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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간 와이프?제2화

이 화는 약 2764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2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3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어둠이 드리워진 밤.

거실 TV에서 시상식이 방송되는 가운데, 참석하지 못한 유시아는 끝내 수상을 하게 되었다.

MC는 다른 사람이 대신 수상할 거라고 전했고 말이 떨어지기 바쁘게 장내에 박수갈채가 터졌다. 다들 이 대리 수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이 바닥에서 유시아가 은지호의 첫사랑인 걸 모르는 자가 없다. 학교부터 직장까지 둘은 너무나 애틋한 사이였지만 끝내 이뤄지지 못했다.

은지호는 심지어 연예기획사를 차린 후 처음으로 계약한 사람이 유시아였고 항상 그녀 뒤에서 든든하게 지켜주는 버팀목이었다.

다만 나는 사랑을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악랄한 여자, 계략을 피워서 은지호의 와이프가 된 서브 여주나 다름없었다.

내가 이 선남선녀 커플을 매정하게 찢어놓은 격이 됐다.

그럼에도 나는 줄곧 은지호의 태도를 더 중시했다. 그는 한때 내가 맹세했었다. 유시아와는 단지 상하급 관계일뿐 그녀의 일에 일절 간섭하지 않겠다고 굳게 다짐했었다.

유시아는 오늘 수상에 충분히 다른 어시를 대신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곧이어 화면에 등장한 남자는 늠름한 체구에 훤칠한 외모를 지닌 나의 남편이었다. 인파들 속에서 우뚝 일어서더니 정장 단추를 매만지며 뭇사람들의 애틋한 시선 하에 무대로 올라와 상을 대신 받았다.

그는 목소리를 내리깔고 수상소감을 발표했다.

“유시아 씨 대신 인사를 전합니다. 항상 응원해주시는 팬분들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제 마음속에서도 시아는 늘 최고였어요!”

이 인간은 아예 딴사람들이 나를 향할 시선 따위 안중에도 없었다.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 신경이 유시아였다.

창밖에 어둠이 드리워지고 별빛이 은은하게 빛났다. 이제 고작 8월인데 나는 왜 한겨울의 한파가 느껴지는 걸까?

이때 은가영이 불쑥 방에서 나오더니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휴대폰을 낚아챘다.

아이는 식탁 위에 놓인 풍성한 음식과 케이크를 발견하지 못했다. 아직 풀지 않은 리본은 질질 휴지통 옆으로 끌고 갔고 또다시 나의 하얀색 신발을 힘껏 짓밟았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란 걸 뻔히 알면서 일부러 내가 좋아하는 물건들을 전부 무너뜨리려고 한다. 은가영은 이제 대놓고 내게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휴대폰을 열어보았지만 도착한 메시지가 한 통도 없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란 걸 다들 잊어버렸나 보다.

문득 작년 생일이 떠올랐는데 그때도 은지호는 일이 바쁘다고 핑계를 둘러댔고 은가영은 방 안에서 나오질 않았다. 결국 나 홀로 커다란 케이크를 먹어야만 했다.

모든 이의 생일을 정성껏 챙겨주었건만 정작 내 생일엔 말도 안 되는 원맨쇼가 돼버렸다.

이런 내 꼴이 너무 우스울 따름이었다. 소파에서 일어나 거실에 달아놓은 풍선을 모조리 뜯고 케이크와 음식까지 전부 휴지통에 버렸다.

모든 일을 마치자 휴대폰 메시지 음이 울렸다.

은지호한테서 온 문자였는데 회사에서 회의한다며 늦게 돌아온다는 내용이었다.

이제 막 답장하려 할 때 유시아가 인스타그램에 피드를 하나 올렸다.

[시간이 흐르고 많은 게 변해도 사랑하는 사람은 늘 그 자리에.]

그녀의 손 옆에는 리본 매듭의 정교한 속옷 선물 상자가 고스란히 놓여 있었다.

굳이 확대하지 않아도 어젯밤에 은지호에게 설명했던 브랜드임을 알아볼 수 있었다.

곧이어 또 다른 피드가 하나 올라왔는데 딸 가영이가 올린 문장이었다.

[유시아 여신님의 백선 여우주연상 수상을 진심으로 축하해요. 여신님이 우리 엄마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땐 우리 가족 세 명이 단란하게 보낼 텐데!]

이와 함께 셀카 사진을 네 장 올렸는데 그중 한 장은 유시아와 은지호가 나란히 앉아있고 두 사람 앞엔 4층짜리 케이크가 놓여있었다. 또한 주변에는 수많은 스태프들이 둘러싸여 그녀를 축하해주는 분위기였다.

은지호가 말한 회의가 유시아의 축하파티였구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사진 속 유시아를 물끄러미 쳐다봤다. 차오르는 굴욕도 마다한 채 말이다.

그녀는 나보다 세 살 어리다. 매력적인 외모와 농염한 눈빛, 날씬한 몸매를 지닌 그녀는 만인에게 사랑받는 미인 여배우였다.

문득 어느 해 내 생일이 떠올랐다. 그날 유시아가 페이스북에 글을 하나 올렸더니 은지호가 서둘러 핑계를 둘러대며 집을 나섰다.

[이런 날엔 푹 취해야지.]

바로 이 문구를 보고 달려나가는 남편, 폭우가 내리던 그 날 밤, 나는 우산을 챙겨주겠다고 그를 찾아갔는데 정작 남편이란 자는 유시아를 껴안고 바에서 나오고 있었다. 어깨가 비에 맞아 흠뻑 젖었지만 여전히 외투를 그녀에게 덮어주고 품에 꼭 끌어안은 모습이었다.

그 순간 나는 차창에 비친 퉁퉁 부은 내 몸을 쳐다보며 이런 나 자신이 너무 우스웠다.

내가 아니길 다행이지, 안 그러면 저 외투로 이 뚱뚱한 몸을 커버할 수도 없었을 테니까...

나도 한때는 연예계에서 손꼽히는 미녀였다. 아름다운 외모에 어떤 스타일도 소화 가능했고 몸매는 또 이 바닥에서 보기 드문 완벽한 S라인이었다. 그땐 모델 회사에서도 직접 찾아와서 어마어마한 출연료를 제안하며 쇼에 참석해달라고 내게 부탁했었다.

그랬던 내가 딸을 낳고 나니 몸매가 망가져 버렸다. 아무리 헬스를 해도 소용이 없었고 결국 이젠 90킬로가 임박했다.

나를 향한 은지호의 태도가 확연히 달라지고 있다는 걸 충분히 느낄 수가 있다. 애초의 다정함과 지금의 건성으로 임하는 태도, 더 나아가 혐오로 변질되어 가고 있었다.

게다가 이젠 1년 넘게 나를 터치하지 않는다. 아무리 이 가정을 위해 최선을 다해도 나의 노고는 남편과 딸에게 당연한 일로 돼버렸다.

진심으로 사랑했기에 이 사랑이 서서히 변해가고 있다는 걸 느낄 수가 있다.

나는 그 두 사람에게 ‘좋아요’를 눌러주고 캡처해서 남편에게 보냈다.

[세트로 사면 20% 할인받을 수 있어. 살림살이 진짜 엉망이네.]

이어서 휴대폰 전원을 끄고 캐리어에 짐을 싸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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