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 속 새제1화
이 화는 약 2230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혼례를 올리던 날, 배현우는 나를 저택 밖으로 내보내 남몰래 첩으로 두었다.
낮에는 제 부인 곁을 지키고, 밤이면 몰래 내 침상으로 찾아왔다.
한창 정이 무르익었을 때, 배현우는 내 얼굴을 어루만지며 물었다.
"연희야, 넌 날 사랑하느냐?"
* * *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나는 마치 새삼 덩굴처럼 배현우의 어깨에 매달리며, 그 없이는 살 수 없는 듯했다.
배현우의 땀이 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마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 같았다.
정사가 끝난 뒤, 나는 배현우가 옷을 입는 것을 시중들었다.
몸이 조금 떨리고 힘도 빠져 있었다. 배현우는 내 손을 잡고 만지작거렸다.
나는 마침내 용기를 내어 입술을 깨물며 배현우에게 간청했다.
"소녀도 정식으로 첩이 될 수는 없겠습니까?"
배현우의 눈빛이 어두워지더니 내 턱을 들어 올렸다.
"연희야, 말을 잘 듣거라. 나를 난처하게 만들지 말고."
배현우가 혼례를 치른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정실로 맞이한 부인은 명문가의 귀한 딸이어서 지금 첩을 들인다면 우씨 가문의 미움을 사게 된다는 건 나도 알고 있었다.
그런 대가는 너무 컸기에 난 감히 바라지도 못했다.
"지금이 아니라, 훗날... 몇 년 뒤에라도 안 되겠습니까?"
배현우의 차가운 눈빛에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끝내 입을 다물었다.
입안에 씁쓸한 맛이 감돌았다.
배현우는 언짢은 기색으로 떠났다.
내가 정식으로 첩이 되게 해 달라고 한 것이 지나친 욕심이라 여겨 화가 난 모양이었다. 그 뒤로 보름 동안 배현우는 나를 찾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문을 지키는 어멈과 문지기는 여전히 문을 굳게 닫아 두었다.
곁에서 나를 시중드는 시녀 도화는 몹시 초조해했다.
"아씨, 도련님께 먼저 잘못을 빌고 노여움을 푸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나는 창가에 앉아 네모난 하늘을 바라보았다.
배현우가 찾아오지 않으니 오히려 마음이 한결 편했다.
나는 배현우가 두려웠다. 그의 심기를 거스를까 두려웠고, 그를 시중드는 일도 두려웠다.
하지만 도화가 배현우의 사람이라는 걸 알기에, 불만을 조금도 드러낼 수 없었다.
제 몸 하나 가누지 못하는 가련한 꽃처럼 그저 연약하게 고개를 숙일 뿐이었다.
"어찌 잘못을 빌겠느냐? 도련님께 연락할 방도조차 없는데."
도화는 말문이 막힌 듯 발을 구르더니 손을 홱 뿌리치고 나가 버렸다.
도화가 나가자 나는 창가에 엎드려 나무 위의 참새들을 바라보았다.
나는 어리석었다.
하지만 배현우가 갓 혼례를 치렀는데 밤마다 내 처소에 드나들다 보면 언젠가는 제 부인에게 들킬 수밖에 없다는 것쯤은 알고 있었다.
그때가 되면 배씨 가문이 정식으로 혼례를 올린 명문가의 규수와 아무런 신분도 없는 첩 중에서 누구를 택할지는 길가의 개도 알 일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이때 신분을 달라고 졸랐다.
배현우는 남이 먼저 손을 내밀어 무언가를 요구하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내게 본때를 보여 주려면 분명 나를 냉대할 터였다.
배현우가 나를 냉대해야만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나는 마치 하수구에 사는 쥐처럼 늘 전전긍긍하며 살았다.
배현우는 그런 내 처지를 모르는 듯했다.
어쩌면 정말 몰랐던 것이 아니라 그저 신경 쓰지 않았을 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두 달이 흘렀다.
눈앞에 놓인 먹다 남은 음식들을 보며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배현우가 찾아오지 않으니, 하인들 눈에는 내가 총애를 잃은 것으로 보였다.
정식으로 인정받지 못한 첩이 총애를 잃는다는 것은 곧 죽은 목숨이나 다름없었다.
하인들이 나와 함께 죽을 수는 없으니, 제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라면 서둘러 챙겨 두는 것도 당연했다.
나는 그들을 탓하지 않았다. 누구나 고달프게 살아갈 수밖에 없는 세상이었다.
나는 머리카락 한 줌을 잘라 문지기에게 건넸다. 잘 싸서 배씨 가문에서 물품을 사들이는 하인에게 전해 달라고 했다.
아니나 다를까, 그날 밤 배현우가 몰래 별채로 찾아왔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배현우는 참지 못하고 나를 끌어안았다.
"이 매정한 것아, 이렇게 오래도록 나를 찾지도 않았단 말이냐?"
나는 배현우의 품에 순순히 몸을 기댔다.
"도련님께서 노하신 줄 알았습니다."
나는 말을 잇지 못하는 듯 입술을 달싹였다. 눈물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고개를 들었다.
촛불 아래 고개를 든 내 모습은 분명 아름다웠을 것이다. 배현우의 눈에 어린 황홀한 기색이 그 증거였다.
하룻밤이 지나자 나는 다시 배현우의 총애를 되찾았다.
내 의식주도 다시 예전 수준으로 돌아왔다.
도화는 제 손으로 내 몫을 줄여 놓고도 아무 일 없다는 듯 태연하게 다시 나를 시중들었다.
하지만 나는 도화를 원망하지 않았다. 도화 역시 사정이 어렵다는 걸 알고 있었다.
집에는 병든 어머니가 계셨고, 다리를 저는 남동생과 아직 젖먹이인 조카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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