 왜 굳이 너한테 그런 말을 하겠니!”

“잘못을 저질러놓고 변명만 늘어놓는 버릇은 매가 약이야, 아주!”

서준과 결혼한 이후로는 그 증세가 더 심해졌다.

부부 사이에 조금이라도 다툼이 생기면, 시시비비를 가리기도 전에 100% 내 책임으로 돌리며 나를 닦달했다.

“여자는 시집을 갔으면 무조건 남편 뜻에 순종하는 거야. 우리 때는 남편 하늘처럼 받들고 살았어. 일도 안 하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호강하면서 대체 뭐가 그렇게 불만이라고 큰소리야!”

집안싸움이 극에 달하자, 민하는 남편의 등 뒤에서 약 올리듯 혀를 날름 내밀었다.

“아줌마, 소윤 언니 버릇 좀 단단히 고쳐주셔야겠어요. 정직하지 못하게 사는 나쁜 여자는 벌 받아야 마땅해요.”

엄마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붉으락푸르락해졌지만, 차마 입을 떼지 못했다.

소란이 커지자 근처 병실에 있던 환자들과 보호자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어 문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어머머, 제 남편 두고 딴 놈 애를 낳아 바쳤대.”

“그걸 또 뻔뻔하게 남편 밑으로 올리려다가 들통난 모양이지? 아주 호구로 봤구먼.”

“저런 년들은 옛날 같았으면 동네 광장에 묶어두고 두들겨 패야 하는 건데.”

그들은 소곤거렸지만, 좁은 복도 안에서 흘러나오는 조롱 섞인 목소리는 한 글자 한 글자 내 고막을 찔렀다.

시어머니는 폭발 직전의 얼굴로 문 밖의 구경꾼들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뭘 봐! 남의 집안 구석에 초상이라도 났어? 병원에 처박혀서 할 짓거리들이 그렇게 없나! 쓸데없이 남의 집 일에 참견 말고 본인들 명줄이나 신경 써요!”

남편이 거칠게 병실 문을 닫아걸었다. 그의 눈에 살기가 서렸다.

“끝까지 입을 다물고 그 불륜남 새끼를 감싸시겠다?”

나는 비릿한 실소를 흘리며 서준을 쳐다보았다.

“이 아이가 어떻게 세상에 나왔는지, 다른 사람은 몰라도 한서준 당신은 제일 잘 알 텐데?”

“지긋지긋한 시험관 시술만 세 번 실패하고, 내 온몸에 피멍 들어가며 눈물로 간신히 얻은 아이야.”

“그런데 병원에서 아이가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상식적인 의심은 왜 단 한 번도 안 해?”

“진짜 네 핏줄이 어디서 울고 있는지는 요만큼도 궁금하지 않다는 거야?”

서준은 예상치 못한 내 반박에 순간 말문이 막힌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때 민하가 그의 소맷자락을 쥐고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서준 오빠, 민하한테 더 확실한 증거가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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