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두 살 생일날, 삼촌이 내 일기장을 발견했다.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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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든 샛별이를 안고 차에 올랐다.
샛별이를 본 비서님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짓더니 나에게 물었다.
“강연화 씨, 이 아이는….”
나는 샛별이가 깰까 봐 얼른 조용히 하라는 제스처를 취했다.
뒷자석에 오른 나는 그제야 작은 소리로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 딸이에요.”
비서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목적지에 도착한 나는 잠깐 당황했다.
이 호텔은 심찬호 씨와 성민아가 결혼식을 올렸던 곳이었다.
결혼한지 5년이 지났지만 그는 매년 결혼기념일을 챙겼고 손수 성민아을 위해 선물을 준비했다.
심찬호 씨가 정말 성민아를 사랑하는구나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동안 나를 그들의 세상과 멀어지게 했다가 갑자기 내 귀국을 허락한 이유도 결국 나에게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함일 것이다.
무표정한 얼굴을 하고 차에서 내리자 길가에서 기다리고 있던 성민아가 웃으며 나에게 다가왔다.
초췌하고 단촐한 차림의 나와는 다르게 성민아는 비싼 액세서리에 좋은 향수까지 뿌리고 무척이나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마 심찬호 씨가 그만큼 그녀를 잘 보살폈다는 거겠지.
나를 본 성민아의 얼굴에서 미소가 잠깐 사라졌다.
아마 내 품에 안긴 샛별이를 봤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나에게 다가온 성민아는 놀란 목소리로 나에게 말했다.
“연화야, 해외에서 몰래 아이까지 낳았으면서 왜 숙모인 내겐 아무 말도 안 했어? 나 네 삼촌이랑 결혼한지 5년이나 지났는데 여전히 날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는구나.”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성민아는 내 품에서 샛별이를 빼앗아 품에 안았다.
잠에서 깬 샛별이가 울음을 터뜨리며 나를 향해 손을 뻗었다.
나는 그녀의 품에서 샛별이를 받아 안고 능숙하게 아이를 달랬다.
사실 성민아는 내가 심찬호 씨를 짝사랑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나는 그녀와 엮이는 것을 피하고 싶었지만 성민아는 여전히 샛별이를 자기가 안겠다고 고집을 피웠다.
성민아와 함께 호텔 룸으로 향하는데 샛별이는 여전히 울음을 멈추지 않으며 내 품을 파고들었다.
성민아는 억지 미소를 지으며 샛별이를 나에게 돌려주었다.
“네 삼촌이 애 낳는 거 너무 고생이라고 해서 그 동안 아이 가질 계획을 미뤘었거든. 네가 이렇게 큰 딸을 데리고 온 걸 보고 내가 너무 흥분했나 봐.”
룸에는 이미 도착한 사람들이 몇몇 있었다.
나는 어색한 얼굴로 그들에게 인사를 건네고 가장 구석진 자리를 골라 앉았다. 성민아는 자연스럽게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녀는 살갑게 내 팔짱을 끼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나와 샛별이를 소개했다.
사람들은 대놓고 나를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이 이상한 분위기를 견딜 수 없어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일어섰다.
세수를 하고 룸으로 돌아가는데 안에서 성민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군가는 그녀에게 왜 굳이 저런 재수덩어리를 데려왔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재수덩어리라니, 그런 말하지 마. 연화는 찬호 씨 여동생 같은 아이야. 비록 전에는 온갖 수단 동원해서 찬호 씨를 꼬시려 한 적은 있지만 이제 애도 낳았으니 그런 실수는 하지 않겠지.”
나는 문밖에서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었다.
그랬다. 사람들 눈에 나는 삼촌을 홀리려 한 미친년이고 염치를 모르는 인간이었다.
샛별이는 불안한지 내 옷깃을 잡아당겼고 나는 아이를 달래며 안으로 들어갔다.
어차피 마주해야 할 현실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사람들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섰다.
“심 대표님 오셨어요?”
“심 대표님, 잘 지내셨죠?”
사람들은 우르르 그에게 몰려갔고 나만 조용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나는 고개를 들고 심찬호 씨를 바라봤다.
그는 좀 야윈 것 같았다.
심찬호 씨는 늘 입던 검은 정장을 입고 성민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두 사람은 서로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행복에 겨운 미소를 지었다.
사람들이 심찬호 씨를 에워싸고 있어서 그는 구석에 있는 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몇 년이나 지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람들의 존경을 받는 위치에 있었고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은 나뿐이었다.
갑자기 성민아는 그제야 뭔가 떠오른 듯 웃으며 심찬호 씨의 어깨를 살짝 밀쳤다.
“찬호 씨, 연화도 왔어. 두 사람 정말 오랜만이지? 가서 인사라도 해. 연화가 깜짝 선물도 데려왔다고!”
깜짝 선물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도 심찬호 씨는 오직 성민아만을 바라보며 그녀를 자리에 앉히고 자상하게 우유까지 따라주었다. 그 모든 일을 마친 후에야 그는 나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놀란 샛별이는 바짝 긴장한 상태로 굳어 있었다.
샛별이에게로 시선이 닿은 심찬호 씨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어졌다.
“강연화, 이게 뭐지?”
샛별이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나는 그들에게 샛별이의 존재를 알린 적 없었다. 그래서 샛별이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표정은 거의 비슷했다. 놀라거나 아니면 재미난 구경거리를 발견한 듯한 눈빛.
성민아가 나 대신 입을 열었다.
“찬호 씨, 저 아이 연화 딸이래. 귀엽지? 연화랑 꼭 닮았어. 너무 사랑스럽지 않아?”
심찬호 씨는 샛별이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한참이나 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 인사 한마디 안 건넬 것 같았던 그가 갈린 목소리로 샛별이를 가리키며 나에게 물었다.
“해외로 나간 그동안… 벌써 결혼하고 아이까지 생겼어?”
나는 고개를 들고 심찬호 씨를 똑바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진작에 결혼했죠. 알리지 않아서 죄송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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