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생존기제3화
이 화는 약 2189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사실 내가 어릴 적부터 그렇게 철저히 통제받으며 자라온 데는 이유가 있었다.
나는 태어날 때부터 비정상적으로 강한 힘을 가졌고 감정을 제어하기 어려웠다.
다섯 살 무렵, 나를 성추행하려던 이웃집 아저씨를 거의 병원 신세를 지게 만든 적이 있었다.
그 사건 이후 부모님은 나를 두려워하기 시작했고 아빠는 엄마를 탓하며 말했다.
“대체 무슨 애를 낳은 거야? 이런 괴물이 우리 딸이라는 게 밝혀지면 우리 집안은 망신이야!”
그 말을 들은 이후 나는 내가 잘못된 존재라고 생각하며 부모님의 사랑을 조금이라도 받기 위해 모든 것을 참아냈다.
그들이 시키는 대로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했고 그 결과 남동생만큼은 못 미치지만 약간의 관심은 얻을 수 있었다.
때문에 시아버지가 ‘우리 집은 힘이 곧 권력이다’라는 말을 꺼냈을 때, 내 안에서 뭔가가 깨어나는 기분이 들었다.
그동안 억눌러왔던 본능이 터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시어머니가 매를 맞으며 비명을 질렀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무언가가 깨어나고 있는 걸 느낄 뿐이었다.
시아버지는 마지막으로 시어머니에게 손찌검을 하고는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다시 식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주경태와 신혼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챙겼다.
출발하기 전 주경태는 나를 타이르듯 말했다.
“여보, 앞으로는 아빠가 말씀하실 때 끼어들지 마. 어른들께는 다 그들만의 방식이 있는 거야. 우리는 그냥 따라야 해.”
그는 계속해서 ‘남자는 집안의 하늘이다’라는 주씨 가문의 규칙을 반복하며 나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나는 그의 말을 끊고 물었다.
“여보, 아버님 말씀대로라면 어머님이 아버님을 이기시면 어머님 말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닌가요?”
주경태는 한순간 멈칫했지만 이내 비웃으며 말했다.
“맞아, 당신 말이 틀린 건 아니야. 하지만 남자와 여자는 원래 다르잖아. 그러니까 당신은 내 말 잘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아빠처럼 당신 교육할 수 있어.”
나는 아무 대답하지 않았지만 속으로는 이미 흥분을 감추기 힘들었다.
겉으로는 평온을 유지했지만 내 안은 마치 폭발 직전의 화산처럼 들끓고 있었다.
계속해서 주경태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그러니까 당신은 내 말 잘 들어야 해. 그렇지 않으면 나도 아빠처럼 당신 교육할 수 있어.”
‘좋아. 당신이 나한테 손대기만 하면 내 속에 있는 악마를 꺼내는 거야!’
나는 주경태에게 반격할 순간이 너무나 기대되어 이번 신혼여행을 하는 동안 전례 없이 말을 안 듣기로 결심했다.
늘 미소를 유지하던 나 자신을 완전히 뒤집어 놓고 주경태의 말에 대충 건성으로 대답하거나 아예 무시해버렸다.
이건 내가 부모님이 가르쳐준 교훈을 어긴 가장 큰 일탈이었기에 처음엔 조금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곧 주경태와 힘으로 승부를 겨룰 생각만 하면 그런 불안감은 눈 녹듯 사라졌다.
처음엔 주경태도 어느 정도 부드럽게 말하려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인내심은 금세 바닥나 표정이 굳어졌다.
비행기에서 내려 호텔에 도착했을 때, 마침내 그의 분노가 폭발했다.
“이 호텔 당신이 예약한 거야? 이런 허접한 곳에서 묵으라고? 주차 대행도 없잖아!”
“있어요. 방금 다른 차 주차하러 간 것뿐이에요.”
“방도 봐, 겨우 이런 거로 예약했다고? 바다 전망도 안 보이는 방을? 당장 취소하고 다른 데로 바꿔!”
“지금이 여행 성수기라서 이 호텔 잡은 것도 다행이에요.”
...
주경태는 어제까지만 해도 다정하고 부드럽던 내가 왜 신혼 둘째 날부터 완전히 변해서 계속 반대만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는 짜증 섞인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고 눈빛 속 분노가 서서히 고조되는 게 뚜렷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런 주경태를 무시한 채 천천히 짐을 정리하며 틈틈이 그의 신경을 긁는 말을 덧붙였다.
“여보, 당신이 너무 까다로운 거예요. 문제는 호텔이 아니라 당신 문제라고요.”
“다른 호텔로 바꾸고 싶으면 당신이 직접 예약하면 되잖아요. 왜 맨날 나한테만 의존해요? 나는 당신 부인이지 당신 집사가 아니에요. 당신은 그래도 당당한 사나이라면서요?”
이 말을 듣자마자 주경태는 화가 폭발했다. 주먹을 점점 움켜쥐더니 그는 참아오던 분노를 드디어 표출되기 시작했다.
나는 여전히 짐을 정리하면서도 한쪽 눈으로 그의 움직임을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보는 앞에서 평소 온화했던 주경태의 얼굴이 일그러지고 분노로 가득한 표정으로 변하는 순간을 말이다.
그는 이글거리는 눈빛과 이를 드러낸 채 주먹을 움켜쥔 손을 들고 나에게 다가왔다.
“하은수! 내가 오늘 당신을 교육해야 할 줄은 정말 몰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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