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 대신 6년을 아파준 내가 이번엔 목숨까지 내놓았다제1화
이 화는 약 275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이 내 몸에 통증 전이 시스템을 연결해 놓았다.
그래서 온몸이 상처투성이였다.
백색증인 형은 어떤 빛도 견디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심각했다. 의사는 형이 16살까지만 살 수 있다고 단언했다.
하지만 형은 원래 노는 걸 좋아하는 성격이라 자꾸 몰래 밖으로 나갔고, 결국 온몸이 짓무르고 말았다.
아빠는 밤낮없이 돈을 벌었고, 마침내 거금을 들여서 나와 형에게 통증 전이 팔찌 두 개를 사 주었다.
6년 동안 형이 햇빛에 노출되면서 겪은 고통이 모두 내게 전이됐다.
엄마는 늘 나를 품에 안고 다정하게 상처를 치료해 주며 말했다.
“진호야, 미안해. 엄마는 그저 네 형이 남은 날들만이라도 행복하게 지냈으면 해서 그래.”
그런데 섣달그믐날,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외출했다.
하필 그날은 햇빛이 유난히 강했다.
집을 나서자마자 내 온몸에 물집이 돋아났다. 나는 견딜 수가 없어서 아프다고 소리쳤다.
그러자 형이 전이 팔찌를 잡아 뜯으며 울부짖었다.
“아파? 네가 아프면 전이하지 마! 그냥 내가 아파서 죽어버리면 되잖아!”
“어차피 나는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일찍 죽든 늦게 죽든 똑같잖아!”
순식간에 형은 온몸에 화상을 입은 채 정신을 잃었다.
엄마는 나를 거칠게 밀치면서 넘어뜨렸다.
“네 형은 이렇게 오랫동안 아파하면서도 한 번도 아프다고 소리친 적이 없어! 그런데 너는 겨우 6년 동안 통증을 전이받았다고 못 견디는 거니?”
“네 형은 16살까지만 살 수 있어! 엄마는 그저 형이 남은 몇 년이라도 행복하게 보내길 바란 것뿐인데, 그게 잘못이야?”
아빠가 형을 품에 안아 올리면서 말했다.
“아빠도 네가 아픈 건 마음이 아파. 하지만 통증은 친형제끼리만 전이할 수 있어...”
부모님은 형을 데리고 병원으로 향했다.
나는 바닥에 떨어진 전이 팔찌를 주웠다.
팔찌 위에 한 줄의 문구가 떠올랐다.
[상대방에게 수명을 전이할 수 있는데, 하시겠습니까? ]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확인’을 눌렀다.
* * *
나는 현관 앞에서 2시간 동안 얼어붙은 채 서 있었다.
온몸의 물집은 터졌다가 다시 생기기를 반복했고, 진물이 옷에 달라붙어 있었다.
숨을 쉴 때마다 상처가 당기면서 온몸이 쑤실 만큼 아팠다.
엄마 아빠가 드디어 돌아왔다.
두툼하게 감싸인 채 아빠에게 안긴 형은 조심스럽게 침대에 눕혀졌다.
엄마는 곧장 나에게 다가왔다.
“이제 만족해?”
엄마는 내 뺨을 세차게 후려쳤다.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아팠다.
“의사 선생님이 네 형 병세가 급격히 나빠져서 16살도 못 넘길지 모른대!”
내 귀가 울렸고, 얼굴이 금세 부어올랐다.
나는 멍해져서 무심코 입을 열려고 했다.
‘아니야. 형은 오래오래 살 거야. 내 목숨을 형에게 줬으니까!’
하지만 내가 입을 열기도 전에 형이 갑자기 몸부림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맡에 놓여 있던 가족사진을 낚아채더니, 사진 속 자신의 모습을 손톱으로 뜯어냈다.
“이제 만족해?!”
형의 목소리는 잔뜩 갈라져 있었고, 눈물이 얼굴의 연고와 섞여서 흘렀다.
“내가 죽으면 네가 엄마 아빠의 하나뿐인 아들이 되는 거잖아!”
“그럼 앞으로는 엄마 아빠가 영원히 너만 바라보고 살겠네? 그렇지?”
“아니야. 나는...”
나는 형에게 다가가 손목에 찬 생명 팔찌를 건네려고 했다.
“형, 빨리 이거 차. 미안해...”
“진호는 이제 아픈 것도 안 무서울 거야.”
“오지 마!”
형은 찢어진 사진을 나에게 던졌다.
“난 네가 싫어!”
“난 다 싫다고!”
“왜 하필 나야?!”
“왜 하필 내가 이런 병에 걸려야 하는데?”
엄마가 형을 꼭 끌어안으며 울먹였다.
“괜찮아. 엄마가 여기 있어.”
“엄마가 무슨 일이 있어도 너를 살릴 거야.”
아빠는 손에 든 팔찌를 받아 들었다.
지친 얼굴로 미간을 꾹 누르더니 나를 바라봤다.
“진호야, 옆집 아주머니 댁에 잠깐 가 있어.”
말투에는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형이 지금 감정적으로 불안정하니까, 너는 일단 나가 있어.”
나는 익숙하게 옆집 문을 두드렸다.
이번이 몇 번째인지 이제는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
처음에는 J시에서 유명한 전문가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부모님이, 그날 밤 바로 형을 데리고 떠났다.
나는 학교가 끝난 뒤 현관 앞에서 날이 저물도록 기다렸다.
추위에 떨다 열이 40도까지 올랐고, 결국 옆집 아주머니가 나를 발견하지 않았다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지난번에는 유치원 학부모 참관 수업이 있는 날이었다.
나는 엄마 아빠에게 말하려고 했다.
“엄마 아빠, 안 와도 돼. 진호 혼자 있어도 괜찮아.”
그런데 형이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일부러 자랑하는 거지?”
“나는 학교도 못 가는데!”
그리고 나는 지금처럼 또 이 집의 문을 두드렸다.
문이 열리고, 옆집 아주머니가 나를 보며 한숨을 쉬더니 나를 안으로 끌어들였다.
“서진아, 구급상자 가져와!”
아주머니의 딸 서진 누나가 방에서 뛰어나오더니, 나를 보자마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진호야?”
“너... 또 쫓겨난 거야?”
서진이는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네 부모님은 어떻게 이럴 수 있어! 그저 호준이밖에 없잖아! 너무 편애하는 거 아니야?”
“아니에요!”
나는 곧바로 반박했다.
“형이 아프잖아요. 우리 모두 형을 돌봐야 해요! 그리고...”
나는 더러워진 소매를 걷어 올려서, 새로 생긴 상처와 오래된 상처가 겹겹이 남은 물집과 짓무른 상처를 보여 주었다.
“봐요.”
“형이 아파야 할 게 내 몸으로 옮겨온 거예요.”
“이거 전부 엄마가 직접 치료해 준 거예요!”
“엄마는 절대 편애하지 않아요! 내가 조금 아픈 건 괜찮아요. 형이 행복하면 그걸로 됐어요.”
서진 누나는 내 팔의 상처를 보고는 그저 고개만 저었다.
그때 아주머니가 약을 들고 돌아왔다.
크고 따뜻한 아주머니의 손은 엄마의 손과 닮았지만 느낌이 또 달랐다.
엄마의 손도 따뜻했지만, 늘 어딘가 다급한 느낌이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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