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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뒤에 남겨진 나, 아빠의 조각이 되다제3화

이 화는 약 223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아빠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만약 서아였으면 더 잘했을 텐데.”

엄마와 언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언니는 눈에 눈물을 머금고 엄마 품으로 파고들며 말했다.

“저도 이서아만큼은 못하죠. 그래도 정말 열심히 하고 있어요.”

엄마는 언니의 눈물을 닦아주며 아빠를 노려보았다.

“서아 얘기는 왜 꺼내는 건데? 아무리 재능이 뛰어나다고 해도 지금은 아주 쓸모없는 폐물이잖아.”

“식탐이 그리 많으니 그 꼴이 나지. 개랑 고기 싸우다 손가락 물리는 건 당연하지.”

나는 머리를 감싸 쥐고 땅에 웅크렸다. 손가락이 잘린 자리에서 고통이 다시 밀려왔다.

그때가 떠올랐다. 엄마는 날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밥도 제대로 먹게 두지 않았다.

어느 날, 언니가 나에게 고기 한 점을 몰래 주었다. 나는 너무 배가 고파 그 고기를 들고 몰래 아래층으로 내려가 먹었다.

그때 어디선가 개 여러 마리가 달려왔다. 나는 고기를 놓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텼지만, 결국 손가락 세 개를 물어뜯겼고 왼손마저 심하게 다쳤다.

엄마와 언니가 달려왔을 땐, 나는 고통에 땅바닥을 뒹굴고 있었다. 언니는 엄마 품에 안겨 울면서 외쳤다.

“엄마, 서아한테 개랑 고기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도 안 들어요!”

엄마는 그 말을 듣고 화를 참지 못하며 나를 발로 걷어찼다.

“이 못난 것, 집에서 너 먹을 거나 입을 게 부족해? 개랑 고기 싸우다니, 똥이랑도 싸우지 그랬어? 물려 죽어도 싸.”

아빠는 내가 손가락이 잘린 걸 보고도 아무 말 없이 돌아섰다.

엄마는 혹시 내가 광견병이라도 걸려 자신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욕을 퍼부으며 병원으로 나를 데리고 갔다.

그날 이후, 내 오른손에는 손가락이 세 개가 사라졌고 왼손도 거의 쓸 수 없게 되었다. 그날 이후로, 나는 다시는 조각칼을 쥘 수 없었다.

아빠는 모든 관심을 언니에게 쏟아부었다. 언니가 아무리 가망 없는 나무토막 같아도 상관없었다. 그리고 결국 아빠는 증명했다. 훌륭한 조각가의 손길 아래라면 나무토막에서도 꽃이 피어난다는 것을.

시상식 당일, 아빠와 엄마는 정장을 갖춰 입고 나타났다. 언니는 명품 제작 드레스에, 핑크색 드레스 자락에는 작은 다이아몬드가 박혀 반짝였다. 조각상은 세심하게 포장되어 일찌감치 행사장으로 옮겨졌다.

무대 위에서 언니는 조각상 옆에 서서 상을 들고 자신 있게 말을 이어갔다. 그 모습에 엄마는 감격스러운 듯 눈물을 훔치고 있었다. 아빠는 허리를 곧게 세우고 사방에서 쏟아지는 칭찬을 여유롭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축하 연회장에서는 언니가 엄마 손을 잡고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며 활짝 웃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며 속에서 타오르는 분노를 참았다. 저들이 조각상의 비밀을 알아차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나는 조각상 뒤로 돌아가 손으로 밀고, 발로 차고, 몸으로 부딪쳤으나 조각상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지친 나는 땅에 털썩 주저앉았고, 절망감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조각상, 뭔가 익숙하지 않나요?”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 고개를 들었다.

그곳엔 심서준이 서 있었다.

그는 이사장의 아들로, 잘생기고 똑똑하며 타고난 집안에서 자란 엄친아였다. 우리는 친하지 않았지만, 그의 존재감은 누구나 알 만했다.

서준은 조각상 앞으로 다가와 잠시 그것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손을 들어 조각상의 눈썹과 눈가를 천천히 어루만졌다.

“왜 이렇게 닮았지?”

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가슴이 쿵쿵 뛰었다.

‘혹시라도 알아차리는 건 아닐까?’

“심서준?”

언니가 긴 드레스 자락을 끌며 다가오며 상냥하게 웃었다.

“여기 있었어요?”

그녀는 몰래 엄마의 손을 꼭 쥐며 숨을 고르고 있었다. 서준은 고개를 끄덕이고 몇 걸음 돌아섰다가 다시 뒤돌아보며 말했다.

“이 조각상의 모델, 네 동생이야?”

갑작스러운 질문에 언니는 멍한 얼굴로 대답하지 못했다.

“근데 오늘 왜 안 왔어?”

엄마가 언니를 살짝 밀었고, 정신이 돌아온 그녀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

“동생은 요즘 남자친구랑 붙어 지내느라 바빠요. 집에도 안 오고요.”

엄마도 거들었다.

“그래, 우리 작은 딸은 어찌나 자유분방한지. 남자친구가 몇 명이나 되는지 모를 정도라니까.”

서준은 아무 말 없이 다시 돌아섰고, 언니는 본능적으로 그의 손목을 붙잡았다.

그때, 그녀의 긴 드레스가 조각상의 손가락에 걸렸다. 그리고 언니가 몸을 움직이는 순간, 석고의 일부가 떨어져 나갔다. 그리고 그 속에서 하얀 뼈가 드러났다.

나는 숨을 멈추고 서준의 얼굴을 응시했다.

부디, 제발 한 번만 더 뒤를 돌아봐 줘.

언니는 당황해하며 두 손으로 심서준의 손목을 붙들고 있었고, 온몸이 굳어 있었다. 서준은 그녀의 손에 끌려 몸이 약간 뒤로 젖혀졌다. 그러고는 무심코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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