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부모의 죽음 앞에서, 남편은 사랑을 선택했다제1화
이 화는 약 224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시부모님이 납치당하던 날, 내 남편은 첫사랑을 위해 요리하는 중이었다.
나는 남편이 이런 ‘선의’를 베풀도록 막지 않았지만, 대신 조용히 경찰에 신고했다.
왜냐하면 나는 다시 회귀했기 때문이다.
이전 생에서 나는 남편이 첫사랑을 만나러 가는 것을 막았다.
그날 남편은 외출하려던 시부모님을 붙잡아, 두 분이 납치당하는 비극을 피하게 했다.
하지만 남편의 첫사랑은 손을 베인 상처가 감염되어 결국 팔까지 절단하는 비극을 맞이했다.
그 사건 이후에도 남편은 나를 탓하지 않았다.
하지만 1년 뒤, 내가 출산을 불과 며칠 앞둔 어느 날, 남편은 나를 외진 절벽으로 데려가, 벼랑 끝에서 밀어버렸다.
“그날 밤 당신이 나를 막지만 않았어도, 설아는 그런 끔찍한 일을 당하지 않았을 거야. 이 모든 게 다 당신의 잘못이야!”
“왜 설아가 팔을 잃어야 해? 죽어야 할 사람은 너였어. 독한 년아!”
나는 아이를 품은 채 절벽 아래로 굴러떨어졌고, 억울함 속에 죽음을 맞이했다.
이번 생에서 나는 남편에게 마음껏 첫사랑을 아끼고 돌보도록 내버려두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온 남편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몇 년 만에 갑자기 한꺼번에 10년은 늙어버린 얼굴로.
* * *
심상훈의 첫사랑이 돌아온 그 순간, 나는 그 묘한 타이밍에 납치범의 전화를 받았다.
[40억! 한 시간 내에 돈을 준비해서 중앙대교 아래에 가져와라. 경찰에 신고하면 인질은 죽는다!]
전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전화의 스피커폰을 켰다.
심상훈도 그 통화 내용을 다 들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남자의 싸늘한 얼굴과 눈이 마주쳤다.
심상훈은 비웃으며 말했다.
“진주연, 너 정말 이렇게까지 뻔뻔할 수 있냐? 설아를 쫓아내려고 우리 부모님까지 끌어들여서 연극을 하는 거야?”
나는 그가 예상했던 것처럼 울며 애원하지 않았고, 대신 차분히 말했다.
“거짓말하는 거 아니야. 아버님과 어머님이 납치돼서 40억이 필요해. 너는 지금 당장 가서 돈부터 준비해.”
심상훈은 냉랭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무표정하게 말했다.
“결혼 후에 내 사랑을 받지 못하니 이제 나를 속여 내 돈을 빼앗으려는 거야? 이 정도까지 머리를 쓰다니.”
우리는 서로 20년 넘게 알고 지낸 사이였다. 어린 시절, 내가 심상훈을 구했던 일을 계기로 양가 부모님은 집안 간에 미리 정혼을 해두었다.
하지만 나는 심상훈이 내 출신을 얼마나 하찮게 여기고 있는지 알 뿐만 아니라 그에게는 해외에서 유학 중인 첫사랑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래도 나는 괜찮았다.
심상훈을 사랑했으니까.
결혼 전, 나는 심상훈에게 말했다.
“만약 나와 결혼하기 싫다면, 지금이라도 첫사랑을 찾아가. 나는 괜찮으니까.”
그는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고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이미 널 선택했어.”
하지만 결혼 후 나를 대하는 심상훈의 태도는 이전보다 더 차가워졌다.
내가 심상훈을 알게 된 이후로 그는 단 한 번도 나와 눈을 마주친 적이 없었다.
나는 심상훈의 차가운 태도가 그의 타고난 성격 때문이라고 믿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그가 마음속으로는 나를 사랑한다고 스스로를 속이며 살아왔다.
하지만 심상훈의 첫사랑, 부설아가 귀국한 날 남편의 얼굴에 떠오른 환한 미소에 내 마음은 산산조각이 났다.
‘심상훈... 너는 처음부터 끝까지 내 편이 아니었구나...’
점점 싸늘해지는 내 시선은 심상훈을 향했다.
이제 나도 그에게 모든 정을 떼기로 했다.
입술이 떨렸지만 나는 차분하게 말했다.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속여 돈을 빼앗으려 한 적 없어. 더군다나 이런 비열한 방법은 쓰지도 않아.”
“당신이 믿든 안 믿든, 지금 아버님과 어머님이 납치된 건 사실이야. 나는 연극을 하고 있는 게 아니야.”
“만약 나를 믿는다면 나랑 경찰서에 같이 가. 내 말 믿지 않겠다면 꺼져. 사람 구하는 데 걸리적거리지 말고.”
아마 내가 지나치게 차분했던 탓이었거나, 아니면 처음으로 심상훈에게 짜증을 드러냈기 때문인지, 그는 순간 놀라 당황했다.
나는 부드럽게 부설아를 밀치고 문밖으로 나가려 했다.
그러자 부설아가 바닥에 넘어졌다.
“아야!”
그녀는 순진무구한 눈을 깜빡이며, 굵은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
“상훈 오빠, 주연 언니를 너무 나무라지 마세요. 일부러 그런 건 아닐 거예요.”
심상훈의 얼굴은 분노로 일그러져 있었고, 그 표정은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잔뜩 찌푸렸다.
그는 미친 듯이 달려가 부설아를 끌어안았다.
부설아는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손을 움켜쥐고 있었다.
그제야 내 손에 긁힌 상처가 눈에 들어왔다.
심상훈은 나를 향해 분노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설아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너도 똑같이 되돌려받을 줄 알아!”
그는 부설아를 부축하여 병원으로 급히 떠났다.
그리고 나는 거대한 텅 빈 집에 홀로 남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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