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제3화
이 화는 약 189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지은이의 결혼식은 지은이 아버지의 호텔에서 진행되었다.
나는 떠난지 5년만에 처음으로 이 도시에 돌아왔다.
다시 사회로 나온지 좀 됐지만 그래도 사람이 많은 곳에 가면 저도 모르게 불안감이 찾아왔다.
“윤주야, 편하게 있어.”
지은이는 내 어깨를 다독이며 긴장을 풀라고 말했고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어서 신부대기실로 들어가라고 그녀를 재촉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착석하기 시작했고 내가 앉은 테이블은 대학교 동창들 테이블이었다. 하지만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했다.
배남준이 그날의 그 예쁜 여자와 함께 나타나면서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그들에게로 쏠렸다.
“배 사장도 곧 결혼식 올리겠네.”
그는 전혀 어색해하는 기색 없이 대범하게 여자의 손을 잡고 입장했다. 그러고는 내가 있는 방향을 힐끗 보고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나랑 소정이 결혼할 때 다들 와서 축하해 주는 거 잊지 마.”
그 여자의 이름이 소은정이었구나.
나는 고개를 숙이고 최대한 존재감을 줄였다.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이런 것밖에 없었다.
하지만 결국 한소정의 눈에 띄어 버렸다.
“저 사람 그날 내 손톱 해주던 사람이잖아?”
그녀의 말 한 마디에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드디어 누군가가 나를 알아보았다.
“너… 임윤주! 맞지?”
나는 고개를 푹 숙인 자세로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알아본 친구가 허벅지를 탁 치며 감탄했다.
“진짜였네! 그런데 너 왜 이렇게 변했어? 내 기억에 너 전에 엄청 예뻤는데 왜 지금은 영양실조 걸린 사람처럼 누렇게 떴어?”
너는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억지미소만 지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친구들 중에 배남준과 평소에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이 나를 향해 비아냥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우리 한성대 여신이 어쩌다가 이 처지가 되었을까? 설마 천벌을 받았나? 몇 년 동안 소식도 없어서 다들 네가 전염병이라도 걸려서 죽은 줄 알았잖아.”
이런 비웃음은 참을 수 있었다.
사실 교도소에 있을 때 당했던 괴롭힘에 비하면 이런 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물며, 오늘은 가장 소중한 친구 지은이의 결혼식이었기에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다.
식사가 시작되자 나는 내 앞에 있는 반찬만 집었다.
배남준이 피식 웃더니 한소정의 접시에 반찬을 챙겨주며 말했다.
“우리 임 여신은 해외에 오래 살더니 한국 반찬이 입맛에 안 맞나 봐?”
나는 멍한 상태로 입안의 음식을 삼키고 수저를 내려놓았다.
“다들 천천히 먹어. 난 이만 가볼게.”
그 말을 할 때 내 눈은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분명 테이블에 한때 같이 공부했던 동창들이 앉아 있는데도 나는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나는 지은이에게 인사도 못한 채, 그곳을 도망치듯 빠져나왔다. 배남준에게 돌려주려고 가져왔던 돈도 돌려주지 못한 채였다.
그런데 호텔을 나오자마자 누군가가 내 앞을 가로막았다.
배남준은 무슨 생각인 건지, 성큼성큼 나를 쫓아오더니 무작정 내 손을 끌고 구석진 곳으로 데려갔다. 그는 음침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노려보며 물었다.
“임윤주, 이게 뭐 하는 짓이야? 잘살 거라며 해외로 나갔잖아? 왜 돌아왔어?”
나는 불안한 시선으로 그를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애들 말이 맞아. 이게 네가 날 버린 대가야.”
“질투 나? 나 지금 돈도 권력도 다 가졌어. 예쁘고 상냥한 여자친구도 있고.”
“가장 중요한 건 소정인 날 사랑한다는 거야. 걔는 절대 아무 이유도 없이 날 버리지 않아! 그리고 너, 버려진 사람은 너야!”
그는 그동안 쌓았던 분노와 원망을 모두 나에게 쏟아냈고 그의 그런 감정들이 나를 숨 막히게 했다.
정신이 아득해지던 순간에 밖으로 달려나온 지은이가 숨을 헐떡이며 내 앞을 가로막았다.
“배남준, 이게 무슨 미친 짓이야? 너 윤주가 얼마나….”
“지은아!”
나는 다급히 지은이의 말을 끊었다.
그리고 아까 미처 못 돌려줬던 돈뭉치를 배남준의 손에 쥐여주고는 지은이를 끌고 밖으로 나왔다.
평생 오해 받고 미움 받더라도 그에게는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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