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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혼약, 다시 찾은 삶제3화

이 화는 약 2431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첫눈이 내리던 날, 노부인의 병세가 갑자기 위중해졌다.

노부인은 평소 나를 무척 아껴 주셨다.

나는 꼬박 사흘 동안 침상 곁을 지켰고 탕약을 몇 번이나 새로 달여 올리면서 한숨도 눈을 붙이지 못했다.

사흘째 되는 밤, 김연우가 마침내 후작 가문으로 돌아왔다.

내가 침상 가장자리를 짚고 일어나는 것을 본 그는 손을 뻗어 내 팔을 받쳐 주었다. 손길은 따뜻하고 든든했다.

"두 시진이라도 가서 쉬거라. 오늘 밤은 내가 할머니 곁을 지키마."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어의께서 오늘 밤이 고비일 수도 있다고 하셨습니다."

김연우가 내 겉옷을 여며 주었다.

"알고 있다. 네가 깨어날 때까지 이곳에 있으마."

내가 막 바깥방으로 나왔을 때, 성 밖 산장에서 사람이 찾아왔다.

온몸에 눈을 뒤집어쓴 채 나타난 사내가 흠뻑 젖은 쪽지 한 장을 내밀었다.

임지헌이 홀로 산에 설경을 보러 갔다가 수행원들과 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쪽지 끝에는 임지헌이 직접 쓴 문장이 있었다.

"이 설경도 세자와 함께 보지 못한다면 빛을 잃고 말 것입니다."

김연우는 쪽지를 읽자마자 벽에 걸린 두꺼운 외투를 집어 들었다.

나는 문 앞을 막아섰다.

"후작 가문에는 호위도 있고 산길을 잘 아는 사냥꾼도 있습니다. 그들을 보내십시오."

"지헌이는 어둠을 무서워하고, 일이 생기면 쉽게 당황한다."

그는 손목 보호대를 단단히 동여매며 사람을 불러 말을 준비하라 명했다.

나는 손을 뻗어 그의 소매를 붙잡았다.

힘이 너무 약해 옷자락에는 옅은 주름 하나만 잡혔다.

"할머니께서 조금 전에도 세자를 찾으셨습니다. 오늘 밤 이곳을 지키겠다고 약속하지 않으셨습니까."

김연우는 고개를 숙여 밤샘으로 붉어진 내 눈을 바라보았다.

그는 손을 들어 더없이 다정한 손길로 내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사람만 찾으면 곧 돌아오마. 약이 식기 전에는 반드시 돌아오겠다."

약그릇에서는 아직 김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가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순간 차가운 눈바람이 함께 밀려들었다.

문이 닫히자 남아 있던 온기마저 사라졌다.

나는 세 무리의 사람을 보내 그를 뒤쫓게 하고, 집사에게 밤새 성 밖 역참으로 이어지는 길을 샅샅이 뒤지게 했다.

노부인은 두 번이나 간신히 의식을 되찾았고 그때마다 문을 바라보았다.

날이 밝아 올 무렵, 노부인의 손이 내 손에서 힘없이 미끄러져 내렸다.

약은 완전히 식어 있었다.

김연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침상 곁에 무릎을 꿇었다. 목이 꽉 막혀 울음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집사가 어찌해야 할지 묻기에 나는 하나씩 지시했다.

가문의 어른들을 모시고, 저택의 문을 닫고, 수의를 준비하고, 흰 깃발을 내걸게 했다.

대청이 온통 흰 천으로 덮이고 나서야 밖에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김연우가 임지헌을 안은 채 저택 안으로 들어왔다.

임지헌은 발목에 천을 감고 있었고, 김연우의 두꺼운 외투에 빈틈없이 싸여 있어 창백한 얼굴만 드러나 있었다.

김연우의 미간에는 피로가 짙게 내려앉았고, 어깨에는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있었다.

임지헌은 상을 알리는 흰 깃발을 보자 몸을 떨었다.

김연우도 그 자리에 굳어 버렸다.

나는 그가 적어도 먼저 들어가 노부인을 뵐 줄 알았다.

그러나 가문의 어른들이 가득 모인 대청을 본 김연우는 내게 먼저 입을 열었다.

"할머니께서 위독하셨는데 어찌 아무도 내게 알리지 않은 것이냐?"

나는 소매에서 후작 가문으로 돌아오라는 명을 적어 보낸 세 개의 패를 꺼내 영전에 올려놓았다.

"세 무리의 사람을 보냈습니다. 한 무리는 성문 밖에서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렸고, 두 무리는 산에 들어가 세자를 찾았습니다. 너무 멀리 가셔서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김연우는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

"그렇다면 사람을 더 보냈어야 하지 않느냐. 할머니의 마지막 모습조차 뵙지 못했으니 남들이 나를 어찌 보겠느냐?"

그의 품에 안긴 임지헌이 흐느끼기 시작했다.

"모두 제 탓입니다. 저를 찾으러 오지만 않으셨다면 세자께서 불효자라는 오명을 쓰실 일도 없었을 것입니다."

김연우의 팔에 저도 모르게 힘이 들어갔다.

"네 탓이 아니다."

단호한 대답이었다.

나는 영전을 짚고 몸을 일으켰다. 오랫동안 무릎을 꿇고 있었던 탓에 다리에는 감각이 없었고 눈앞마저 캄캄해졌다.

김연우가 나를 부축하려 다가오려 했다. 그러나 임지헌이 발을 땅에 딛자마자 아픈 듯 낮게 신음했고, 그의 걸음은 그대로 멈췄다.

팔 년을 서로 의지하며 버텨 온 세월도 한 번의 눈보라를 이기지 못했다.

노부인은 임종을 앞두고도 누구 하나 원망하지 않았다.

그저 문만 바라보며 몇 번이고 김연우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몸을 돌려 집사에게 명했다.

"혼례에 쓰려던 붉은 비단은 모두 걷고 혼사는 법도에 따라 삼 년 뒤로 미루겠다. 그리고 노부인의 장례는 모두 검소하게 치르거라."

김연우는 그제야 임지헌을 시녀에게 맡기고 성큼 다가와 내 앞을 막아섰다.

"후작 가문은 지금 삼 년을 버틸 형편이 아니다. 혼사를 어찌할지는 장례가 끝난 뒤 다시 논하자."

나는 그의 옷깃에 남은 임지헌의 눈물 자국을 바라보았다.

"세자께서는 먼저 노부인을 뵈러 가십시오. 노부인께서는 이제 더는 세자를 기다리실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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