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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끝난 자리에서제3화

이 화는 약 2251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마치 나는 부르면 언제든 달려오는 가사도우미에 불과한 것 같았다.

어질러진 집 안을 바라보자 가슴이 답답하게 막혔다.

목 안에 솜뭉치가 걸린 것처럼 숨을 쉴 때마다 씁쓸한 통증이 번졌다.

그때 휴대폰이 갑자기 진동했다.

병원 단체 채팅방이었다.

국제 의료 구호 활동 지원자 모집 공지였다.

나는 그 문장을 바라보다 심장이 순간 빠르게 뜀박질하는 것 같았다.

어쩌면 정말 좋은 기회일지도 몰랐다.

이곳을 떠나 유주원에게서 멀어지고, 스스로 완전히 독립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심호흡을 크게 하고 숨을 고른 뒤 나는 휴대폰을 들고 이 공고에 지원했다.

...

지원까지 마친 나는 몸을 추스르고 병원으로 가서 관련 서류를 제출했다.

모든 일을 끝낸 뒤 나는 카카오톡을 열었다.

대화창은 여전히 내가 보낸 마지막 문자에서 멈춰 있었다.

[일 끝나면 연락해. 할 말 있어.]

답장은 없었다.

전화를 걸려고 휴대폰을 들던 순간, 숏폼 플랫폼에서 새 게시물 알림이 떴다.

영상 속 소예원은 한 작품의 예술적 가치를 설명하며 거침없이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표정도 목소리도 자신감으로 빛났다.

유주원이 찍은 영상이었다. 게시물에는 이런 글이 달려 있었다.

[예원은 한 번 본 건 절대 잊지 않아. 정말 대단한 기억력이야.]

나는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리도록 휴대폰을 꽉 쥐며 전화를 걸었다.

“전시장 밖 카페에서 기다릴게. 30분 안에 안 오면 내가 직접 들어갈 거야.”

“강서안, 또 왜 이래? 내가...”

유주원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전화를 끊었다. 그의 짜증 섞인 목소리는 통화 종료음 너머로 사라졌다.

나는 카페에 앉아 시간을 세었다.

30분이 거의 다 되어 자리에서 일어나 직접 찾으러 가려던 순간이었다.

유주원이 소예원을 데리고 느긋하게 카페 안으로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소예원이 먼저 걱정스러운 얼굴로 입을 열었다.

“서안 씨, 전화 목소리가 너무 다급해서 무슨 큰일이라도 난 줄 알았어요. 그래서 주원한테 빨리 오자고 했어요. 제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어요?”

유주원은 내 굳은 얼굴을 보자 오히려 더 짜증이 난 듯했다.

“대체 무슨 일인데 이렇게 급해? 전화로 말하면 안 돼? 꼭 여기까지 찾아와서 이래야 해?”

나는 그의 곁에 딱 붙어있는 소예원을 힐끗 보고 몸을 돌렸다.

소예원이 곧장 따라와 친한 척 내 팔짱을 끼고 다시 자리에 앉혔다.

“서안 씨, 화내지 마세요. 주원은 그냥 제가 전시장에 혼자 있는 게 걱정돼서 같이 온 것뿐이에요. 온 김에 커피나 한잔하고 가세요.”

그녀는 세상 순진한 얼굴로 웃었다.

예전 같았으면 벌써 팔을 뿌리쳤겠지만 나는 지금 그저 감각이 마비된 듯 소예원이 끄는 대로 앉았다.

내가 더 이상 소란을 피우지 않자 유주원도 한결 편해진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소예원이 메뉴판을 집어 내 앞으로 밀었다.

“서안 씨, 이 코코넛 라테 드셔보세요. 새로 출시된 메뉴인데 저랑 주원이 아까 마셔봤거든요. 진짜 맛있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유주원의 팔을 흔들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너 아메리카노 마시지 말고 나랑 이 2잔 세트 시키면 안 돼? 여기 곰돌이 커플 키링 주는데, 나 이거 진짜 오래 갖고 싶었단 말이야.”

유주원은 반사적으로 나를 바라봤다.

우리는 소예원 때문에 셀 수 없이 많이 싸웠다. 그가 다른 여자와 커플 아이템을 맞추는 걸 내가 가장 싫어한다는 사실은 누구보다 유주원이 잘 알고 있었다.

유주원은 모든 걸 알면서도 매번 소예원을 내 앞에 데려왔다.

그의 떠보는 듯한 시선과 마주친 순간, 나는 속눈썹이 살짝 떨리며 잠깐 멍해졌다.

예전의 나라면 이런 일로 유주원과 세상이 뒤집힐 만큼 싸웠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나는 무심하게 말했다.

“그래. 귀엽네.”

유주원은 당황한 듯 잠깐 멈칫하며, 미간을 더 깊게 찌푸렸다.

그는 몇 초간 망설이다가 결국 소예원이 커플 세트를 주문하지 못하게 했다.

대신 나를 힐끔거리며 내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살피고 있었다.

아쉽게도 유주원은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한 사람, 한 가지 일 때문에 계속 싸우는 것도 정말 지긋지긋했다.

나는 고개를 돌려 창밖만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주원이 몇 번이나 말을 걸려 했지만, 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다는 말로 대충 흘려버렸다.

반면 소예원은 곁에서 끊임없이 새로운 주제를 꺼내며 활기차게 떠들었다. 전시회에서 음악회로, 디자이너에서 컬렉터로 전환하며 유주원과 쉼 없이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우리 사이에 흐르는 어색한 분위기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것처럼 말이다.

나는 완전히 제삼자가 된 기분으로 조용히 옆에 앉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었다.

나는 커피를 세 번이나 리필하는 동안 몇 번이고 일어나려 했지만, 그때마다 소예원이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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