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안 드세요? 그럼 버리겠습니다 · 제3화설정≡

안 드세요? 그럼 버리겠습니다제3화

이 화는 약 4131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집에 도착한 건 낮 11시 반이었다. 어머니는 벌써 주방에서 분주하게 움직이고 계셨다. 아버지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현관까지 마중을 나오셨다.

"아이고, 왔냐! 네가 지윤이구나? 어서 와라, 어서 들어와!"

지윤이가 싹싹하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아버님." 아버지는 입이 귀에 걸려 지윤이를 집 안으로 이끌었다.

거실에는 할아버지가 언제나처럼 그 낡은 원목 안락의자에 앉아 계셨다. 여든둘의 연세에도 머리는 새하얗지만 허리는 꼿꼿하셨고, 손에는 여전히

오래된 라디오가 쥐어져 있었다. "할아버지, 저 왔습니다. 이쪽은 배지윤이라고 해요." 나는 지윤이를 앞으로 살짝 밀었다.

지윤이는 아주 당당하고 맑은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할아버님." 할아버지는 무거운 눈꺼풀을 들어 지윤이를 위아래로 3초간 훑어보셨다.

그러고는 고개를 한 번 끄덕이셨다. "어."

단 한 글자. 하지만 나는 알았다. 이 "어"는 '당장 내쫓지는 않겠다'는 뜻이었다. 할아버지의 사전에서 이 정도면 격렬한 환영 인사나

다름없었다.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10여 분간의 가벼운 담소가 이어졌고, 어머니가 주방에서 나오셨다. 아직 앞치마도 풀지 못했고, 이마엔 땀방울이 맺혀 있었다. "우리 지윤이

왔어? 아이고, 참 곱기도 해라. 어서 앉아, 뭐 좀 마실래?" "어머님, 안녕하세요. 신경 쓰지 마세요, 전 아무거나 다 괜찮아요."

어머니는 활짝 웃으셨다. 내가 며느릿감을 데려오기만을 얼마나 기다리셨던가.

다시 20분이 지났다. 12시가 조금 넘자 모든 음식이 식탁에 세팅되었다. 전통 수육, 묵은지 고등어조림, 매콤한 낙지볶음, 시금치나물, 그리고

커다란 뚝배기에 담긴 할아버지용 꼬리곰탕까지. 식탁 위가 빈틈없이 꽉 찼다. 뜨거운 김이 피어오르고 군침 도는 냄새가 진동했다.

냄새를 맡은 지윤이의 눈이 반짝였다. "와, 어머님 요리 솜씨가 장난 아니신데요? 냄새 진짜 좋아요." "다 그냥 집 반찬이지 뭐. 입에 맞을지

모르겠다. 자, 다들 앉자."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나, 지윤이, 그리고 아버지. 셋이서 식탁에 둘러앉았다. 맛있는 반찬들이 눈앞에 있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앉지

않으셨다.

어머니는 앞치마를 풀고, 옷매무새를 가다듬은 뒤 거실 쪽으로 걸어갔다. 지윤이가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속삭였다. "시작됐어."

어머니는 거실과 식당을 잇는 복도 한가운데 서서, 할아버지가 계신 곳을 향해 헛기침을 한 번 하셨다. "아버님, 진지 드세요." 첫 번째.

할아버지는 미동도 하지 않으셨다. 지윤이의 시선이 어머니에게서 할아버지로, 다시 어머니에게로 옮겨갔다. 식탁 밑에서 그녀의 주먹이 꽉 쥐어지는

걸 나는 볼 수 있었다.

5초. 10초.

"아버님, 오늘 도진이가 며느릿감 데려왔습니다. 이리 오셔서 같이 드시지요." 두 번째.

할아버지는 라디오 볼륨을 아주 약간 줄이셨다. 그게 다였다. 지윤이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그녀가 나를 휙 돌아보았다. 나는 차마 그녀와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저 식탁 위에 놓인 묵은지 고등어조림만 뚫어져라 쳐다봤다. 뜨겁던 국물 표면에 벌써 얇은 기름 막이 굳어가고 있었다.

"아버님, 좋아하시는 꼬리곰탕 끓였습니다. 세 시간이나 푹 고았어요." 세 번째.

할아버지가 "어." 하고 소리를 내셨다. 지윤이는 이 기막힌 상황을 뚫어지게 응시하고 있었다. 그녀의 표정은 의아함에서 '확신'으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미리 짠 몰래카메라가 아니라 현실이라는 확신.

"아버님, 다들 기다리고 있습니다. 반찬 식으면 맛없어요." 네 번째.

어머니의 목소리는 여전히 상냥했고, 얼굴에는 한결같은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프로페셔널했다. 30년이란 세월이 깎고 다듬은 완벽한 프로의 모습.

아버지는 식탁 밑에서 말없이 두 손을 비비적거리고 있었다. 지윤이도 그걸 눈치챘다. 그녀는 아버지가 처음부터 끝까지 단 한마디도 거들지 않는다는

사실도 똑똑히 목격했다.

"아버님, 라디오 그만 들으시고 이쪽으로 오세요. 사람 많으니 시끌벅적하고 좋잖아요." 다섯 번째.

할아버지가 마침내 라디오를 내려놓고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하지만 그는 식탁으로 오지 않고 세면대로 가더니 아주 느긋하게 손을 씻기 시작했다.

일곱 번의 부름이 완성되기 전까지 할아버지는 온갖 종류의 '막간 행동'을 할 수 있었다. 손 씻기, 물 마시기, 화장실 가기 등등. 단지

식탁에 앉지만 않을 뿐이다.

지윤이의 호흡이 미세하게 거칠어졌다. 나는 들을 수 있었다. 그녀는 참고 있었다. 대체 뭘 참고 있는 걸까? 실소? 분노? 아니면 밥상을

엎어버리고 싶은 충동? 확실하진 않지만, 어쨌든 그녀가 맹렬히 참고 있다는 것만은 분명했다.

"아버님, 얼른 오세요. 오늘 특별히 아버님 좋아하시는 반찬으로 더 준비했습니다." 여섯 번째.

손을 다 닦은 할아버지가 뒷짐을 진 채 느릿느릿 식당으로 걸어오셨다. 식탁 앞에 서서 차려진 음식들을 쓱 훑어보았다. 그리고 지윤이를 한 번

쳐다보셨다. 지윤이도 지지 않고 할아버지와 눈을 맞췄다. 그녀의 눈빛은 무서울 정도로 차분했다.

할아버지가 자리에 앉으셨다. 하지만 젓가락은 들지 않았다. 두 손은 여전히 식탁 위에 평행하게 놓여 있었다. 마지막 의식.

어머니가 식탁으로 다가와 할아버지 곁에 섰다. "아버님, 수저 드시지요." 일곱 번째.

3초. 할아버지가 마침내 수저를 드셨다. 수육 한 점을 집어 드셨다. "음, 먹을 만하네."

개시 신호가 떨어졌다. 아버지의 젓가락이 번개처럼 허공을 갈랐다. 나 역시 서둘러 젓가락을 들었다.

하지만 지윤이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수저는 밥그릇 옆에 가지런히 놓인 채 1밀리미터도 움직이지 않았다. 그녀는 어머니가 식탁에서 제일

마지막으로 의자를 빼고 앉는 모습을 응시했다. 어머니가 수저를 들 때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까지. 그건 긴장해서가 아니라, 내내 무거운

솥을 들고 국자를 저어대느라 팔 근육이 뭉친 탓이었다.

지윤이는 그 모습을 꼬박 3초간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고개를 푹 숙이고, 말없이 반찬을 집어 먹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식사 내내 그녀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어머니가 이따금 건네는 질문에만 예의 바르고 짧게 대답할 뿐이었다. 미소는 잃지 않았지만,

그뿐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6년이나 겪었다. 나는 그녀의 침묵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너무도 잘 알았다. 화산이 폭발하기 전은, 언제나 이렇게 끔찍하게

고요한 법이다.

그날 저녁 돌아오는 길, 차는 20분째 달리고 있었다. 그녀는 단 한 글자도 내뱉지 않았다. 나도 감히 입을 뗄 엄두가 나지 않았다.

21분째 되던 순간, 마침내 그녀의 입이 열렸다. "서도진." "어, 응." "너희 어머니, 매일 저러셔?" "응." "30년 동안?" "응."

"너희 아버지는 저걸 그냥 보고만 있고?" "응." "너도 그냥 보고만 있었고?"

핸들을 쥔 내 손에 땀이 뱄다. "나는..." "일곱 번." 그녀의 목소리는 낮고 차가웠다. "매 끼니마다 일곱 번. 하루 세끼. 일 년이면 천

번이 넘고. 30년이면 무려 3만 번이야."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너희 어머님, 겨울마다 목소리 쉬시지?" "그걸 어떻게..."

"아까 네 번째 부르실 때부터 벌써 헛기침하시면서 목 가다듬으시더라."

차 안에는 다시 숨 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게다가." 지윤이가 말을 이었다. "오늘 반찬들, 다 막 해서 따끈따끈하게 상에 올라왔잖아.

근데 너희 할아버지 앉으실 때쯤엔 꼬리곰탕 국물 다 식어서 기름 떠 있는 거 봤어? 어머님이 반나절 내내 땀 뻘뻘 흘리며 고생한 게 다

차가운 쓰레기가 되어버렸다고."

나는 입을 벌렸지만,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는 태어날 때부터 그렇게 먹고 자랐으니까. 다 식어버린 차가운 밥과 반찬은

우리 집에선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지윤이가 내 눈앞에 현실을 들이밀기 전까지는, 단 한 번도 그게 비정상이라고 뼈저리게 느껴본 적이

없었다.

"서도진." "응." "만약에 우리가 나중에 결혼해서." "응." "내가 저 집에 들어가 살게 되더라도." "..." "난 일곱 번 안 불러."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평온했다. 마치 변할 수 없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하듯. 마치 '내일 해는 동쪽에서 뜬다'라고 말하는 것처럼 너무나

당연하고 단호했다.

나는 슬쩍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녀는 창밖을 보고 있었다. 가로등 불빛이 일정한 간격으로 그녀의 옆얼굴을 스치고 지나갔다. 표정은 여전히

고요했다.

내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두려움 때문이 아니었다. 뭐라고 설명하기 힘든, 아주 기묘한 감정. 어쩌면 그것은... '기대감'이었을지도 모른다.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

제4화는 공식 앱에서

본 사이트에서의 미리 읽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앱을 설치하고 아래 앱 코드를 입력하면 이 작품의 제4화부터 그대로 읽어 나갈 수 있습니다.

590244
  1. 아래 버튼에서 공식 앱을 설치합니다(무료).
  2. 앱을 열고 「코드 입력」에 이 코드를 넣으면 이 작품이 책장에 들어갑니다.
iPhone・iPad
에서 받기
Android
에서 받기

앱에서 제4화 읽기

작품 페이지로 돌아가기 본 사이트에 게재된 것은 미리 읽기 장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