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은 이제 내 하인이 되었다제3화
이 화는 약 192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만이 그를 도울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사실이었다.
스무 살부터 서른 살까지, 그의 아내로 살았던 10년 동안 나는 그의 가사도우미이자 최고의 사업 파트너였다. 가난하던 시절, 김밥 한 줄을 반으로 나눠 하루 끼니를 때우며 일주일을 버틴 적도 있었다.
그는 위장병 때문에 술을 마시면 안 됐다. 초창기 회사의 계약들은 전부 내가 술잔을 비워가며 따낸 것들이었다. 몇 번이나 위천공으로 응급실에 실려 간 끝에야 회사는 궤도에 올랐다.
그는 나를 껴안고 울며 몇 번이고 약속했었다.
“현명한 아내가 나를 구름 위로 올려주었으니, 나는 내 아내에게 만리장성 같은 금을 안겨주겠노라”고. 평생 나를 배신하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열아홉 살의 심진아가 나타나자, 그는 내가 늙고 고리타분하다며 비난했다. 자신이 걸어온 길을 완전히 잊은 채로.
차창 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나는 슬프지도 기쁘지도 않았다. 그 10년의 청춘을 바쳐 나는 막대한 자산을 손에 넣었다. 남자라면 그보다 훨씬 나은 사람을 찾았다.
진정으로 손해를 보는 쪽은 언제나 그, 주윤호일 것이다.
주말, 나는 태교 센터에서 수업을 듣고 있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뜻밖에도 심진아와 주윤호를 만났다. 이번 수업은 예비 부모가 함께 듣는 과정이었다. 원래는 내 남편이 함께 오기로 했지만, 일주일 전 해외 출장 중에 가벼운 교통사고로 다리를 다쳐 현지 병원에 입원 중이라 어쩔 수 없이 혼자 오게 되었다.
주윤호의 눈에 당혹감이 스쳤지만, 주변 시선을 의식해 모르는 척 태연함을 유지했다. 나 역시 그를 투명 인간 취급했다.
수업 내내 심진아는 보란 듯이 내 앞에서 “여보”, “자기야”를 연발했다. 태교 수업의 스킨십 동작마다 지나치게 친밀한 척 굴며 수시로 나를 향해 도발적인 시선을 던졌다. 그녀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우월감과 득의양양함이 가득했다. 나는 가당치도 않아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수업이 끝나고 주차장에 세워둔 내 마이바흐 앞으로 걸어갔을 때, 주윤호가 쫓아왔다.
“은서야, 내 말 좀 들어봐.”
그가 내 팔에 손을 얹었다. 나는 차가운 표정으로 그 손을 내리쳤다.
“주윤호, 난 이제 당신 아내 아니야! 당신 사정 따위 관심 없다고!”
“만약 당신이 재산을...”
재산을 되찾으려고 재결합을 제안하는 거라면 꿈 깨라는 말을 하려던 찰나, 심진아의 목소리가 끼어들었다.
“윤호 오빠.”
그녀는 가식적인 미소를 지으며 다가와 먼저 말을 걸었다.
“은서 언니, 걱정 마세요. 앞으론 저도 말 잘 들을게요. 제가 언니보다 어리기도 하고, 먼저 들어온 순서가 있으니까 언니가 형님 대접 받으시는 게 맞죠. 제가 아래로 들어갈게요.”
그녀가 내 배를 쳐다보며 말했다.
“마침 둘 다 임신했으니까, 나중에 아이들끼리 친구 하면 좋겠네요.”
연기력이 제법이었다. 주윤호는 간절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원래는 진아랑 정리하려고 했어. 그런데 아이를 가졌다고 하니 책임을 안 질 수가 없더라고. 은서야, 믿어줘. 다시는 이혼 같은 소리 안 할게. 넌 나랑 고생하며 여기까지 온 사람이야. 내 마음속 가장 중요한 자리는 언제나 네 거야. 이혼하고 몇 달 동안 정말 뼈저리게 느꼈어. 나 너 없으면 안 돼. 진아도 착하게 굴 테니까, 네가 넓은 마음으로 좀 이해해 주면 안 될까?”
화가 나기보다 그저 가소로웠다.
“주윤호, 마지막으로 경고하는데 나 결혼했다고! 그리고 내 아이도 당신...”
심진아가 웃으며 말을 잘랐다.
“은서 언니, 그런 뻔한 거짓말은 그만하세요. 결혼했다면서 남편분은 왜 태교 수업에 같이 안 왔어요? 저도 기꺼이 세컨드 자리로 만족하겠다잖아요. 오빠를 위해서라도 제발 저 좀 받아주세요, 네?”
주윤호 역시 내 어깨를 툭툭 치며 자신만만하게 굴었다.
“됐어, 서운해서 하는 소리인 거 알아.”
그때 그의 휴대폰이 울렸다. 거래처 전화인 듯했다. 그는 서둘러 내게 말했다.
“수요일에 혼인신고 하러 갈 테니까 데리러 갈게.”
그의 말투에는 거절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확신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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