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보니 국가급 천재 새엄마제1화
이 화는 약 246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실시간 스트리밍 창은 이미 지옥불처럼 타오르고 있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안티팬들은 모두 이른 아침부터 키보드를 잡고 앉아, 갓 재벌가에 입성한 내가 망신당하는 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성격 파탄자로 유명한 '현대판 재벌 3세'이자 톱스타인 그 도련님이 밥상을 엎어버리는 자극적인 장면을 기대했으리라. 하지만 화면에 잡힌 모습은 그들의 예상과는 전혀 다른, 기묘한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천하에 무서울 것 없다던 그 오만한 소련님은 지금 거실 구석에 쭈그려 앉아 있었다. 붉게 충혈된 눈을 한 채, 불평등 조약이 빼곡히 적힌 A4 용지 한 장을 보물이라도 되는 양 움켜쥐고서. 그 옆에서 청순한 이미지로 사랑받던 여배우 유소희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눈물을 쏟아내며 나를 가리켰지만, 정작 입술만 달달 떨 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작 주인공인 나는? 아주 우아하게 미디엄 레어로 익힌 스테이크를 썰고 있었다. 나이프와 포크가 고급 본차이나 접시에 부딪히며 경쾌한 금속음을 냈다. 나는 고개조차 들지 않았다. 그저 지능이 낮은 생명체를 보듯 싸늘한 시선으로 그들을 훑었을 뿐이다.
"계속 울어봐. 데시벨 60 넘으면 층간소음으로 간주해서 민원 넣을 거니까. 아, 변호사 통해서 내용증명은 이미 뽑아놨어."
채팅창이 3초간 정지했다. 그리고 이내 폭발했다.
이게 어디 봐서 재벌가에서 버림받은 비련의 여주인이란 말인가? 이건 연예계를 참교육하러 강림한 저승사자가 분명했다. 제작진이 파놓은 함정은 이미 내가 가루로 만들어버린 지 오래였다. 카메라를 든 촬영 감독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 * *
새벽 6시. 강남의 최고급 빌라 단지는 새소리조차 조심스러울 만큼 고요했다. 리얼리티 예능 '디어 마이 패밀리' 시즌 5의 제작진은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이 펜트하우스 문 앞까지 쥐새끼처럼 조심스럽게 접근했다.
조연출은 카메라를 향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마스터키를 만지작거렸다. 실시간 댓글창은 이미 악의적인 기대감으로 도배되어 있었다.
[강서윤 민낯 보나?], [떡진 머리에 잠꼬대하는 거 박제 가즈아!]
띠릭.
적막을 깨는 전자 도어록 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카메라를 든 무리가 한탕 하겠다는 기세로 현관을 들이닥쳤다. 하지만 그들이 기대했던 당황스러운 비명이나 흐트러진 차림의 낭패감은 어디에도 없었다.
거실의 통창 커튼은 이미 완벽하게 걷혀 있었고, 이탈리아제 가죽 소파 위로 황금빛 아침 햇살이 쏟아지고 있었다. 공기 중에는 갓 내린 커피의 고소하고 쌉싸름한 향이 감돌았다.
나는 몸에 부드럽게 감기는 실크 홈웨어를 입고, 머리카락 한 올 흐트러짐 없이 단정하게 올린 채 앉아 있었다. 잔머리 한 가닥까지도 철저하게 계산된 각도로 고정된 상태였다. 손에 든 본차이나 커피잔을 가볍게 쥔 채 다리를 꼬고 앉아 침입자들을 바라보는 내 모습은, 집이 아니라 마치 상장 기업의 이사회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발표하려는 집행관 같았다.
맨 앞에 서 있던 카메라 감독이 주춤하며 카페트에 발이 걸려 넘어질 뻔했다. 조연출의 얼굴에 떠올랐던 비열한 미소도 순식간에 굳어버렸다.
나는 잔을 내려놓았다. 찻잔 받침과 부딪히는 소리가 고요한 거실에 챙그랑 울려 퍼졌다.
"무단 가택 침입. 형법 제319조에 의거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는 건 알고 오셨겠죠?"
목소리는 낮고 평온했다. 아무런 감정의 기복도 없었지만, 현장의 모든 이들은 등 뒤로 서늘한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조연출은 이마의 식은땀을 닦으며 애써 제작진의 위엄을 되찾으려는 듯 미션 카드를 내밀었다.
"강서윤 씨, 이건 예능의 묘미인 기습 촬영입니다. 계약서에도 명시된 내용이라 저희에겐 촬영 권한이 있어요."
"계약서 제7페이지 세 번째 줄. '업무 시간 내의 돌발 촬영에 협조한다'고 되어 있죠."
나는 손목을 들어 다이아몬드가 박힌 시계를 톡톡 두드렸다.
"현재 시각 오전 5시 58분. 계약서상 명시된 업무 시작 시간인 6시까지 정확히 2분 남았네요."
자리에서 일어나자 실크 천이 몸의 곡선을 타고 유려하게 흘러내렸다. 차가운 향수 냄새가 공기를 스쳤다.
"나가요."
단 두 마디. 간결하고도 강력했다.
채팅창은 잠시 멈췄다가 이내 뒤집어졌다.
[와, 포스 미쳤다.], [싸가지 없다고 욕하고 싶은데, 법 조항 읊는 게 우리 집 고3 담임 같아서 다리가 후들거려.], [대본 아냐? 누가 6시에 풀메이크업하고 커피를 마셔?]
조연출은 내 아우라에 압도되어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정말로 팀원들을 데리고 현관 밖으로 쫓겨났다. 나는 다시 소파에 앉아 태블릿 PC를 켰다. 카메라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6시 정각을 알리는 알람이 울리자, 나는 그제야 고개를 살짝 돌려 문밖에서 안절부절못하던 스태프들에게 손가락을 까닥였다.
"들어와요. 신발은 벗고. 카페트 1억짜리니까 오염되면 출연료에서 깔게요."
카메라 감독은 흙탕물이 묻은 운동화를 내려다보고, 눈이 시리도록 하얀 양모 카페트를 번갈아 보더니 말없이 신발을 벗었다. 양말만 신은 채 까치발로 들어오는 그들의 모습은 예능 촬영이라기보다 황실 알현식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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