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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움이 머무는 자리제2화

이 화는 약 1992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밤 11시, 알람 소리가 울릴 때쯤 윤지훈이 욕실에서 나왔다. 그는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핸드폰을 들고 책방으로 들어갔다.

그가 아직도 잘 생각이 없는 모습을 보고 민설아는 잠시 미간을 찌푸렸다.

윤지훈은 항상 규칙적인 생활 패턴을 유지했다. 이 알람은 자야 할 시간을 알리는 신호였다.

민설아는 망설이다가 자리에서 일어나 조심스레 물었다.

“이미 늦었는데... 안 잘 거야?”

윤지훈은 핸드폰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손가락으로 빠르게 화면을 누르며 대답했다.

“아직 끝내야 할 과제가 좀 있어서. 조금 있다 잘게.”

3년간 함께한 시간 동안 민설아는 이렇게 다른 윤지훈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서예슬을 데리러 가느라 밤 10시 반이 돼서야 집에 들어온 것도 모자라 이제는 잘 시간마저 핑계를 대며 미루고 있었다.

민설아는 윤지훈의 뻔한 거짓말을 들춰내지 않았다. 대신 조용히 돌아서 방으로 들어갔다.

침실 맞은편 책방 문은 활짝 열려 있었고 그녀는 안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대로 볼 수 있었다.

과제가 있다고 하던 윤지훈은 핸드폰에 시선을 고정한 채 입가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표정의 윤지훈은 민설아도 낯설었다.

그동안 함께한 시간 동안 그녀는 그의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서는 아무리 차가운 사람도 이렇게 달라질 수 있는 거구나.’

민설아는 속으로 씁쓸하게 생각했다.

윤지훈은 사랑할 줄 모르는 게 아니었다. 단지 민설아 자신이 그의 마음을 얻을 사람이 아니었을 뿐이다.

민설아는 문을 닫으며 조용히 웃음을 흘렸다.

‘어차피 30일 후면 내가 떠나고 나면 윤지훈은 더 이상 숨길 필요 없이 진정 사랑하는 여자랑 함께 보낼 수 있겠지. 이미 결심한 건데 왜 스스로 괴로워해야 하지?’

다음 날 아침, 화창한 날씨 속에서 민설아는 일찍 집을 나서 아침밥을 사가지고 왔다.

집에 도착했을 때 윤지훈도 막 일어나 있었다.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조용히 아침을 먹었다.

식사를 마친 뒤, 윤지훈은 외투를 집어 들며 나갈 준비를 했다.

민설아는 지난주에 했던 약속이 떠올라 그를 불러 세웠다.

“오늘 토요일인데 쉬잖아. 지난번에 치월산 가서 저녁노을 보기로 했던 거 기억 안 나?”

윤지훈은 서두르던 걸음을 잠시 멈추더니 대답했다.

“교수님이 갑자기 과제를 내주셔서 오늘은 힘들 것 같아.”

민설아는 말없이 입안의 빵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반응이 평소와 달랐는지 윤지훈은 어색한 듯 말을 덧붙였다.

“다음번엔 꼭 데려갈게. 아마 다음 달쯤에는 시간이 좀 날 거야.”

예전 같았으면 윤지훈이 이런 말을 해주는 것만으로도 민설아는 기뻐서 어쩔 줄 몰랐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녀는 별다른 감정도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응.”

너무 달라진 반응에 윤지훈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는 식탁 위에 놓인 달력을 스치듯 보며 대화 주제를 바꿨다.

“이거 언제 산 거야? 30일 남은 건 뭐 중요한 일이라도 있어?”

민설아는 달력 위 빨갛게 표시된 숫자 30을 바라보다 조용히 한 장을 뜯었다. 숫자가 29로 바뀌었다.

“오늘 아침에 샀어. 한 달 후에 처리해야 할 일이 있어서 매일 기억하려고.”

민설아의 목소리는 담담했다. 윤지훈은 더 묻지 않고 현관으로 향했다.

신발을 신고 문을 열며 짧게 말했다.

“저녁에 타르트 사 올게. 푹 쉬어.”

그의 마지막 말은 닫히는 문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았다. 민설아는 쓴웃음을 지으며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민설아는 큰 가방을 꺼내 집 안의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오랜만에 꺼낸 물건들에는 한 번도 쓰이지 않은 커플 머그잔, 여러 디자인의 면도기, 함께 찍은 사진을 걸려고 샀던 빈 액자 등이 있었다.

이 모든 것은 그녀가 정성껏 골랐던 물건들이었지만 윤지훈은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 집도 그녀가 애정을 담아 꾸몄지만 윤지훈에게는 그저 잠시 머무는 숙소에 불과했다.

‘괜찮아. 어차피 이건 다 버리면 돼. 내가 떠난 뒤 윤지훈은 이곳에 살지도 않을 거니 말이야. 곧 이곳도 다시 비워지고 우리와 관련된 모든 흔적도 사라지겠지.’

민설아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며 하나하나 물건을 정리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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