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 뒤에 남겨진 나, 아빠의 조각이 되다제1화
이 화는 약 233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누군가가 뿌린 유산을 맞고, 지하실에서 죽었다. 가족들은 나를 알아보지 못했고,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
엄마는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수술용 칼을 들어, 내 살과 뼈를 분리해 냈다. 아빠는 흥분한 표정으로 내 뼈대를 석고 속에 묻어 넣어 정교한 석고 조각상을 만들었다.
언니는 그 조각상을 가지고 수많은 상을 휩쓸며 모두가 칭송하는 천재 소녀가 되었다. 그런데, 조각상이 산산조각이 나면서 안에 숨겨져 있던 반쯤 잘린 손가락이 드러났다. 이에 그들은 혼란에 빠졌다.
* * *
한밤중, 지하실.
엄마는 수술용 메스를 들고 내 살을 천천히 갈라내고 있었다. 칼끝은 정확했고, 움직임은 능숙했지만, 오랜만에 손에 쥔 탓인지 약간 떨리고 있었다.
잘려 나간 살덩이들이 가지런히 쓰레기봉투 안으로 던져졌다. 언니인 이승아는 팔짱을 낀 채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있었고, 두려움으로 가득 찬 커다란 눈을 깜빡였다.
“엄마, 우리 경찰에 신고하는 게 낫지 않아요? 저 너무 무서워요.”
나는 어깨 너머로 그녀를 무표정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며칠 전이었다. 엄마에게서 문자 한 통이 왔는데, 지하실로 와보라는 내용이었다.
별다른 의심 없이 지하실로 내려갔다가, 뒤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무언가 단단한 물체가 내 머리를 내리쳤고, 극심한 통증 뒤에 의식을 잃었다.
눈을 떴을 때 내가 본 것은 산산조각 난 내 몸이었다.
얼굴과 몸은 산성이 강한 유산에 흠뻑 젖어, 원래의 모습을 전혀 알아볼 수 없었다. 언니는 겁에 질려 몸을 떨며 눈조차 제대로 뜨지 못하고 있었다.
엄마는 고개를 들지도 않고 말했다.
“경찰을 부르면 뭐가 달라지니? 이 사람은 자기 발로 우리 집에 들어온 거고, 우리가 죽인 것도 아니야. 그럴 시간에 제대로 활용하는 게 낫지 않겠어?”
“승아야, 너 곧 조각 대회 나가잖아. 마침 잘됐어.”
엄마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빠가 끼어들었다.
“맞네!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승아야, 네 조각 실력이 평범하긴 한데, 진짜 사람 뼈를 모델로 쓰면 이야기가 달라질 거야.”
나는 그 말을 듣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내 뼈를 언니의 조각 모델로 쓴다고?’
화가 난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손을 휘저으며 따지려고 했지만 메스는 멈추지 않았다. 칼날은 내 손바닥을 관통하며 내 몸을 계속해서 갈랐다.
눈앞에서 엄마는 내 뼈대를 하나씩 분리해 내고 있었다. 핏물과 살점이 튀어 그녀의 옷을 더럽혔다. 그 모습이 기괴하고 끔찍했지만, 놀랍도록 손놀림은 정확했다. 나는 엄마의 기술이 이렇게 뛰어난 줄 몰랐다.
어릴 적, 장난치다가 나무에서 떨어졌던 날이 떠올랐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나를 받아내려고 오른손을 다쳤고, 그 손 때문에 다시는 수술용 메스를 잡을 수 없었다. 그렇게 뛰어난 실력을 갖추고도 약국에서만 일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던 엄마였다.
그랬으니, 그녀가 나를 미워한 것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날이 밝기 전에 엄마는 언니와 함께 차를 몰고 나가, 내 잘려 나간 살덩이들을 모두 바다에 버렸다. 빨갛게 번져나가던 액체는 바닷물이 닿자마자 사라졌다.
돌아오는 길에 엄마는 집중하지 못한 듯 신호를 몇 번이나 위반했다.
중앙 거치대에 놓인 휴대폰에는 메시지가 계속 들어오고 있었다. 엄마는 잠시 그 화면을 보더니 아무렇게나 핸드폰을 옆으로 던져버렸다.
조수석에 떠 있던 나는 그 화면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화면에는 내 이름으로 된 메시지창이 떠 있었고, 그 안에는 두 줄의 문장이 적혀 있었다.
[엄마, 급한 일이 생겨서 학교로 돌아갔어요.]
[요즘 너무 바빠서 당분간 집에 못 가요.]
‘나는 이미 죽었는데, 누가 내 핸드폰으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 걸까?’
나는 지하실에서의 기억을 떠올리려 애썼다. 하지만 뒤통수를 때리던 둔탁한 소리 외에는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았다.
며칠 후, 지하실은 밝게 빛나고 있었다. 언니는 조각칼을 들고 석고로 된 흉상을 정교하게 다듬고 있었다. 칼끝은 섬세하게 윤곽을 그리며 움직였고, 그녀의 손은 잠시 멈췄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 형상이 언니를 멈칫하게 했고, 손이 조금 떨리고 있었다.
그때 아빠가 다가오며 말했다.
“우리 승아, 아주 잘하고 있구나.”
그는 옆에 세워둔 석고 조각상을 가리키며 언니를 불렀다.
“이거 내가 일주일 내내 만든 거야. 꽤 괜찮지 않아?”
아빠는 조각가로서 약간의 명성을 얻은 사람이었기에 그의 작품은 당연히 완성도가 높았다. 눈앞에 있는 사람 크기의 조각상은 선이 부드럽고 아름다웠지만, 머리가 없었다.
언니는 발끝을 들어, 손에 들고 있던 머리 부분을 조각상의 목에 얹었다.
석고가 묻은 손을 털어내고 두 걸음 물러났다.
아빠는 언니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승아야, 이걸로 대회에 나가면 네 이름을 널리 알릴 수 있을 거야.”
승아의 눈에는 불안이 스쳐 갔고, 나는 조각상 위에 엎드려 있었다. 차가운 액체가 목덜미를 타고 흘렀지만, 어떤 흔적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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