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시 복권에 당첨되어 죄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 · 제1화설정≡

복권에 당첨되어 죄수들에게 복수하는 이야기제1화

이 화는 약 1763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전생의 도현이는 나를 위해 기꺼이 괴물이 되는 길을 택했다. 내가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그 오만한 재벌가 아가씨의 굴욕적인 제안을 받아들이고 그녀의 노리개가 되었다. 오직 나의 등록금과 생활비를 감당하기 위해서.

하지만 그는 몰랐을 것이다. 그 결정이 결국 나를 지옥으로 밀어 넣었다는 것을. 나는 그 아가씨의 친구이자, 이 바닥의 '황태자'라 불리는 강태준의 손에 떨어졌다. 그 은밀한 방에 갇혀 밤낮으로 그에게 짓밟히고 유린당했던 기억들.

그리고 지금, 나는 다시 돌아왔다. 도현이가 자존심을 꺾고 그 아가씨의 발밑으로 기어 들어가려던 바로 그날로.

옆에서는 전생의 수많은 밤, 나를 품에 안고서 잔인하게 유린하던 그 소년, 강태준이 나른하게 벽에 기대어 서 있었다. 그는 불에 기름을 붓듯 비아냥거렸다.

“등록금 낼 돈도 없으면서 자존심은 챙기고 싶나 보지?”

이번에는 결코 비극이 반복되게 두지 않을 것이다.

나는 떨리는 도현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그를 향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속삭였다.

“도현아, 내가 말 안 한 게 있는데... 나 복권 당첨됐어. 우리 이제 등록금 걱정 안 해도 돼.”

* * *

“서도현.”

강태준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채영이가 너 봐주겠다잖아. 이게 얼마나 영광스러운 기회인지 몰라?”

그 익숙하고도 소름 끼치는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뒷걸음질을 쳤다. 안색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갔다. 이내 태준의 방만하고 나른한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렀다.

태준은 나를 무심하게 훑어보고는 시선을 거두며 이채영에게 물었다.

“너는 저런 허여멀건 놈이 왜 좋다는 거야?”

지금의 태준은 아직 나에게 관심이 없다. 그저 제 친구가 원하는 ‘장난감’을 손에 쥐여주는 일에만 열중할 뿐이다.

이채영이 킥킥거리며 웃었다.

“원래 저렇게 콧대 높은 애들이 꺾는 맛이 있거든.”

나는 고개를 돌려 옆을 보았다. 도현이 내 곁에 서 있었다. 세탁을 너무 많이 해 하얗게 바랜 교복 너머로 그의 가늘고 단단한 체구가 느껴졌다. 그는 눈을 내리깔고 있다가 슬그머니 나를 쳐다봤다.

나 역시 멍하니 그를 바라보았다. 마치 찰나의 순간 속에 과거의 잔상들이 스쳐 지나가는 것 같았다.

전생의 나는 도현을 한 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태준의 명령에 순종하며 버텼다. 하지만 만날 때마다 도현의 눈동자는 점점 빛을 잃고 탁해져 갔다. 그럼에도 그는 마지막 순간에 늘 옅은 미소를 지으며 다정한 목소리로 말하곤 했다.

“하윤아, 너 왜 이렇게 또 말랐어? 밥 좀 잘 챙겨 먹어. 나 보러 자꾸 입국하지 말고, 너는 네 갈 길 가야지.”

그럴 때면 나는 까치발을 들고 그를 안아주며 코끝이 찡해진 채 대답했다.

“알았어.”

그리고 돌아서서 다시 그 은밀한 감옥 같은 방으로 걸어 들어갔다.

방 안 가득 채운 모니터에는 360도 고화질 카메라로 촬영된 도현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흐르고 있었다. 화면 속 도현은 내가 떠난 자리에 홀로 서서 지독한 고독을 견디고 있었다.

그 화면 앞에 이채영과 강태준이 앉아 있었다. 차가운 블루라이트가 그들의 얼굴을 비췄고, 두 사람의 표정은 하나같이 일그러져 있었다.

이채영이 무표정하게 내게 물었다.

“방금 어느 손으로 쟤 만졌어?”

강태준이 눈꺼풀을 치켜뜨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내 사람은 내가 알아서 해. 네가 훈수 둘 일 아니야.”

이채영은 코방귀를 뀌며 방을 나갔다. 아마 또 도현이를 괴롭히러 가는 길이었을 것이다.

강태준은 천천히 내게 다가와 가느다란 내 손목을 움켜쥐었다. 뼈가 으스러질 듯한 힘이었다. 그는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서늘하게 읊조렸다.

“정말 눈물 나는 순애보네. 나와 채영이가 너희를 갈라놓은 악당이라도 된 기분이야.”

세로쓰기 표시 중: 본문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스크롤합니다(← → 키로도 이동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