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 저격제1화
이 화는 약 287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5년 동안 나는 남편을 온 마음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남편은 단 한 번도 내 마음에 답하지 않았다.
내가 세상을 떠난 그날, 남편은 망설임도 없이 첫사랑에게로 달려갔다.
“또 무슨 속임수를 쓰는 거야?”
내가 사라진 날들 동안 남편의 입에서는 냉소만이 흘러나왔다.
시신 확인을 위한 전화를 받고서도, 남편은 내 계략을 밝혀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하지만... 그때 나는 이미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을, 남편은 전혀 알지 못했다.
* * *
똑딱, 똑딱...
댕-
자정을 알리는 종이 울렸다.
나는 탁자 위에서 천천히 녹아내리는 하늘색 케이크를 바라보았다. 케이크에 꽂혀 있던 단 하나의 촛불마저 이미 다 타버렸다.
25번째 생일이 고요 속에서 저물었다.
나는 천천히 탁자로 다가가 홀로 남겨진 케이크를 바라보며, 손가락으로 조금 떼어 입에 넣었다.
“생일 축하해.”
혼자서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리고는 망설임도 없이 케이크를 통째로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
깊은 밤, 남편이 돌아왔다.
나는 문을 열고 들어오는 남자를 바라보며 말했다.
“오셨어요?”
김도현은 차가운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며 불쾌하다는 듯 눈썹을 찌푸렸다.
“술 마시는 것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어?”
나는 손에 든 와인 잔을 흔들며 씁쓸히 웃었다.
“술 마시는 게 바로 내 일이니까요.”
이어서 비틀거리며 김도현에게 다가갔다.
“술은 좋은 거예요. 자, 당신도 한 모금 드셔보세요...”
김도현의 입가로 와인 잔을 가져가며 몽롱한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번만 맛보세요!”
김도현은 눈을 가늘게 뜨며 내 손을 거칠게 쳐냈다.
“이제 자야겠어.”
김도현의 힘이 너무 세서 나는 거의 넘어질 뻔했고, 와인은 대부분 잔에서 쏟아져 버렸다.
이 충격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잔을 내려놓고 남자를 돌아보며 담담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이 내 생일이에요.”
이 말에 김도현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순식간에 평소의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생일이니까 선물이 있어야겠지? 당신이 안 줄 거라면, 내가 주는 수밖에.”
소파 옆 서랍에서 서류 하나를 꺼냈고, 김도현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이게 내가 드리는 선물이에요.”
김도현의 시선이 서류 표지로 향했다. ‘이혼협의서’라는 글자가 선명했다.
눈썹을 찌푸린 채 김도현이 물었다.
“또 무슨 장난을 치려는 거야?”
“아빠가 생전에 계략으로 당신을 내 곁에 묶어두셨잖아요. 오랫동안 당신을 괴롭혔네요. 이제 당신이 늘 그리워하던 첫사랑을 찾아가세요.”
이혼협의서를 김도현의 손에 쑤셔 넣었다. 반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발끝을 들어 올려 입술을 포갰다.
하지만 불과 몇 초 만에 김도현은 나를 거세게 밀쳐냈다.
이번에는 진짜로 바닥에 부딪히며 무딘 통증이 퍼져왔다.
김도현은 내가 실제로 넘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한 듯했다.
김도현은 눈썹 사이가 살짝 찌푸려졌지만, 나를 일으켜 세우려는 움직임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팔의 둔한 통증을 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말했다.
“우리 부부 관계가 이 지경이 되었으니, 결혼은 실패한 거죠. 서로 평생의 동반자로는 맞지 않나 봐요.”
김도현의 목소리는 여전히 차갑기만 했다.
“당신이 진작 그렇게 생각했더라면, 우리가 이토록 오래 서로를 구속하진 않았겠지.”
“제 잘못이에요.”
나는 힘겹게 미소를 지었다.
“이런 죄는 죽음으로만 갚을 수 있을 것 같네요.”
김도현의 입가에 차가운 비웃음이 떠올랐다.
“당신이 정말로 죽을 용기가 있을까?”
나는 잠시 망설이다가 목소리를 살짝 낮추었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다음 생에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을 거예요.”
“죽고 나서나 그런 말을 하든지.”
김도현은 시선을 차갑게 거두고는 홱 돌아서서 떠나버렸다.
문이 ‘쾅’ 하고 닫혔다.
김도현은 또 가버렸다.
입가의 미소가 서서히 사라졌고, 나는 넘어진 자리에서 아픈 왼팔을 감싸쥐며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나를 혐오하네.’
나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소파에 앉아 서랍에서 또 다른 서류를 꺼냈다. 건강검진 보고서였다.
보고서 마지막 페이지에는 ‘암 말기’이라는 숨이 멎을 듯한 글자들이 적혀 있었다.
한참 동안 눈을 감고 있다가 다시 떴고, 보고서를 찢어버렸다. 종잇조각들이 바닥에 흩어졌다.
나는 약지의 결혼반지를 바라보았다. 손가락 끝으로 반지를 조심스레 문지르다가 천천히 빼서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다음 날 아침.
나는 모든 짐을 차에 실었다. 아침 식사도 건너뛰고 집을 떠나려 했다.
차를 운전하며 도심을 벗어나 고속도로로 향했다.
창문을 열자 매서운 찬바람이 얼굴을 때려왔다. 눈을 찌푸리며 태양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다시는 만나지 말자, 김도현.”
나는 핸들을 오른쪽으로 확 돌리며 양손을 놓았고, 가속 페달을 바닥까지 밟아버렸다.
쾅!
차가 오른쪽 절벽과 고속으로 충돌했다.
차량 앞부분이 심하게 찌그러졌고, 운전석에서 선홍빛 피가 차 밑으로 서서히 흘러나왔다...
내가 죽었음에도 내 영혼은 여전히 떠돌았다.
육체는 사라졌지만, 내 의식은 여전히 깨어있었고, 마치 보이지 않는 바람처럼 이 세상 곳곳을 떠다녔다.
죽음이 나를 자유롭게 해줄 거라 믿었건만, 이상하게도 내 영혼은 여전히 김도현의 주변을 맴돌고 있었다.
M 글로벌 빌딩 60층.
나는 영혼이 되어 날아가 김도현의 회사에 도착했다.
비서가 아침 일찍 출근해 김도현을 위해 진한 커피를 타는 모습이 보였다.
비서가 사무실로 들어갈 때 나도 그림자처럼 따라 들어갔다.
“사장님, 윌리엄과의 화상회의는 9시 30분에 시작됩니다. 회의 자료는 정리하여 책상에 올려두었습니다.”
김도현은 한 손으로 눈썹 사이를 꾹 누르며 담담하면서도 약간 지친 목소리로 짧게 답했다.
“알겠어요.”
그때 나는 김도현의 손가락에 무언가가 없어진 것을 발견했다.
결혼반지였다.
남자의 왼손 약지의 결혼반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고, 그 자리에는 희미한 붉은 자국만이 남아있었다.
‘그래, 이혼했으니 결혼반지는 이제 필요 없겠지.’
나는 공허한 가슴을 어루만져보았는데, 순간 숨이 막혀왔다. 죽음 이후에도 이런 감정이 남아있을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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