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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상처만 남은 우리제2화

이 화는 약 189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핸드폰을 쥔 손에 저도 모르게 힘을 주었다.

[박인주, 너도 알잖아. 난 정상적인 결혼 생활을 원해.]

백시언의 낮고 차분한 목소리에는 묘한 설득력이 담겨 있었다. 그는 내가 궁금해할 것을 미리 알고 있었던 듯, 직접 내 의문을 풀어주었다.

[내 말은, 네가 내 아내로서 모든 부부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리고 동시에 내 아이의 엄마가 되는 것도 포함돼.]

[집안에서 결혼을 재촉하긴 하지만, 난 우리 결혼이 감정 없는 룸메이트 같은 관계가 되길 바라진 않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파라다이스 플랜트에 걸려 있던 흰색 커튼을 떼어내며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백시언, 결혼을 결심한 이상, 난 그런 가짜 관계를 만들 생각 없어.”

[그렇다면, 내일 H시로 널 데리러 갈게.]

“보름만 줘. 정리해야 할 것들이 있어.”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시언이 말한 대로 연락처 이름을 남편으로 바꿨다. 그가 말한 것처럼, 이것이야말로 내가 이 지독한 사랑에서 벗어나는 첫걸음이었다.

강하진은 돌아오지 않았다. 정확히 말하면, 며칠째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예전 같았으면, 나는 지치지도 않고 계속 전화를 걸었을 것이다.

그가 어디에 있는지, 언제 돌아올 건지 끊임없이 묻고 또 물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조차 들지 않았다. 어차피 어디에 있는지는 뻔하니까.

나는 하진과 함께 알고 지내던 몇몇 친구들에게 연락해 이미 보냈던 청첩장을 모두 회수했다. 그러자 그들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하진이 원했던 대로 결혼식을 크게 준비하지는 않았지만, 나는 끝까지 청첩장을 만들었다. 단순한 형식적인 의미가 아니라, 나에게는 하나의 의식 같은 것이었으니까.

나는 회수한 청첩장을 가방에 넣고, 친구들을 마주 보며 담담하게 말했다.

“응, 신랑이 바뀌었으니까. 결혼식 초대장도 다시 만들어야겠지.”

내가 그렇게 말했을 때, 놀라거나 경악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친구들은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기까지 했다. 아무래도 그들은 내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것 같았다.

생각해 보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토록 하진을 좋아했으니까. 하진이 차갑게 대해도 신경 쓰지 않았고, 그의 무심함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런 내가 갑자기 결혼을 취소하겠다고 하면, 누가 쉽게 믿겠는가? 하지만 괜찮았다. 이제부터 내가 직접 행동으로 증명하면 되니까. 이번만큼은 진짜로 끝냈다는 걸.

나는 청첩장을 모두 회수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강하진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는 깔끔함을 중요시하는 사람이었지만, 오늘은 달랐다.

흰 셔츠에는 자잘한 구김이 잡혀 있었고, 눈가에는 붉은 실핏줄이 가득했다. 지쳐 보이는 것이 눈에 선명하게 드러났다. 그는 나를 보자마자 내가 방금 했던 일과 일치하는 말을 꺼냈다.

“청첩장, 다 회수해. 내 스승님이 돌아가셨어. 최소한 반년은 상을 치러야 해서 결혼은 못 해.”

그는 내가 크게 화를 내거나 언성을 높일 거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결혼을 서두르던 것도 나였고, 특히 할아버지가 나의 결혼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으니 나 역시 초조했을 터였다.

아마 내 반응까지 예상하고 준비했겠지만, 나는 그저 담담하게 답했다.

“알겠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게.”

“오늘이 선생님 추모식이야. 같이 가줄래? 생전에 한 번 너를 만나고 싶어 하셨어.”

컵을 헹구던 손이 잠시 멈췄다. 나는 임희선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녀의 아버지는 존경받는 교수였고, 나 역시 그분과 한 번 만난 적이 있었다.

그는 외유내강이라는 표현이 딱 어울리는 사람이었다. 그랬기에 가끔은 의문이 들었다.

‘그토록 온화하고 품위 있는 분이 어떻게 임희선 같은 딸을 두었을까?’

그러나 세상을 떠난 사람을 두고 더 이상 왈가왈부할 필요는 없었다. 단지 꽃 한송이를 헌화하는 것뿐이라면, 나쁠 것도 없었다.

나는 손을 닦고 검은색 코트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가방을 챙긴 뒤, 몸을 단정히 정리한 강하진과 함께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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