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죽음으로 내몬 결혼식제1화
이 화는 약 252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우리 엄마는 나 때문에 화병으로 돌아가셨다.
내가 주인공이 돼야 할 결혼식의 신부가 박형식의 파트너로 바뀐 순간 엄마는 숨이 멎어 들었고 그렇게 내 결혼식은 엄마의 장례식이 되어버렸다.
박형식은 그럼에도 결혼식을 강행했고 아예 나더러 강지연 손에 반지를 끼워주라고 했다.
“얼른 끼워줘, 식 끝나면 내가 다 설명할게.”
나는 그런 박형식을 무시하며 엄마의 시체를 안고 호텔을 나왔다.
저녁 8시가 되자 신부가 바뀐 결혼식도 원만히 끝났는지 강지연이 인스타에 피드를 하나 올렸는데 거기에 좋아요가 수십만 개나 달려있었다.
“오늘 드디어 원하던 사람과 결혼했어요, 다들 와주셔서 너무 고맙고 또 본인 주제를 알고 알아서 비켜주신 그분한테도 고맙네요.”
“사랑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은 사랑해주지 말아야지.”
그 피드 아래에 달린 박형식의 댓글을 본 나는 차디찬 영안실에서 둘을 위해 '좋아요'를 눌러주며 “오래도록 행복하세요.”라는 댓글을 달았다.
그리고는 엄마의 유골함을 안고 짐을 정리하러 집으로 돌아갔는데 그곳에서 하필 내가 산 소파에 앉아 서로를 부둥켜안고 키스를 하고 있는 박형식과 강지연을 보게 되었다.
* * *
강지연이 여기에 온 건 사실 오늘이 처음은 아니었다.
3년 전, 그녀가 한울 그룹의 주요 파트너가 된 뒤로는 비즈니스를 핑계로 이 집에 자주 드나들곤 했었다.
아침이든 깊은 밤이든, 눈이 오든 비가 오든 상관없이 그녀는 일에 대한 “열정” 하나로 박형식을 찾아왔었다.
처음에는 나도 그녀의 방문을 달가워하지 않았지만 박형식은 오히려 나에게 태도를 분명히 하라며 화를 냈다.
“돈 벌어다 주면 쓰는 건 너잖아, 뭐가 싫다는 건데.”
그날 일이 있은 뒤 한 번 더 비슷한 얘기를 하니 박형식은 그때부터 며칠 동안 나를 무시했다.
그때는 내가 그를 많이 사랑할 때여서 나는 결국 먼저 사과를 하며 본인의 마음은 스스로 다독였었다.
하지만 그 대가가 이 100g도 안 되는 유골함일 줄은 상상도 못 했었다.
헛웃음을 흘리며 문을 연 순간 보이는 격정적인 키스를 하고 있는 둘의 모습에 나는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등불에 비친 강지연의 하얀 피부는 술을 많이 마셨는지 빨갛게 달아올라 있어 뼈가 없는 사람처럼 박형식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았다.
내가 안으로 들어가자 박형식은 내 손에 들린 유골함을 보더니 강지연을 살짝 밀어내고 그걸 받아 소파에 올려두었다.
“정말 돌아가신 건 맞네, 연기인 줄 알았는데.”
박형식은 축 처진 눈썹을 하고 나를 내려다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위로를 하기 시작했다.
“아직도 화난 거야? 그래, 사실 나도 괴로워. 나도 일이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고.”
그 말을 들은 나는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다 나왔다.
우리 엄마가 쓰러질 때 어차피 다 연기라면서 차라리 그냥 죽었으면 좋겠다고 결혼식을 밀어붙인 게 누군데 제 바람을 다 이루고 나니 저런 말투와 표정으로 자신도 괴로웠다고 하는 게 가증스럽기만 했다.
오늘은 나에게 있어서 가장 행복한 날이어야 했다.
20년 동안 바라고 바라던 내 죽마고우에게 시집가는 이 기쁜 날에 나는 사실 그에게 좋은 소식을 하나 전해주려 했었다.
박형식은 선천적으로 정자 감소증이 있어 아이를 가지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인데 그래서 그의 소원이 자신의 아이를 낳는 것이었다.
한울 그룹의 대를 잇는 건 박형식뿐만 아니라 한울 그룹 전체의 소망이었기에 온 집안 식구들, 특히 박형식의 할머니는 매일같이 기도했고 또 기도의 신령함을 높이기 위해 머리를 깎고 비구니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나도 의사 일을 하며 덕을 많이 쌓아서 하늘이 도와주신 건지 기적적으로 박형식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었다.
그래서 그걸 서프라이즈로 공개하기 위해 주머니에 검사보고서를 넣어놨었는데 지금은 저 얼굴만 봐도 구역질이 나와 알려주고 싶은 마음이 싹 사라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박형식, 우리 이제 헤어지자.”
나는 당황한 그의 표정을 마주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우리 오늘부로 다시는 보지말자.”
엄마가 죽던 그 순간부터 박형식에 대한 사랑은 진작 사라졌지만 나를 끔찍이도 아껴주시는 그의 할머니를 생각해서 조용히 떠나려 했었는데 박형식이 이미 내가 정한 선을 넘어버려 나도 조용히 참고 있을 수가 없었다.
“괴롭다는 내 말로는 부족해? 무릎 꿇고 빌기라도 할까?”
내 팔을 거칠게 잡아오며 차갑게 나를 내려다보는 박형식은 나더러 강지연 손에 반지를 끼워주라고 할 때처럼 이를 악물며 말했다.
“네 위치가 어딘지 알고 얘기해, 임미연.”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하기 싫어 엄마의 유품을 챙겨 나가려고 손을 뻗었는데 그때 강지연이 소파에서 일어서더니 내가 들고 있는 유골함을 가리키며 놀란 척을 해댔다.
“어머, 아주머니 지금 여기에 계시는 거예요?”
“어쩌다 그렇게 되셨대요? 진짜 유감이네요...”
말을 마치자마자 그녀는 박형식을 보며 아양을 떨기 시작했다.
“형식 씨, 나 유골함 맘에 드는데, 내가 키우는 강아지도 어제 죽었거든요. 저거 나한테 주라고 하면 안 돼요? 우리 강아지 불쌍해서 아줌마 유골함에 담아주고 싶어요. 그렇게 해줘요, 응?”
그 말을 들은 내가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박형식을 바라봤는데 그는 당연하다는 듯 내 손에 들린 유골함을 뺏어가려 했다.
“가져와.”
“개한테 딱 어울리는 거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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