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작 키스 한 번이잖아제2화
이 화는 약 168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그랬다. 심은혁과 나는 연애 7년, 결혼 5년째다.
내가 심은혁을 쫓아다닌 건 전교생이 다 아는 사실이었고 역시나 바람대로 그와 결혼했다.
결혼 후에는 부모님이 넘겨준 별장에서 살았고 난 모든 재산을 털어 심은혁에게 회사를 차려주었다.
그리고 아버지가 가진 자원을 활용해 연간 수십억을 벌어들이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5년 만에 심은혁은 단숨에 잘나가는 대표님이 되었고 결혼식 날, 그는 사람들 앞에서 맹세했다.
“여보, 앞으로 평생 잘해주고 평생 당신만 사랑할 것을 맹세해.”
그땐 행복에 푹 빠져서 기꺼이 뒤로 물러나 심은혁에게 회사의 경영권을 통째로 넘겨주었다.
순식간에 부자가 된 심은혁은 곧바로 소꿉친구인 강하윤을 자기 비서로 데려왔다.
예전 같았으면 이런 상황에서 나는 노발대발했고 심은혁은 고고한 척 내가 속이 좁고 생각이 편협하다며 질책하기 바빴을 거다.
하지만 그는 내가 회사 클라이언트와 술을 마시다가 출혈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간 뒤에야 임신했고 유산까지 하게 됐다는 걸 모른다.
심은혁에게 여러 번 전화를 걸었지만 그가 전부 끊어버렸다.
알고 보니 당시 심은혁은 강하윤과 격렬한 키스를 나누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것이 무의미해졌다.
심은혁의 공격적인 표정을 보며 씁쓸한 한숨을 내쉬었다.
밖에는 천둥소리와 함께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내 기분만큼이나 우울한 날씨다.
“심은혁, 우리 이혼해. 집이랑 차는 내 소유니까 회사 주식을 반씩 나누면 되겠네.”
이 말을 들은 심은혁의 눈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커졌다.
“허민주, 너 미쳤어? 난 그냥 키스 한번 한 건데 이혼하자고? 네가 이렇게 속 좁은 여자인 줄은 몰랐네!”
무슨 말을 하기도 전에 심은혁의 휴대폰이 때마침 울렸다.
전화기 너머에서 청아하고 사랑스러운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혁아, 번개 때문에 너무 무서워. 나 혼자 집에 있는데 같이 있어 줄 수 있어?”
심은혁은 그 말을 듣고 부드럽게 위로했다.
“그래, 얌전히 기다리고 있어, 금방 갈게.”
한 번도 보지 못했던 부드러운 말투다.
전화를 끊은 후 심은혁은 차갑게 나를 바라보았다.
“허민주, 홧김에 한 말인 거 알아. 시간 줄 테니까 혼자 잘 생각해 봐.”
한때 가장 사랑했지만 이젠 낯선 존재로 변해버린 눈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나는 그의 외투를 잡아당기려 했다.
“심은혁, 가지 말고 나랑 있어, 응?”
그의 얼굴은 곧바로 무서울 정도로 냉랭하고 차갑게 변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하윤이는 겁이 많아서 번개를 제일 무서워해. 내가 안 가면 혼자 어떡하겠어?”
그렇게 말한 뒤 심은혁은 고개도 돌리지 않고 집을 나섰다.
창밖의 천둥소리가 점점 더 커졌고 나는 구석에 웅크리고 앉았다.
나도 번개 무서운데.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 일하느라 바쁘셔서 천둥이 치면 인형을 품에 안고 구석에 웅크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넓은 어깨로 나를 든든하게 지켜주던 심은혁을 만나기 전까지 말이다.
“민주야, 앞으로 비가 오는 날이면 내가 네 곁에 있어 줄게.”
그런데 지금 심은혁은 망설임 없이 첫사랑의 곁으로 갔다.
강하윤이 혼자 집에서 무서워할까 봐 걱정하면서 내가 혼자인 건 왜 모를까.
30분 후, 강하윤이 인스타에 올린 사진을 봤다.
깍지 낀 두 손에 초록색 롤렉스와 흰색 셔츠, 그리고 너무도 익숙한 손을 보고 단번에 심은혁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다만 가운데 있는 손가락에 낀 결혼반지가 빠지고 반지 자국이 남아있을 뿐이었다.
강하윤은 사진과 함께 글도 함께 올렸다.
[후, 우리 사랑스러운 강아지가 비가 쏟아지는데도 달려와 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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