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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후 전남편이 개처럼 빌기 시작했다제3화

이 화는 약 1790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일주일 동안 파리로 날아가 패션쇼를 즐겼다. 한태준의 빈자리 따위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다만 시스템이 실시간으로 그의 근황을 중계해 줄 뿐이었다.

시스템의 정산이 시작되자마자 한강 그룹의 굵직한 프로젝트들이 줄줄이 무산되거나 경쟁사에 뺏기기 시작했다.

그는 자수성가한 인물이었지만, 너무 빠르게 정점에 올랐다.

본래 전통적인 재벌가들은 그를 눈엣가시처럼 여겼고, 이제 시스템의 가호가 사라진 그는 사방에서 날아오는 화살을 막아내느라 정신이 없을 터였다.

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쇼핑 영수증에 서명을 하며 비웃었다.

“사랑만 있으면 물만 마셔도 행복하다며. 따뜻한 물 챙겨주는 사람이 곁에 있으니 돈 좀 잃는 게 무슨 대수겠어.”

나는 내 일상을 SNS에 공유했다.

5분 뒤, 패션쇼 관계자가 공손하게 다가와 카탈로그를 내밀었다.

“이도현 회장님께서 지시하셨습니다. 이번 시즌 신상품은 이미 다 정리해서 숙소로 배송해 드렸습니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도현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고마워.]

답장은 즉시 돌아왔다.

[내 전용기가 파리에 있어. 언제든 편할 때 연락해. 돌아오면 저녁이나 같이 할까?]

잠시 멍해졌다. 태준과의 시작도 저녁 식사 한 끼였다.

그날 이후 그는 서울에 있는 한 절대 저녁 약속을 어기지 않겠다고 맹세했었지.

나는 휴대폰을 덮고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귀국 후, 지인의 초대로 승마장을 찾았다.

이 클럽은 철저한 회원제였고, 회원은 가족 한 명만 동반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친오빠의 명의를 썼지만, 결혼 후에는 당연히 태준의 명의로 이용해 왔다.

직원이 난감한 표정으로 내 이름이 명단에 없다고 했을 때, 나는 잠시 상황 파악이 되지 않았다.

고개를 드니 그곳에 희수가 서 있었다.

“윤서연 씨… 정말 죄송해요. 얼마 전에 제가 진짜 말은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했더니, 대표님이 바로 절 데려오셨거든요. 본의 아니게 자리를 뺏게 돼서 어쩌죠…”

그녀는 뿔테 안경을 벗고 수천만 원짜리 명품 승마복을 입고 있었다.

겉모습은 화려해졌을지 몰라도, 몸에 밴 저렴한 분위기는 숨길 수 없었다.

함께 온 지인이 한마디 거들려는 찰나, 태준이 걸어 들어왔다.

“서연아.”

그는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우리가 여전히 잉꼬부부인 양 내 이름을 불렀다.

“파리 다녀왔다며. 예전엔 이런 신상품들 내가 미리 주문해서 집으로 다 보내줬잖아. 당신 C사 VIP인데, 이번 시즌 고뜨 쿠튀르가 빠지면 컬렉션이 미완성이지 않겠어?”

하지만 그의 말은 여전히 오만했다.

그는 더 이상 내가 알던 그 남자가 아니었다.

“이제 그만 화 풀어. 사람 보내서 옷은 다 사다 놓을게. 오늘 중요한 비즈니스 파트너랑 약속이 있는데, 그분이 희수 씨 대학 선배라 같이 가야 해. 그러니까 당신은 오늘은 그만하고 집에 가서 기다려, 알았지?”

나는 한 걸음 물러나 그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한태준, 당신 눈엔 내가 고작 옷 몇 벌에 움직이는 여자로 보여?”

지인이 휴대폰을 꺼내 들며 분개했다.

“걱정 마 서연아, 내 동생도 여기 회원이야. 내가 전화할게.”

그녀는 태준을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윤서연 씨, 괜찮으시다면 제 회원권을 쓰시죠.”

모두의 시선이 한곳으로 쏠렸다. 태준의 안색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는 서진우였다. 오늘 태준이 따내려던 프로젝트의 가장 강력한 경쟁자.

나는 그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 보였다. “감사합니다, 서 대표님.”

진우가 살짝 미소 지었다. “서연 씨를 도울 수 있어 영광입니다.”

나는 두 사람을 무시하고 태준을 스쳐 지나갔다.

등 뒤로 지인의 고소해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한 대표님은 모르셨나 봐요? 옛날에 서 대표님이 서연이한테 고백하려고 한강 전체를 빌렸던 거. 신문 1면에도 대문짝만하게 났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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