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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두 살 생일날, 삼촌이 내 일기장을 발견했다.제1화

이 화는 약 1625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스물두 살 생일날, 삼촌이 내 일기장을 발견했다.

내가 자신을 짝사랑한다는 걸 알게 된 후, 그는 나를 해외로 보내고 거금을 들여 첫사랑과의 결혼식을 준비했다.

공항에서 삼촌은 냉랭한 눈빛을 하고 나에게 경고했다.

“품지 말아야 할 마음은 일찌감치 버려.”

나중에 아이를 안고 귀국한 나를 보고 그는 경악을 금치 못했다.

“네 애야?”

난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산후조리 금방 마치고 오는 길이에요.”

* * *

비행기에 올랐을 때까지만 해도 난 너무 갑작스러워서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출국한지 벌써 5년, 나는 내가 다시 고국 땅을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적 없었다.

심찬호 씨는 나에게 평생 자신의 앞에 다시 나타나지 말라고 경고했었으니까.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내 귀국 티켓을 끊어준 사람이 삼촌이었다. 그는 자신과 성민아의 결혼식에 나를 초대했다.

중간에 비행기를 두 번이나 갈아탄 후에야 나는 비로소 육지를 밟을 수 있었다.

비행기에서 샛별이는 줄곧 편안하게 잠을 자더니 내릴 때가 되자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

“엄마, 나 발 아파.”

작게 훌쩍이는 샛별이를 나는 다급히 품에 안으며 출구로 향했다.

출구에 도착한 나는 택시를 탈 생각으로 핸드폰을 꺼냈다.

그리고 이때,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에 익숙한 숫자가 보이자 나는 이걸 받아야 할지 고민했다.

결국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전화는 곧바로 다시 걸려왔다.

나는 한숨을 내쉬고는 통화버튼을 눌렀다.

수화기 너머로 심찬호 씨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몇 년 만에 처음 하는 통화인데도 그의 목소리는 변함이 없었다.

“착륙했어? 비서 보냈으니까 그 차 타고 와.”

그의 사무적인 딱딱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전해졌다.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답했다.

“저 택시 타고 갈게요.”

잠깐의 침묵이 흘렀다. 심찬호 씨는 나에게서 이런 대답이 돌아올 거라 예상치 못한 모양이었다.

그와 함께 살던 때의 나는 모든 것을 그에게 의지했고 혼자 택시를 타본 적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잠깐의 침묵 후에 심찬호 씨는 담담히 내게 말했다.

“비서 차 타고 와. 내가 너 대신 숙모 선물도 준비해서 트렁크에 넣으라고 했어. 와서 밥 먹을 때 선물 들고 올라와.”

심찬호 씨는 여전히 섬세한 사람이었다. 선물까지 미리 생각해 뒀다니.

하긴, 억대의 돈을 들여 결혼식장을 직접 장식하고 성민아를 위해 한정판 반지까지 구매해서 그녀에게 청혼했던 사람이었다. 그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일이니 모든 걸 완벽하게 하고 싶었을 것이다.

“알겠어요.”

나는 미간을 마사지하며 작은 소리로 답했다.

심찬호 씨는 더 이상 말도 하지 않고 전화를 끊지도 않았다.

한참 후, 그가 드디어 결심한 듯 입을 열었다.

“강연화, 지난 5년동안 해외에서 반성 많이 했을 거라고 믿을게. 너 민아한테 허튼 짓이라도 하는 날엔 나 너 절대 용서 못해.”

그 말을 들은 나는 움찔하며 걸음을 멈추었다.

주변의 잡음들이 싹 사라지고 심찬호 씨의 말만 귓가에 되풀이되었다.

그가 날 용서 못한다고 말하고 있었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심찬호 씨는 전화를 끊었다.

사실 그렇게 예민하게 굴 필요가 없었다. 난 그들에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생각이니까.

지금 내가 바라는 건 샛별이를 잘 보살피고 적당한 직장을 찾아 취직하는 일뿐이었다.

공항을 나온 나는 고개를 숙였다.

자신감 넘쳤단 스물두 살의 나는 아마 내 인생이 여기까지 추락할 거라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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