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저격제2화
이 화는 약 311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정오가 다가올 무렵, 나는 습관처럼 시계를 바라보았다.
5년 동안 한결같이 회사에 가서 김도현에게 점심을 가져다주었는데, 오늘은 내가 나타나지 않았다.
비서 하지연은 무언가를 직감한 듯 재빨리 김도현을 위해 배달 음식을 주문했다.
30분 후,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
“사장님, 점심 식사하세요.”
하지연은 배달 음식을 내려놓고 조용히 나갔다.
김도현이 손에 있던 일을 마무리하고 나니 이미 10분이 지나있었다.
그는 도시락을 열어 한 입 먹어보더니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평소와는 다른 맛이라는 것을 즉시 알아챈 듯했다.
김도현은 몇 입 먹다가 음식을 치워버렸다.
책상 위의 휴대폰이 진동하자, 나는 흘깃 보았고 익숙한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김도현은 시선을 서류에서 떼지 않은 채 무심하게 전화를 받았다.
“오빠, 퇴근했어?”
김도현은 휴대폰 화면을 내려다보며 살짝 미소를 지었다.
“응, 거의 다 끝났어.”
“그럼 우리 저녁 같이 먹을까?”
김도현은 책상 위의 서류를 한 번 훑어보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답했다.
“좋아.”
김도현은 서둘러 남은 서류를 검토한 뒤 회사를 떠났다.
둘은 노바 스퀘어에서 만나기로 했다.
멀리서 김도현의 차가 다가오자 백설아는 치마를 매만지며 환한 미소로 맞이했다.
“오빠.”
김도현은 차 키를 발렛에게 맡기고 백설아에게 다가갔다.
“응 설아야, 오래 기다렸어?”
백설아는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을 끼며 부드럽게 말했다.
“아니, 나도 방금 도착했어.”
김도현의 팔이 순간 경직되었지만, 이내 자연스러워졌다.
두 사람은 노바 스퀘어 3층에 있는 프랑스 레스토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김도현은 신사답게 백설아의 의자를 빼주고, 좋아하는 요리들을 주문해 줬다.
생각해보니 씁쓸하다.
김도현은 나에게는 이런 배려를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다.
매번 정성껏 요리를 할 때마다 간절한 눈빛으로 김도현이 맛있게 먹어주길 바랐지만, 돌아오는 것은 늘 차가운 말뿐이었다.
“당신 자존심도 없어? 이제 그만해.”
백설아는 한껏 들뜬 기분이 역력했다. 입가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정성스럽게 준비된 요리들이 차례로 테이블에 올랐고, 백설아는 우아한 절제미를 보이면서도 때때로 김도현의 접시에 음식을 덜어주었다.
김도현은 고개를 들어 백설아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몸은 좀 나아졌어?”
‘이제 보니 당신도 남을 걱정할 줄 아는군요. 나만 빼고.’
백설아는 우아하게 스테이크를 자르며 부드럽게 대답했다.
“많이 좋아졌어. 그냥 위장이 좀 안 좋았던 건데, 오래된 지병이야. 식사만 제때 하면 별 문제 없어.”
“내 기억으로는 학창 시절에 네가 위장병이 없었던 것 같은데.”
백설아의 손동작이 잠시 멈추었다가, 미소를 띄우며 김도현과 눈을 마주쳤다.
“그때는 오빠가 늘 세심하게 챙겨줬으니까 아플 틈이 없었잖아.”
김도현은 눈을 내리깔았다.
“그 사람이 너를 제대로 돌보지 않은 모양이군.”
백설아는 나이프와 포크를 내려놓으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심서연이 오빠를 5년이나 독차지했고, 나는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 곁에서 그 시간을 보냈어야 했어.”
“하지만 우리는 둘 다 알잖아. 감정은 강요할 수 없다는 걸. 우리는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어. 만약 심서연이 끼어들지 않았더라면, 우리는 5년 전에 이미 함께했을 텐데.”
‘그래, 모든 게 내 잘못이야. 이제 내가 마침내 떠났으니 너희는 부디 행복하렴.’
김도현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5년 전의 불쾌한 기억이 떠오른 듯했다.
“내가 미안해.”
백설아는 일어나서 김도현의 옆으로 다가가 몸을 숙여 목을 감쌌다.
“아니야, 오빠 잘못이 아니야. 심서연과 그녀의 아버지가 권력으로 우리를 강요했던 거야. 그때 우리는 권력도 지위도 없어서 맞설 수 없었어.”
백설아는 김도현의 눈을 응시하다가 천천히 시선을 남자의 얇은 입술로 옮기며 다가갔다.
김도현은 순간적으로,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려 여자의 입맞춤을 피했다.
그때 김도현의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대체 왜 저런 반응을 보이는 걸까?’
‘혹시 내가 예전에 했던 말이 마음에 걸려서일까?’
“우리가 결혼하면 당신은 절대로 나한테 부끄러운 짓을 하면 안 돼요. 다른 여자를 껴안거나 뽀뽀하는 그런 거, 나 말고는 절대 안 돼요. 알겠죠?”
나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내 말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을 거야.’
백설아는 표정이 굳어졌고, 입술을 깨문 채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며 몸을 바로 세웠다.
“미안해. 오빠에게 가정이 있다는 걸 잠시 잊고 있었어.”
“우리 이혼했어.”
이 말을 하면서 김도현은 무의식적으로 왼손 약지를 만졌다. 5년간 착용했던 반지는 이제 없고, 오랜 시간 끼고 있어서 생긴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백설아는 얼굴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진짜? 오빠가 심서연과 이혼했다고?”
하지만 나는 백설아가 입가에 번지려는 미소를 필사적으로 감추려 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김도현은 일어나 백설아를 원래 자리로 조심스럽게 안내하며 나직이 말했다.
“응, 이혼했어.”
백설아는 김도현의 손등 위에 살며시 자신의 손을 올리며 환하게 웃었다.
“정말 다행이야, 오빠. 이제 더는 심서연 곁에서 억지로 지내지 않아도 되잖아.”
여자는 남자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이건 정말 잘된 일이야. 우리 축하해야 해.”
김도현은 담담하게 말했다.
“별일 아닌데, 굳이 축하할 일은 아니야.”
“당연히 축하해야지!”
백설아가 교태 있게 말했다.
“난 이 순간을 5년 동안 기다려왔어. 오빠, 나를 위해서라도 함께 제대로 축하하자...”
김도현은 행복하게 웃고 있는 백설아의 마음을 상하게 하지 않으려고 마지못해 동의했다.
노바 스퀘어 8층은 ‘르 베일루’라는 곳이었다. 그곳은 S시의 젊은 부유층이 즐겨 찾는 유흥시설이었다.
저녁 식사를 마친 백설아는 김도현과 함께 8층으로 향했다.
두 사람의 애정 표현을 보고 싶지 않았지만, 내 영혼은 마치 의지와 상관없이 이끌리듯 두 사람의 뒤를 따랐다.
8층에 도착하자 김도현의 친구들이 술을 마시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백설아는 즉시 김도현의 손을 잡고 친구들이 있는 방으로 이끌었다.
방에서는 귀가 찢어질 듯한 음악이 울려 퍼졌고, 마치 자신의 소유임을 과시하려는 듯, 백설아는 김도현의 몸에 바짝 붙어 그의 팔을 꼭 붙잡고 있었다.
친구들의 흥겨운 분위기 속에서 술잔이 끊임없이 오갔다.
결국 김도현은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취해버렸다.
머리가 어지럽고 무거워진 김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고 손목시계를 힘겹게 보며 중얼거렸다.
“벌써 12시네, 집에 가봐야겠어.”
“심서연이 늦게 들어오지 말라고 했거든.”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