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아이들 죽인 그 남자의 선택제1화
이 화는 약 216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임신 9개월 차, 남편이 사랑하는 여자가 같잖은 핑계를 대며 우리 집에 들어와 살기 시작했다.
나를 볼 때마다 여자는 서글픈 일이 떠오른 듯이 가슴을 움켜쥐었다.
남편은 내가 자신이 사랑하는 여자를 괴롭히려고 일부러 배를 내밀고 다닌다고 굳게 믿었다.
“시윤이는 몸이 약해서 아이를 가질 수 없어. 그런데 왜 매일 시윤이 앞에서 배를 내밀고 다니면서 시윤이를 자극하는 거야? 내가 그동안 너무 오냐오냐했지?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못하게 이번 기회에 본때를 보여줘야겠어!”
남편은 사람을 시켜 나를 아주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다락방에 가두고, 누구도 내게 음식을 가져다주지 못하게 했다.
나는 몸부림치면서 애원했다. 초음파 검사 결과 뱃속의 쌍둥이가 너무 크게 자라 의사 선생님이 오늘 바로 입원해 출산 준비를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고.
그러나 남편은 마치 우스운 얘기라도 들은 듯이 한없이 차가운 목소리로 대꾸했다.
“출산 예정일까지 3일이나 남았잖아. 그런데 어디서 불쌍한 척을 하고 있어? 다락방에서 얌전히 반성이나 해. 그러게 왜 시윤이를 괴롭혀? 이건 다 네가 자초한 거야!”
진통이 시작된 뒤 손톱이 부러질 정도로 문을 긁어댔지만, 아무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나의 처절한 비명은 오랫동안 다락방 안에서 울려 퍼졌다.
끝내 나는 피바다 위에 쓰러졌다.
3일 뒤, 남편은 입맛에 맞지 않는 죽을 먹으면서 말했다.
“강진솔한테 나를 위해 죽을 끓이라고 하고, 시윤이한테 사과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전해. 충분히 반성하고 진심을 다해 사과한다면 병원에 가서 아이를 낳을 수 있게 해줄 거라고 해.”
아무도 감히 대답하지 못했다.
다락방에서 흘러나온 피는 이미 두 번째 계단까지 적신 상태였다.
* * *
“강진솔 이 질투 많은 여자가 왜 소리를 지르지 않는 거지?”
“대표님... 혹시 사모님께서 잘못된 건 아닐까요? 어젯밤에 정말 목이 찢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로 비명을 지르셨거든요. 아주 힘드신 것 같던데...”
배찬규는 죽을 한술 뜨며 대수롭지 않게 코웃음을 쳤다.
“나보다 강진솔을 더 잘 아는 사람은 없어. 강진솔은 지금 연기를 하고 있는 거야. 이번 기회에 단단히 혼쭐내서 정신을 차리게 해야 앞으로 두 번 다시 시윤이를 괴롭히지 않을 거야.”
집사는 다락방을 힐끗 바라본 뒤 우물쭈물하며 말했다.
“하지만 사모님께서는 쌍둥이를 가지셨잖아요. 그리고 의사 선생님께서도 가능한 한 빨리 입원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배찬규는 죽을 먹다가 멈칫했다. 집사의 말에 조금 흔들린 듯한 모습이었다.
“그게 정말이야?”
배찬규는 숟가락으로 죽을 한동안 휘저었다. 잠시 눈빛에 망설임이 스쳤다.
“좋아. 그러면 강진솔한테 죽을 끓이라고 하고, 그다음 시윤이에게 사과하라고 해. 오늘은 출산 예정일이니까 진심으로 사과한다면 병원에 보내줄 거야.”
배찬규는 우유 한 잔을 데운 뒤 그것을 들고 객실로 들어갔다.
박시윤은 침대에 누운 채 고른 숨을 내쉬며 곤히 자고 있었다. 이불이 어깨 아래로 살짝 흘러내려 가슴께의 은밀한 곡선이 아슬아슬하게 드러나 있었다.
그 광경을 본 배찬규는 저도 모르게 침을 꿀꺽 삼키며 한참 동안 박시윤을 바라보다가 겨우 시선을 거두고 몸을 숙여 그녀의 입술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
박시윤은 천천히 두 눈을 떴다. 그러고는 나른하게 기지개를 켜며 입술을 삐죽 내밀고 애교 섞인 목소리로 투덜댔다.
“찬규 오빠, 또 나를 괴롭히러 왔어?”
배찬규는 다리를 벌리며 박시윤을 자신의 다리 사이에 앉히더니 은근한 손길로 박시윤의 허리를 주물렀다.
“네가 이런 모습으로 자고 있는데 누가 참을 수 있겠어?”
박시윤은 배찬규의 품에 고개를 파묻으며 기분 좋은 듯 콧소리를 몇 번 냈다.
“하지만 진솔 언니는 오빠 아이를 힘들게 품고 있잖아. 나도 언니와 같은 여자니까, 언니가 가장 힘든 순간에 오빠가 언니를 배신하게 할 수는 없어.”
그러다 문득 뭔가 떠오른 듯 다급한 표정으로 물었다.
“진솔 언니 어젯밤에 진짜 크게 소리를 지르던데 혹시 곧 아이를 낳으려고 그러는 건 아닐까? 휴... 진솔 언니가 그렇게 고통스럽게 소리를 지르는데도 나는 언니가 부러워. 오빠 아이를 가질 수 있다면, 출산이 아무리 고통스러운 일이라고 해도 나한테는 행복한 일일 거야.”
‘행복한 일?’
이 순간 나는 이미 귀신이 되어 그들의 곁을 떠돌고 있었다.
다락방의 바닥은 온통 내 피로 뒤덮여 있었다.
극심한 고통을 견디다 못한 나는 손톱으로 벽을 긁었고, 그 과정에서 부러진 손톱 조각과 살점들이 벽면 곳곳에 처참한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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