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 죽인 그 남자의 선택제3화
이 화는 약 230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배찬규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박시윤의 입술을 덮쳤고, 박시윤은 낮게 신음했다.
두 사람은 뜨겁게 입을 맞추었고 이내 서로의 몸을 거리낌없이 탐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작 마지막 순간에 박시윤이 갑자기 숨을 헐떡이던 배찬규를 밀어냈다.
“안 돼. 지금 오빠는 유부남이잖아. 게다가 진솔 언니는 오빠 아이를 가졌어. 나는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 않아!”
배찬규의 눈에서 욕망의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다. 배찬규는 살짝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어. 나는 네 마음을 절대로 저버리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조금만 더 기다려줘. 순수한 너를 가지려면 나 또한 모든 관계를 깨끗하게 정리하는 게 맞아. 그래야 너를 가질 자격이 생기겠지.”
말을 마친 뒤 배찬규는 아쉬운 듯 박시윤의 이마에 짧게 입을 맞추었다. 마치 세상에 둘도 없는 보물을 소중히 다루는 듯한 모습이었다.
박시윤의 눈빛에 잠깐이지만 의기양양함이 스쳤다.
배찬규는 보지 못했겠지만 나는 그 모습을 똑똑히 보았다.
남의 가정을 파탄 내는 불륜녀가 되고 싶지 않다고?
우스웠고 또 가소로울 뿐이다.
박시윤은 예전에 몇 번이나 나를 찾아와 내가 임신했더라도 결국 배찬규가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이라고, 심지어 내가 아이를 낳는다고 해도 그 아이는 앞으로 자신을 엄마라고 부를 거라고 뻔뻔하게 떠들어 댔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박시윤이 해온 짓들은 뭐란 말인가?
박시윤은 아픈데 돌봐줄 사람이 없다는 같잖은 핑계로 우리 집에 들어와서 살았다.
박시윤이 식탁 앞에서 대놓고 배찬규와 애정행각을 벌였을 때는 보다 못한 가정부가 참지 못하고 몇 마디 했었다.
그러자 박시윤은 곧바로 배찬규에게 가정부가 식자재를 깨끗이 씻지 않아 장염에 걸렸다면서 당장 그녀를 해고하라고 요구했었다.
그때 나는 임신한 상태라 입맛이 없었는데 오직 그 가정부가 해준 음식만 입에 맞았다.
그래도 박시윤은 손님이라는 생각에 나는 예의를 차리며 박시윤에게 다른 요리사를 불러 따로 음식을 준비해 주겠다고 제안했다. 그러자 박시윤은 내 뺨을 때리며 말했다.
“음식을 잘 만드는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아. 누가 진짜 안주인인지를 아는 게 중요하지. 강진솔, 똑똑히 들어. 배찬규의 아내는 오직 한 명뿐이야. 그리고 그건 바로 나 박시윤이야!”
자신이 배씨 가문의 안주인이 될 거라는 걸 증명하려는 듯이 박시윤은 아기 고양이처럼 배찬규의 품에 안겨서 훌쩍댔다.
그러면서 자신은 복이 없어 평생 배찬규의 아이를 가질 수가 없다고 울며 하소연했다.
그리고 내가 매일 배를 내밀고 다녀서 나를 볼 때마다 속상하고 괴롭다고 했다.
“나도 최대한 언니를 피해 다니려고 했는데 그래도 매일 언니랑 마주치게 돼. 차라리 그냥 내가 이 집에서 나가서 따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아. 매일 이런 고통 속에서 사는 건 너무 힘들어!”
배찬규는 순간 화가 나서 이성을 잃었다. 음산한 표정으로 내게 달려든 배찬규는 내 뺨을 세게 후려쳤고, 그 탓에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시윤이가 임산부를 보면 힘들어한다는 걸 뻔히 알면서 왜 하루 종일 배를 내밀고 시윤이 앞에서 어슬렁거려? 대체 무슨 속셈이야?”
“사람이 어떻게 이렇게 모질 수가 있어? 너는 엄마가 될 자격이 없어! 오늘 너를 다락방에 가둘 거야. 어디 한 번 실컷 고생해 봐!”
경호원 몇 명이 내 팔다리를 붙잡더니 먼지가 잔뜩 쌓인 다락방 안으로 나를 질질 끌고 갔다. 그러고는 그대로 안에 내던졌다.
“의사 선생님이 오늘 바로 병원에 입원해서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어. 내가 병원에 가도 시윤이는 나를 볼 수 없잖아. 그러니까 병원에 보내줘!”
나는 문틀을 필사적으로 붙잡으면서 눈물을 흘리며 애원했다.
그러나 배찬규는 차갑게 비웃었다.
“거짓말도 머리를 써가면서 해. 출산 예정일까지 아직 3일이나 남았잖아!”
배찬규는 더 이상 내 말을 듣지 않고 힘껏 문을 닫아 버렸다.
그 순간 손가락이 문에 세게 끼었고, 엄청난 고통이 밀려와 나는 몸을 웅크리며 황급히 손가락을 빼냈다. 그리고 그 뒤로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배찬규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나를 힐끗 보더니 다락방 문을 잠갔다.
지금 이 순간에도 두 사람은 서로 몸을 탐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런데 이때 집사가 거친 숨을 내쉬며 달려와서 당황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모님께서... 사모님께서 돌아가셨어요!”
“죽었다고?”
배찬규는 갑자기 고개를 들어 올리며 둘만의 시간을 방해받은 것에 대한 불만을 표하듯 언짢은 표정을 지었다.
집사는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겁에 질린 목소리로 말했다.
“다락방이 온통 피로 물들었습니다... 사모님께서... 사모님께서...”
집사는 차마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배찬규는 흐트러진 셔츠를 대충 정리하며 말했다.
“피? 아, 아이가 나오려는 모양이네. 그럼 병원으로 보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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