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남편은 이제 내 하인이 되었다제1화
이 화는 약 2069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재혼 후 임신 6개월 차에 접어들었을 때였다. 전남편이 불쑥 나를 찾아와서는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은서야, 네 말이 맞았어. 심진아는 내 돈을 보고 접근한 거였어. 네가 했던 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더라고.”
그는 나의 불룩해진 배를 보더니, 이번에는 기쁨 섞인 미소를 지으며 덧붙였다.
“역시 나를 진심으로 사랑한 건 너뿐이었어. 우리 이제 아이랑 셋이서 다시 잘해보자.”
8개월 전, 그는 내게 외도를 고백했었다.
10년의 결혼 생활. 하루에 김밥 한 줄을 나눠 먹으며 버티던 시절부터 지금의 막대한 자산을 일궈내기까지 우리는 늘 함께였다. 형편이 나아지자마자 그는 내게 죽어도 그녀와 결혼해야겠다며 이혼을 요구했다.
그 10년의 피땀 어린 세월을 순순히 넘겨줄 순 없었다. 나는 주윤호를 속이기 위해 짐짓 거짓말을 했다.
“그 여자는 당신 돈을 사랑하는 거야. 못 믿겠으면 빈털터리로 나가봐.”
“만약 그 여자가 당신이랑 2년 동안 고생하며 버티면, 그땐 그 여자가 당신을 사랑한다는 걸 인정할게. 그때 재산을 다 돌려줄게.”
그는 내 말을 믿었고, 이혼 서류에 도장을 찍으며 빈털터리로 집을 나갔다.
과거의 회상에서 깨어나자, 주윤호가 내 배를 향해 손을 뻗고 있었다. 나는 차갑게 그의 손을 뿌리치며 쏘아붙였다.
“당신에게 줄 기회 같은 건 이제 없어. 나 이미 재혼했거든. 지금 남편은 나랑 아주 행복하게 잘 살고 있어.”
……
* * *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입가에 여유로운 미소를 띄우며 나를 안으려 팔을 벌렸다.
“내가 나쁜 놈이었어. 네 마음 아프게 한 거 알아. 그러니까 이런 서운한 소리는 그만해, 응?”
“내가 잘못했다고 빌게. 이제 그만 화 풀어.”
주윤호의 머릿속에서 나는 언제나 자신을 무한히 용서해 주는 사람이었다. 큰 잘못이든 작은 잘못이든, 고개 숙이고 좋은 말 몇 마디만 건네면 금방 풀릴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불륜은 내게 있어 돌아설 수 없는 선이었다. 그는 이미 자신의 능력으로 내 사랑을 완전히 거두어가게 만들었다. 나는 그의 팔을 거칠게 밀쳐내며 더욱 단호한 어조로 말했다.
“주윤호, 나 결혼했다고! 내 말 안 들려?”
그는 여전히 실실 웃고 있었다. 예전처럼.
내가 화를 내면 그는 언제나 뻔뻔하게 웃으며 내 기분을 맞추려 들었다. 내가 웃음을 터뜨릴 때까지 말이다. 그 수법은 언제나 백발백중이었다.
높게 솟은 내 배를 보며, 그는 더욱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다.
“알았어, 그만해. 곧 아이도 태어날 텐데.”
“나 바보 아니야. 이런 유치한 거짓말로 질투 유발 안 해도 돼.”
그는 모른다. 내가 쌍둥이를 임신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6개월인 배가 남들 8~9개월처럼 보인다는 것을. 그는 그저 이 아이가 자신의 아이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나 쌍둥이 임신했어. 이미 남편도 있고 새로운 가정도 꾸렸다고. 그러니까 이 아이, 당신 애 아니야!”
내가 다시 한번 쐐기를 박았지만, 주윤호는 오히려 더 거만하게 웃었다.
“참 한결같이 솔직하지 못하네.”
“평생 내 애 말고 누구 애를 갖겠어, 네가.”
“넌 살아서도 내 사람이고 죽어서도 내 사람이야. 나에 대한 네 사랑, 난 추호도 의심 안 해.”
나는 헛웃음이 나왔다.
아이 이야기가 나오자 심장이 보이지 않는 칼날에 도려지는 것 같았다. 그와 함께한 10년 동안 세 번의 아이를 가졌지만, 모두 사고로 잃었다.
첫 번째는 시어머니 때문이었다. 임신 7개월 차였던 그때, 내 배 모양을 보고 딸이 분명하다며 확신한 시어머니는 내가 모르는 사이에 밥에 낙태약을 섞었다. 아이를 잃은 것은 물론이고 나까지 목숨이 위태로웠다. 이혼하겠다고 난리를 쳤지만, 그는 울며불며 어머니 대신 사과했다. 나는 그때 시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해 감옥으로 보냈다.
두 번째는 결혼 5년 차였다. 그가 사업차 경쟁사와 다투다 상대를 중상해에 입혀 2년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임신 3개월이었던 나는 그의 뒷바라지를 위해 사방팔방 뛰어다니다 결국 유산했다.
세 번째는 결혼 9년 차, 임신 2개월 때였다.
그에게 심진아가 나타났다. 심진아는 나를 도발하며 계단에서 밀었고, 나는 다시 아이를 잃었다. 하지만 그는 심진아에게 단 한 마디의 꾸중조차 하지 않았다.
10년의 세월을 함께 고생하며 버텨온 정이, 고작 열아홉 살 소녀의 싱그러운 미소 한 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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