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속 진심제2화
이 화는 약 209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2025년 4월 4일, 맑음, 내가 죽은 지 94일째
하룻밤을 기다렸지만 내가 돌아오지 않자, 가족들은 초조함과 분노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빌어먹을 계집애. 내쫓긴 걸로 부족했나? 이제는 날개라도 달려서 어디로 날아가버리기라도 한 거냐? 전화를 받아야 할 거 아니야!”
아빠는 격노하며 휴대전화를 바닥에 던졌다.
쾅!
나무 장판에 커다란 흠집이 생겼다.
나는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만약 내가 살아 있었다면, 그 핸드폰은 내 머리 위로 날아왔을 게 분명했다.
엄마는 당황한 얼굴로 안절부절못했다. 엄마의 소중한 아들은 병원에서 이식받을 골수와 병원비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혹시 골수 기증하라고 하니까 하기 싫어서 숨어버린 거 아니야?”
“안 되겠어. 학교로 찾아가요!”
부연서가 제안했고, 그 말에 부모님은 모처럼 즉시 의견 일치를 보았다.
세 사람은 곧바로 아빠의 SUV에 올라탔다.
“세상에 이런 누나가 어디 있어? 동생이 죽어가는데 숨어버려? 학교에서 찾으면 혼쭐을 내주겠어!”
...
아빠의 SUV는 빠르게 도로를 질주했다.
엄마는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언니는 뒷좌석에서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부연서는 SNS에 글을 올렸다.
[소민아, 너 어디 있니? 우리는 가족이잖아! 기다리고 있어.]
함께 올린 사진은 병원에서 창백한 얼굴로 누워 있는 내 남동생과 꽃을 들고 걱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이었다.
나는 부연서 옆에 앉아 언니의 핸드폰 화면을 힐끔거렸다.
부연서는 팔로워가 수십만 명인 인기 있는 SNS 블로거였다. 금세 수많은 ‘좋아요’와 댓글이 달리기 시작했는데, 대부분은 무슨 일이냐고 묻는 내용이었다.
그녀는 댓글에 이렇게 답했다.
“남동생이 백혈병으로 골수 이식이 시급해요. 소민이가 용기 내어 돌아와 줬으면 좋겠어요.”
그러고 나서는 바로 그 댓글을 삭제했다.
그 순간, ‘생명의 릴레이’라는 제목으로 퍼지기 시작한 글은 순식간에 공유되어 작은 마을 전체가 ‘도망친 겁쟁이 여동생’ 부소민을 찾기 시작했다.
나는 언니의 핸드폰에 쏟아지는 분노의 댓글들을 무심히 바라보며 생각했다.
‘가족들이 정말로 나를 찾아낼 수 있을까? 정말 ‘사라진 나’를 찾아내면 좋겠어.’
...
나는 생전에 아빠의 차를 탈 자격조차 없었다.
검은색 가죽 시트는 부드러워 보였고, 손끝으로 한번 만져보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손이 닿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관통해 버릴 뿐이었다.
아빠의 SUV, 네 자리 중에 어느 하나도 내 자리는 없었다.
부모님이 나를 학교에 데리러 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동안 부모님이 참석해야 할 모든 모임은 대신 외할머니가 항상 참석해 왔다.
아빠는 언니처럼 예쁘거나 똑똑하지 않은 내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고 의심하기도 했다.
내가 동글동글한 얼굴에 크지도 예쁘지도 않은 눈을 가지고 있고, 성격도 조용하고 말수가 적다는 이유였다.
엄마는 더 말할 것도 없었다. 나를 낳을 때 난산으로 큰 고통을 겪었던 탓에, 엄마는 나를 볼 때마다 그때의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다고 했다.
차는 곧 학교에 도착했다.
경비실에 앉아 있던 경비 아저씨는 졸고 있었다.
아빠는 창문을 두드리며 몇 번이나 소리쳤다.
경비 아저씨는 느릿하게 눈꺼풀을 들어 올리며 세 사람을 쳐다보았다.
“우리는 부소민의 부모입니다. 문 좀 열어주시죠.”
경비 아저씨는 세 사람을 유심히 살폈다.
추운 날씨로 학교는 이미 휴교 상태였다. 더군다나...
“소민이에게 무슨 부모가 있습니까? 그 애는 외할머니랑만 살았고, 그 할머니도 반년 전에 돌아가셨소. 거짓말을 하려면 차라리 삼촌이나 이모라고 해야 믿지.”
경비 아저씨는 최근 마을에서 자꾸 물건이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떠올라, 이들이 학교에 들어와 뭔가 훔치려는 건 아닐지 의심했다.
“지금 뭐라고 했어요? 그 계집애가 감히 우리를 저주해? 역시 배은망덕한 년이야! 선생님, 제가 부소민 엄마예요! 당장 그 애를 불러내 주세요!”
엄마는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얼굴이 일그러졌다.
학교가 기숙사 학교라는 걸 알기에, 엄마는 내가 평소처럼 기숙사에서 숨어 지낼 거라고 확신하고 있었다.
“그래요. 그러면 그 애가 어느 반인지 말해보쇼. 담임 선생님은 누구요?”
경비 아저씨는 화가 잔뜩 난 엄마의 흉악한 표정에 놀랐지만, 그래도 직무를 다하기 위해 상황을 기록하기로 했다.
이때...
“연서야, 네가 소민이 어느 반인지 알지?”
엄마가 언니에게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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