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드 생존기제2화
이 화는 약 181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말을 마친 뒤, 주경태는 태연하게 젓가락으로 탱글탱글한 새우를 집어 내게 건넸다.
“자, 밥 먹어. 우리 조금 있으면 비행기 타러 가야 하잖아.”
내가 여전히 바닥에 무릎 꿇고 있는 시어머니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자 주경태는 한숨을 내쉬며 차분히 설명을 덧붙였다.
“엄마가 잘못했으니 벌을 받는 건 당연한 거야. 괜찮아, 엄마는 이런 일에 익숙하셔. 아빠가 이렇게 교육하지 않으면 또 실수할 거라고. 조금 있다가 가정의가 올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그의 말투는 지금 눈앞에서 매를 맞고 있는 사람이 그의 어머니가 아니라 단지 잘못을 저지른 애완견이나 고양이에 지나지 않는 것처럼 느껴졌다.
게다가 시아버지가 생강 몇 조각 때문에 시어머니를 이렇게 때리는 일이 너무나 당연하고도 합리적인 일처럼 여겨지는 듯했다.
나는 어릴 적부터 부모님께 항상 ‘어른들과 남편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배워왔다.
온순하고 사랑스러운 여자가 되어야만 남편의 마음을 붙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그 가르침대로라면 지금 당연히 아무 말 없이 따라야 했겠지만 시아버지가 밥그릇을 들어 시어머니에게 던지려는 것을 보자 도저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저대로 맞으면 시어머니는 죽지 않아도 큰 부상을 입을 것이 분명했다.
몸이 머리보다 먼저 반응했다. 나는 앞으로 나가 시아버지의 손에서 밥그릇이 떨어지기 직전 막아섰다.
그러자 곧 뜨거운 죽이 내 팔에 쏟아졌고 금세 붉은 자국이 퍼졌다.
통증이 느껴졌지만 애써 참으며 나는 최대한 부드럽고 공손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님, 혹시 생강 알레르기가 있으신가요? 어머님이 오늘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셔서 고생하셨을 텐데.. 아마 일부러 그러신 건 아닐 거예요.”
나는 단지 이 긴장된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풀어보고 싶었을 뿐인데 오히려 공기는 더 얼어붙었다.
아마도 시아버지는 누군가 자신을 막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았다.
그는 순간 멈칫하며 나를 빤히 쳐다보더니 곧 주경태를 의미심장하게 힐끗 쳐다보았다.
주경태의 얼굴에는 짜증 섞인 표정이 잠깐 비쳤지만 금세 미소로 감추고 나를 부드럽게 끌어당겼다.
“여보, 내가 말했잖아. 괜찮다고. 아빠는 원래 이렇게 엄마를 교육하셨어. 이건 두 분의 문제지 우리가 끼어들 일이 아니야. 오늘부터 우리가 새로운 가족이 된 만큼 이런 점을 꼭 이해해야 해.”
남편의 말에 나는 순간 혼란스러워졌다.
‘부부간의 문제를 이렇게 폭력으로 해결하는 게 정말 정상적인 일인가?’
우리 집도 남편이 밖에서 일하고 아내가 집안일을 책임지는 전통적인 가정이었지만
아빠가 엄마를 때린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부모님도 남편이 아내를 때린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준 적이 없었다.
하지만 주경태의 말을 들으니 그는 이런 방식을 완전히 인정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도 어딘가 잘못됐다는 느낌이 계속 들었다.
시아버지는 내 말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주경태의 말이 맞다고 묵인한 셈이었다.
아니, 어쩌면 내 행동에 불쾌해서 그런 걸 수도 있었다.
그 순간, 그동안 침묵하며 떨고 있던 시어머니가 먼저 입을 열었다.
“닥쳐! 밥이나 먹어!”
그녀의 얼굴은 여전히 부어 있었고 나를 향한 눈빛에는 감사는커녕 오히려 원망이 가득했다.
마치 내가 그녀의 처지를 더 나쁘게 만들었다고 느끼는 듯했다.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던 내 행동이 시어머니에게는 굴욕으로 다가온 것 같았다.
이때 시아버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우리 집안은 법도가 확실해. 누구 주먹이 세냐에 따라 결정되는 거야.”
그의 말이 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주먹이 센 사람이 주도권을 쥐는 거라고요?”
나는 무의식적으로 되물었다.
그 말에 시아버지와 주경태가 서로 미소를 주고받았다.
“그럼. 우리 주씨 가문은 대대로 무력으로 사람을 다스려왔다. 남자는 힘의 상징이지 않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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