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속 새제3화
이 화는 약 237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그들은 언제든 달려들어 살점을 한 점 뜯어 갈 수 있는 독수리처럼 막다른 처지에 놓인 유민들을 노렸다.
나는 저항하지 않았다. 이것이 내 팔자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남아 봤자 먹을 것조차 없었다.
차라리 팔려 가면 밥이라도 배불리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버지가 양심까지 저버린 건 아니었다. 나를 유곽에 팔지는 않고, 계집종이나 허드렛일꾼을 구해 주는 인신매매꾼에게 넘겼을 뿐이었다.
나는 이제 제법 자라 일할 수 있었기에 좁쌀 반 자루 값은 받을 수 있었다.
나는 아버지를 바라봤지만, 아버지는 나를 보지 않았다.
아버지는 좁쌀 반 자루를 짊어지고 떠났다. 그 무게가 몹시 무거운 듯 허리를 구부린 채 떠났다.
나는 배씨 저택에 팔려 가 부엌에서 불을 때는 계집종이 되었다.
배씨 가문은 부유한 집안이라 일이 그리 고되지는 않았다.
나로서는 밥을 먹고 목숨을 이어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아주 만족스러웠다.
돈을 조금씩 모아 훗날 몸값을 치르고 나가고 싶었다. 아니면 마님께 부탁해 장원에서 일하는 농부에게 시집가는 것도 괜찮았다.
어쨌든 내게도 조금이나마 희망이 생겼다.
그러다 열두 살이 되던 해, 배현우를 만났다.
배현우는 무심히 나를 가리켰고, 나는 그날부터 그의 곁에서 시중드는 하급 계집종이 되었다.
배씨 가문의 적자 도련님 곁에서 일하니 먹고 쓰는 형편도 나아졌다. 덕분에 나는 새순이 돋아나는 버들가지처럼 쑥쑥 자랐다.
내가 열다섯 살이 되던 날, 배현우는 나를 거두어 잠자리 시중을 들게 했다.
그날부터 나는 차마 입에 올리기도 부끄럽고 남들 앞에 드러낼 수도 없는 잠자리 시중드는 계집종이 되었다.
사람들은 내가 귀한 도련님의 눈에 들어 팔자가 폈다며 뒤에서 수군거렸다. 천한 계집종 주제에 엄청난 행운이라도 얻은 양 말이다.
하지만 내가 과연 햇빛 한 점 들지 않는 새장 속 새가 되기를 원하는지 아무도 묻지 않았다.
나는 오랫동안 앓았다. 보름이 지나서야 겨우 침상에서 일어나 몇 걸음 걸을 수 있었다.
조만수는 줄곧 내 곁을 지켰다.
병에 시달려 정신이 몽롱한 와중에도, 한밤중에 목이 마르면 훤칠한 그림자가 조심스레 나를 일으켜 세우고 미지근한 물을 두어 모금씩 먹여 주곤 했다.
나는 늘 열이 펄펄 끓었고, 온몸이 땀에 흠뻑 젖곤 했다. 그럴 때마다 조만수는 내 몸을 닦아 주었다.
정신이 오락가락하던 나는 조만수의 거친 손을 붙잡고 어머니를 찾았다.
몇 번이고 거듭 불렀다.
"어머니, 너무 아픕니다."
"어머니, 저를 팔지 마십시오."
말을 마치고 나서 문득 정신이 들었다. 꿈속에서조차 이러면 안 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조만수는 내가 여전히 정신이 흐린 줄로만 알았다.
그는 어수룩하게 내 말에 대답했다.
"안 판다. 그대를 안 팔 것이오."
내 눈물과 이마에서 흘러내린 땀이 뒤섞였지만, 조만수는 그것들을 말끔히 닦아 주었다.
천한 목숨이라 그런지 질기기도 하다.
아직 죽을 때가 아니었나 보다.
나는 그렇게 조만수의 보살핌으로 살아남았다.
나 때문에 조만수는 마부 일을 잃었다. 심명주는 그를 장원으로 내려보내 농사를 짓게 했다.
배현우가 또 하인들의 거처로 나를 찾아올까 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배현우가 그럴 리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는 높은 자리에 있는 사람이었고, 나름의 자존심도 있었다. 나는 이미 하인의 여인이 되었으니, 다시는 나를 돌아보지 않을 거다.
나는 조만수의 초가집 앞에 앉아 있었다. 눈부시게 따스한 햇살이 마음속에 드리운 그늘마저 녹여 주는 듯했다.
밭일을 마치고 돌아온 조만수는 내가 밖에 앉아 있는 걸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이내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렇다. 장원 사람들이 나를 보면 조만수를 비웃을 테니까 집 밖으로 나와서는 안 됐다.
나는 조만수가 다가와 날 꾸짖기를 기다렸다. 어쩌면 매질할지도 모른다.
내가 친정에 있을 때, 사내들은 다들 그런 식으로 제 마누라를 다스렸다.
하지만 조만수는 그저 내게 다가와 몸을 부축해 주었다.
"왜 일어났소? 의원이 쉬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나는 멍하니 조만수를 바라보았다. 조만수는 덩치가 크고 우락부락한 사내였으며, 허벅지는 내 허리보다 굵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색하게 내 이마를 짚어 보더니, 어서 안으로 들어가라며 재촉했다.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내가 걷지 못하는 줄 알았는지, 조만수는 나를 번쩍 안아 집 안으로 데려갔다. 그리고 침상에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그런 다음 밖으로 나가 밥을 하기 시작했다.
조만수는 음식을 내 밥그릇에 절반 넘게 덜어 주었다.
좋은 음식은 아니었다. 배씨 저택에서 먹던 남은 음식보다도 못했다.
그런데도 나는 한 입 한 입 귀하게 여기며 먹었다.
밤이 되자 나는 옷을 벗고 조만수의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 조만수는 가시에 찔리기라도 한 듯 화들짝 몸을 일으켰다.
그는 당황한 나머지 허둥지둥 나를 밀어냈다.
조만수가 나를 받아들이지 않는 건 당연했다. 나는 너무 더러운 사람이었으니까.
하지만,
"제가 드릴 수 있는 건 이것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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