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의 끝, 배신한 대가제3화
이 화는 약 3187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복도 끝, 화장실 입구.
서아리는 바닥에 주저앉은 채 몸까지 들썩이며 펑펑 울었다.
한 무리의 아이들이 그녀를 에워쌌고 송준우가 한창 머리를 쥐어박고 있었다. 녀석은 험상궂은 얼굴로 으름장을 놓았다.
“감히 아무한테나 아빠라고 불러? 죽고 싶어 환장했어?”
말을 마치고 나서 발로 배를 걷어차자 서아리는 고통에 비명을 내질렀다. 이내 피하려고 했지만 뒤에 서 있는 다른 남자아이에게 붙잡혔다.
“내연녀의 자식은 맞아도 싸.”
“우리 엄마가 사생아는 이 세상에 태어나면 안 된다고 했어.”
서아리는 주먹을 마구 휘두르며 반항했고 자지러지게 울면서 말했다.
“헛소리하지 마! 우리 아빠 맞거든?”
“엄마! 아빠! 얼른 와서 아리를 구해주세요. 너무 아파요. 대체 어디 계세요?”
눈앞의 장면을 목격하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지면서 피가 거꾸로 솟구쳤고 온몸의 혈관이 터질 것 같았다.
나를 발견한 녀석들은 서로를 힐끔거리더니 점점 일그러지는 표정을 보고 뿔뿔이 도망쳤다.
결국 딸을 품에 끌어안고 나서야 사시나무 떨듯이 떨고 있는 사실을 알아차리고 서둘러 119를 불렀다.
“아리야, 괜찮아. 엄마 왔어.”
구급차가 도착하자 다른 학부모들은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
나는 딸을 안고 쏜살같이 뛰어갔다.
도중에 싱글벙글 웃으며 송준우와 블록을 쌓는 송지헌과 옆에서 땀을 닦아주는 안소정을 발견했다.
송지헌은 인기척을 느낀 듯 고개를 들었고 의아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 가까이 다가오며 물었다.
“무슨 일이야? 아리 어디 아파?”
안소정이 그의 손을 잡아당겼다.
“오빠, 오늘 준우랑 같이 있어 주기로 약속했잖아. 어젯밤에 온종일 놀아준다고 말해줬을 때 준우가 얼마나 기뻐했는지 알아?”
송지헌의 발걸음이 우뚝 멈추었고, 나는 서아리를 안고 구급차에 올라탔다.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인지라 구급대원은 차에서 검사하고 응급처치를 했다.
여자 대원이 서아리의 치마를 들어 올렸을 때 저도 모르게 숨을 들이켰다.
“이렇게 어린아이한테 대체 무슨 짓을 한 거죠?!”
나는 패닉에 빠진 나머지 눈물을 왈칵 쏟았다.
뽀얀 피부는 군데군데 시퍼렇게 변했고 옆구리에 주먹만 한 멍이 들었다.
몸 떨림이 멈추지 않자 구급대원이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기기 준비해주세요!”
응급처치는 무려 2시간이나 지속되었고 1분이 1년처럼 느껴졌다.
속으로 후회와 증오가 차오르더니 전신으로 퍼져나가 체내에서 날뛰고 있었다.
엄마가 안쓰러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면서 푸념했다.
“넌 대체 애를 어떻게 보는 거야? 우리 아리 얼마나 힘들었을까...”
병상에 누워 링거를 맞고 있는 서아리가 힘겹게 눈을 뜨고 망연자실하게 나를 바라보았다.
“엄마, 사람들은 왜 난 아빠한테 버림당했다고 하죠? 전 분명 아빠가 있는데 말이에요. 아빠는 왜 아리의 편을 들어주지 않는 거예요?”
나는 딸의 이마에 살포시 입맞춤하며 말했다.
“엄마가 아리를 영원히 지켜줄게. 아리는 엄마의 보물 1호니까. 그리고 아빠는 우리가 버린 거야.”
유치원에 돌아갔을 때 행사는 막바지를 향해 달려갔다.
아이와 학부모가 함께 가족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송지헌은 열심히 그림에 색칠했고, 품에 얌전히 안긴 송준우 그리고 흡족한 얼굴로 부자의 사진을 찍느라 여념이 없는 안소정이 보였다.
평온하고 화기애애한 모습은 행복한 가정의 표본 같았다.
정작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억울하게 봉변당한 딸은 병원에 누워 있는 신세라니!
나는 대뜸 뛰어가서 두말없이 안소정의 뺨을 때렸다.
강한 충격에 그녀는 휘청거리더니 뒤에 있는 책상 모서리에 쿵 하고 부딪혔다.
갑작스러운 따귀 소리에 사람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송지헌이 버럭 외쳤다.
“서유미, 뭐 하는 거야?!”
곧이어 안소정을 품에 안고 안쓰러운 눈빛으로 말했다.
“소정아, 괜찮아?”
안소정은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쌍한 척 연기했다.
“유미 씨, 저한테 오해라도 있는 것 같은데 사과할게요.”
나는 냉소를 지었다.
“말로 대충 무마하면 끝이에요? 너무 성의가 없잖아요.”
이내 다시 뺨을 때릴 기세로 손을 번쩍 들어 올리자 송지헌이 서둘러 막아섰다.
순간 방향을 틀어 송지헌에게 따귀를 날렸고 얼굴에 빨간 손바닥 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그는 넋을 잃은 채 볼을 부여잡고 곧이어 미친 사람처럼 고래고래 날뛰었다.
“이 미친년이! 정신 나갔나? 오냐오냐하니까 눈에 뵈는 게 없어?”
이때, 유치원 선생님이 뛰어와서 상황을 수습했고 도대체 무슨 일인지 물었다.
나는 송준우를 가리키며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저놈이 내가 한눈판 틈을 타서 친구들을 데리고 우리 딸을 괴롭혔어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안소정이 재빨리 끼어들었다.
“말도 안 돼요! 준우가 얼마나 착한 아이인데.”
“오빠, 날 믿어줘.”
나는 한 발짝 다가가 말했다.
“말이 안 돼요? 아까 구급차는 괜히 부른 줄 알아요?”
송지헌은 또다시 수호신처럼 안소정과 송준우의 앞을 가로막았다.
“설마 애들이 앙심을 품고 그랬겠어? 놀다가 장난칠 수도 있지. 오히려 네가 일을 크게 키운 거 아니야? 막돼먹은 사람처럼 뜬금없이 손찌검부터 하면 어떡해?”
씩씩거리며 말하는 나를 보자 송지헌은 손을 뻗어 힘껏 밀쳤다.
이내 손바닥에 땅에 닿으면서 피가 배어 나왔다.
송지헌에게 잘 보이려고 아첨하는 사람들이 우쭐거리는 얼굴로 나를 조롱하고 욕하기 바빴다.
“어쩌면 피해자 코스플레이할지도 모르죠. 송 대표님이 잘 나가는 걸 알고 한 푼이라도 뜯어먹으려는 심보인가 봐요.”
“주제 파악이나 좀 하지? 성미 그룹 법무팀에 잘못 걸리면 후회해도 늦을 텐데.”
“혹시 송 대표님을 유혹하다가 실패한 적이 있어서 바짓가랑이라도 붙잡으려는 게 아닐까요? 사모님의 발끝에도 못 미치면서 감히 어딜 넘보는 거죠?”
“과연 내연녀답네요.”
이때, 멀리서 자동차가 달려오는 소리가 들려왔고 유치원 입구에 고급 승용차 3대가 잇달아 멈추어 섰다.
눈치 빠른 학부모가 깜짝 놀라며 외쳤다.
“차에 성미 그룹 로고가 있네요. 임원이 타고 다니는 차량인가 봐요.”
아부하는 사람이 한마디 보탰다.
“송 대표님은 역시 대단하시네요. 그룹사 법무팀까지 부르다니.”
그러고 나서 침을 퉤 하고 뱉더니 고소하다는 듯 말했다.
“당신 이제 끝났어요. 성미 그룹 법무팀은 L시에서 불패의 신으로 명성이 자자하거든요? 이제 거액의 배상금을 떠안고 감옥에 들어갈 일만 남았네요.”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는 학부모는 잔뜩 격앙된 얼굴로 휴대폰을 켰다.
“오늘 빅이슈가 일어난 현장에 참석하게 될 줄은 몰랐네요. 여러분, 얼른 저를 팔로우해주세요. 내연녀의 최후를 생방송으로 보여줄게요.”
그제야 정신을 차린 안소정은 놀라움과 뿌듯함 담긴 얼굴로 송지헌을 바라보았고, 옆에 서 있는 송준우는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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