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란다에서 멈춘 아이의 시간제1화
이 화는 약 2288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2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내 아내는 육아 인플루언서로 평소 아들에게 무척 엄격하다.
아들이 유치원에서 첫사랑의 딸을 밀었다는 이유로 아내는 아들을 베란다로 내쫓았다.
그녀는 아들을 베란다에 가두어 반성하도록 한 다음, 첫사랑의 딸을 데리고 외출했다.
베란다의 보호난간을 통과해 18층에서 아래로 떨어진 아들의 작은 몸은 산산이 부서졌다.
떨어지면서 아들은 도와달라고 엄마를 불렀지만, 그녀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 * *
청명절 전날, 평소처럼 출근하던 나를 세 살짜리 아들이 안고 놓아주려 하지 않았다.
“아빠, 내일부터 휴가야?”
“그래, 아빠 내일부터 사흘 연휴거든. 우리 도시락 싸서 야외로 소풍 가자!”
“정말? 그럼, 나 로봇 장난감 안 사줘도 돼. 나는 아빠가 맨날 집에서 나랑 놀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아들을 어깨 높이까지 들어 올려주었고, 아이는 즐거워하며 까르르 웃었다. 아이의 웃음소리에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그 행복이 계속될 줄 알았다. 그것이 나와 아들의 마지막이 될 거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의 전화를 받았을 때, 나는 그대로 멍해졌다.
[양 선생님, 댁 베란다에 어린아이가 매달려있습니다. 이미 몸이 반쯤 보호난간 밖으로 나왔다고 합니다.]
[댁에 아무도 안 계신 것 같아요. 우리가 계속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안에서 아무도 대답을 안 합니다. 119를 불렀는데, 아직 오는 중입니다. 우리가 집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아이를 구해도 될까요?]
머릿속이 하얘졌다.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문을 부수고 들어가라고 대답했다. 아들을 구하는 일인데, 집을 다 부숴도 상관없었다.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는 내내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무정한 아내는 번번이 전화를 끊었다.
깊은 절망이 마음을 뒤덮었고, 나는 그저 자동차가 좀 더 빨리 달리기만을 바랐다.
아파트 단지 입구에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경찰차, 소방차, 구급차가 다 와 있었다.
나는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급히 사람들을 비집고 들어갔다.
비통한 표정의 할머니 두 분이 내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며 탄식했다.
“아이고, 저렇게 어린데... 저 집 어른들은 다 어딜 간 거야? 서너 살밖에 안 된 아이를 혼자 베란다에 가둬놓다니! 말이 돼?”
“이건 어른 잘못이야. 베란다 문을 밖에서 잠갔다고 하잖아. 아이가 밖으로 나가고 싶어서 보호 난간에 매달린 거지. 요즘 젊은 부모들 참...”
“그러니까! 난간에 매달려 어찌나 서럽게 울던지 내 마음이 다 아프더라니까! 소방대원이 막 도착했을 때, 아이가 아래로 떨어졌어. 너무 안타까워!”
다리가 쇳덩이처럼 무거워 걸음을 옮기기가 힘들었다. 나는 마음속으로 그녀들이 말하는 아이가 내 아들이 아니기만을 수없이 빌었다.
그러나, 흰 천 아래로 빠져나와 있는 작은 손을 발견했을 때, 내 마음은 큰 돌덩이에 눌린 것처럼 답답해졌고,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아이의 피 묻은 작은 손에 지난주 내가 선물한 건담 모형이 꼭 쥐어져 있었던 것이다.
나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폴리스 라인 안에는 아이의 작은 몸만이 덩그러니 놓여있었다. 누군가 칼로 내 심장을 도려내는 것처럼 가슴이 아팠다.
아파트 관리소장이 달려오더니 나를 부축했다. 그가 비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셨습니까? 우리가 전화를 끊자마자 아이가... 추락해서... 구할 새가 없었습니다.”
“유감입니다...”
사람들의 웅성거리던 소리가 잠잠해지고, 연민 가득한 표정의 이웃들이 주위를 둘러쌌다.
나는 말을 하려고 입을 벌렸지만, 목구멍이 무언가에 막힌 것처럼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의사가 고개를 흔들며, 응급조치가 의미 없는 상태였다고 말했다.
나는 걸음을 옮겨 아들이 누워있는 곳으로 다가갔고, 아이를 덮고 있던 흰 천을 힘겹게 들추었다.
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자, 송곳으로 찌르는 것처럼 심장이 아팠다.
피투성이가 된 아들의 작은 몸이 웅크린 채 거기 누워있었다.
나는 아들을 안고 싶었지만, 어디로 어떻게 안아야 할지 알 수 없어, 그냥 아이의 몸 위에 엎드린 채 흐느껴 울었다.
“종현아, 우리 아들, 아빠 왔어...”
아들의 몸에서 체온이 느껴졌다. 그러나 아이는 이미 더 이상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문득 아침 출근할 때 본 아들의 천진한 모습이 떠올랐다. 그렇게 활기차던 작은 생명이 이렇게 영원히 사라져버렸다. 마치 무수한 유리 파편이 심장에 박힌 것처럼 숨 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경찰의 증거수집이 끝난 후, 나는 멍하니 경찰차를 타고 경찰서로 가서 조서 작성에 협조했고, 차가운 장의자에 앉아서 절망적인 마음으로 아들의 부검 결과를 기다렸다.
그러는 동안 아내 왕지연의 전화는 내내 아무도 받지 않았다.
마치 마음이 죽은 것 같았다. 한동안 내가 느끼는 감정이 아픔인지 증오인지 분간도 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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