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장 간 아내가 임신해서 돌아왔다제1화
이 화는 약 213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큰 계약을 성사하려고 6개월간 출장을 떠난 아내. 그런데 돌아온 그날 갑 측 회사 대표의 손을 잡고 내 앞에 나타난다.
더 어이가 없는 건 아내가 임신한 지 3개월이 넘었다는 사실.
술배가 불룩하게 나온 갑 측 회사 대표는 나에게 계약서를 건넨다.
“최 대표, 이 프로젝트를 따내려고 최 대표 와이프가 엄청 공을 들였어. 주연이가 아니었더라면 이런 작은 회사와는 손을 잡지도 않았을 거야.”
아내는 볼록 나온 배를 어루만지면서 기고만장한 태도를 보인다.
“이 계약은 내가 따낸 거야. 근데 사인하기 전에 조건이 있어. 나랑 이혼하자.”
나는 계약서를 가차 없이 찢어버린다.
“이혼할게. 근데 이런 더러운 계약서에는 절대 사인 안 해.”
* * *
이주연은 바닥에 널브러진 종잇조각을 보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최규빈, 잘 생각해. 이건 네 회사를 1년 동안 먹여 살릴 수 있는 계약이야. 혹시 더 많은 걸 원하는 거야? 터무니없는 요구는 꿈도 꾸지 마. 마지막으로 널 도와주는 거라는 거 명심해.”
나의 핏발이 선 두 눈에 슬픔이 가득했다.
“이주연, 오늘 무슨 날인지 알아?”
“무슨 날인데?”
이주연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회사에 알록달록한 장식이 걸려있었다.
“회사 설립 3주년? 그게 뭐 축하할 일이라고. 직원이 열몇 명뿐인 작은 회사인 데다가 곧 망하게 생겼는데 축하는 무슨. 대표가 조금이라도 능력이 있었더라면 부대표인 내가 계약 때문에 이렇게 힘들지 않았을 텐데. 근데 힘든 날도 얼마 남지 않았어. 나 곧 갑 측 회사에 출근하거든.”
이주연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나는 끼고 있던 결혼반지를 벗어 테이블 위에 내려놓았다. 이주연의 결혼반지는 진작 보이지 않았다.
“주연아, 까먹었나 본데 오늘은 회사 설립 3주년이자 우리 5주년 결혼기념일이야. 결혼 2년 차에 네가 임신했었지만 아이를 지우겠다고 했어. 능력 있는 여자가 되겠다고 했고 아이 대신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했어. 그래서 난 네 소원을 이뤄주려고 빚까지 지면서 이 회사를 차렸고 우리 자식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키웠는데...”
나의 말이 끝나기 전에 이주연은 테이블에 있던 결혼반지를 바닥에 던지더니 힘껏 밟았다. 결혼반지가 심각하게 변형되면서 부러졌다. 마치 변질한 우리 결혼처럼.
“최규빈, 지금 나한테 그 얘기는 왜 하는 건데? 동정심을 유발해서 일전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고? 넌 여전히 무능하고 찌질해. 이혼할 때까지도 와이프의 피를 빨아먹으려 하다니.”
나는 싸늘하게 웃으며 말했다.
“오해한 것 같은데 이혼해도 이 회사 말고 다른 건 일전 한 푼 가질 생각이 없어. 네가 이 감정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데 나도 버틸 이유가 없지.”
이주연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무슨 수작이야? 이 회사는 빚 말고 뭐가 있는데? 이혼 후에 내가 계약을 따내줄 거라는 기대 따위는 하지 마.”
유석민이 짜증을 내면서 이주연의 목을 끌어안았다.
“이 찌질한 놈이랑 말해봤자 입만 아파. 와이프가 다른 남자랑 자서 얻어낸 계약으로 먹고사는 남자한테 뭘 바라는 거야? 내가 진작 이놈이랑 이혼하고 우리 회사로 오라고 했는데 지금까지 질질 끌긴 왜 끌어? 설마 너도 쟤처럼 머리가 안 돌아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나는 유석민의 얼굴에 주먹을 날렸다.
“입에 걸레 물었어? 남의 가정 파탄 낸 불륜남 주제에 어디서 뻔뻔스럽게 입을 나불거려?”
유석민이 돼지 멱따는 비명을 질렀다. 그의 부하들이 우르르 몰려와 나를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이주연이 옆에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때가 어느 때인데 질투 때문에 주먹질이나 하고. 넌 맞아 죽어도 싸.”
직원들은 ‘찌질한 대표’가 얻어맞는 걸 가만히 보기만 했다. 오직 프런트 직원 장수아만 말리다가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했다.
이 소동은 내가 다쳐서 병원에 입원하고 나서야 끝이 났다.
떠나기 전 이주연은 현금 뭉치를 내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았다.
“이건 석민 오빠가 은혜를 베풀어서 주는 병원비야. 사과는 꿈도 꾸지 말고. 만약 내가 애쓰지 않았더라면 이 돈도 없었어. 제발 좀 유치하게 굴지 마. 네가 석민 오빠한테 맞아 죽어도 난 절대 돌아서지 않아.”
나는 현금 뭉치를 그녀의 얼굴에 던져버렸다.
“더러운 돈은 줘도 안 받아. 그리고 너무 잘난 척하지 마. 그 자식을 때린 건 너랑 상관없이 그냥 눈에 거슬려서 때린 거니까.”
이주연은 돈을 줍더니 대놓고 비웃었다.
“네가 잘났다, 그래. 일주일 후에 법원에 가서 이혼해.”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