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그녀는 내가 난관결찰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었어요 · 제2화설정≡

그녀는 내가 난관결찰술을 받았다는 사실을 잊었어요제2화

이 화는 약 2391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룸미러를 통해 비친 은수는 태오의 팔을 조심스레 감싸 안고 있었다. 마치 깨지기 쉬운 유리 인형을 다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손 많이 아파? 그러니까 다른 기사 쓰라고 했잖아. 넌 그냥 쉬면서 다른 일만 도우면 되는데."

태오는 눈물을 글썽이며 고개를 숙였다.

"고작 고등학교만 졸업해서 아는 것도 없는데…… 제가 누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건 운전뿐이에요. 저 참 쓸모없죠?"

은수의 눈에 안타까움이 가득 차오르는 것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차가운 실소를 흘렸다.

은수가 차를 탈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하루 운전 시간은 세 시간도 채 되지 않는데, 그 정도 강도조차 힘들다며 보조 기사까지 붙여주려 한 정성이 가소로웠다.

내 조소를 들은 은수가 화를 내려던 찰나, 태오가 갑자기 머리를 감싸 쥐었다.

"아, 차가 왜 이렇게 흔들리지…… 머리가 좀 어지러워요."

"서윤재, 운전을 어떻게 하는 거야!" 은수가 찢어질 듯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차갑게 비꼬았다.

"몸이 그렇게 안 좋으면 집에 누워 있어야지, 기사라는 놈이 운전도 못 하면서 상전처럼 뒤에 앉아 드라이브나 즐기는 건가?"

"전……" 태오는 눈을 크게 뜨며 말을 잇지 못하고 흐느꼈다. "본부장님 말씀이 맞아요. 제가 무능하네요. 죄송해요, 내려주세요……"

룸미러 속 은수의 얼굴은 분노로 완전히 일그러져 있었다.

"당장 차 세워! 서윤재, 내릴 사람은 너야!"

나는 대꾸하지 않고 운전대를 꽉 잡았다. 머릿속은 오직 바이어와의 중요한 미팅을 망치면 안 된다는 생각뿐이었다.

태오의 눈물이 뚝뚝 떨어지자 은수는 이성을 잃고 조수석 쪽으로 몸을 숙여 운전대를 뺏으려 들었다.

안전을 위해 필사적으로 그녀를 제지하며 급히 길가에 차를 세웠다. 화를 내며 고개를 돌린 순간, 뺨에 강한 충격이 전해졌다.

은수가 매섭게 내 뺨을 후려친 것이다.

"당장 내려!"

나는 엉망이 된 몰골로 차 밖으로 밀려났다. 태오가 차에서 내려 나를 향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은수 누나가 미팅 늦으면 안 된다고 하니까, 본부장님은 알아서 자전거 타고 회사로 오시래요."

그는 옆에 세워진 공유 자전거의 잠금을 해제해 주더니, 소리 내어 비웃으며 운전석으로 걸어갔다.

롤스로이스는 거칠게 가속 페달을 밟으며 웅덩이의 진흙탕 물을 내 온몸에 끼얹고는 멀어져 갔다.

주머니를 뒤적였지만 휴대폰은 차 안에 두고 내린 뒤였다. 택시조차 부를 수 없었다.

뺨을 스치는 꽃샘추위의 매서운 바람이 시리고 아팠지만, 내 가슴 깊은 곳에서 차오르는 냉기에는 비할 바가 되지 못했다.

더럽혀진 옷을 입고 오들오들 떨며 자전거를 타고 회사에 도착하자, 내 사무실 책상 위에는 새 옷 한 벌과 내 휴대폰이 놓여 있었다.

화면을 켜자, 상단에 고정된 아내의 대화창에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아까는 내가 감정이 너무 격했어. 미안해. 감기 걸리지 말고, 오늘 밤 10시 늘 가던 곳에서 기다릴게.]

나도 모르게 시큰해지는 눈시울을 억눌렀다. 바늘로 콕콕 찔렸다가 다시 부드럽게 어루만져지는 것처럼, 마음이 아리면서도 이내 약해졌다.

은수가 말한 '늘 가던 곳'은 우리가 처음으로 세운 주얼리 브랜드 '아르누보'의 작은 첫 작업실이었다. 현재 아르누보 본사 빌딩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곳이었다.

거리는 불과 이삼십 미터에 불과했지만, 그곳은 우리가 10년 동안 동고동락하며 쌓아 올린 고난과 열정의 세월을 상징하는 공간이었다.

나는 하루 종일 정신없이 움직이며 유통사 바이어와 수십억 원 대의 대형 계약을 성공적으로 체결했다.

시간이 밤 10시에 가까워지자, 나는 금고에서 짙은 파란색 벨벳 보석 상자를 꺼내 맞은편 건물로 향했다.

약속 시간에서 30분이 지났지만 은수는 나타나지 않았다.

유리창 너머로 맞은편 본사 빌딩의 대표실을 바라보았다. 불이 훤히 켜져 있었다. 나는 휴대폰을 꺼내 그녀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신음이 울리는 순간, 창가로 은수의 실루엣이 나타났다.

하지만 그녀는 혼자가 아니었다.

태오가 그녀를 품에 안은 채 창가로 걸어왔고, 두 사람은 멈추지 않고 입을 맞추었다.

투명도를 조절하는 스마트 글라스가 완전히 투명하게 설정되어 있어, 두 사람의 짙은 스킨십이 내 눈에 고스란히 들어왔다.

그는 은수를 유리창에 밀어붙였고, 잘생긴 이목구비를 그녀의 목덜미에 묻었다.

은수의 얼굴은 붉게 상기되어 있었고, 눈빛은 몽롱하게 그를 좇고 있었다.

한 폭의 그림 같은 연인의 모습이었으나, 그것은 내 심장을 갈기갈기 찢어놓는 형벌과도 같았다.

유리창 너머의 남자가 입맞춤 도중 슬며시 눈을 뜨더니, 수십 미터 밖에서 바라보고 있는 나를 정확히 응시했다. 그의 입꼬리가 승리감에 젖어 비틀려 올라갔다.

그리고 다시 은수의 입술을 탐닉하듯 고개를 숙였다. 나라는 존재는 그의 안중에 전혀 없는 듯했다.

내 손끝이 떨렸고, 손에서 떨어진 휴대폰에서는 차가운 신호음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세 사람의 비극적인 서사 속에서 나라는 이름이 존재할 가치가 없다면, 이제는 내가 퇴장할 차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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