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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바람에 갇힌 거짓말제3화

이 화는 약 1992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나는 샴페인 잔을 든 채 말했다.

“축하해요.”

“고마워요.”

임유라는 배를 쓰다듬었다.

“병원에서 딸이랬어요. 도윤 씨가 얼마나 좋아하는지 몰라요. 딸은 엄마를 닮아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다 나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

“그거 알아요? 도윤 씨가 그러더라고요. 그때 지아 씨를 X국으로 보내지 않았으면 한참 더 고민했을 거라고요.”

“무슨 뜻이에요?”

“말 그대로예요.”

임유라가 환하게 웃었다.

“그때 지아 씨가 떠나 줘서 정말 다행이었다고요. 지아 씨가 그렇게 희생해 준 덕분에 저희가 지금 이렇게 사는 거잖아요.”

내 손이 떨렸다.

잔에 담긴 샴페인이 몇 방울 튀면서 원피스 위로 떨어졌다.

“임유라 씨.”

나는 임유라를 똑바로 바라봤다.

“첫째를 임신하셨을 때, 저는 X국 현장에서 40도가 넘는 고열로 죽을 뻔했다는 거 알아요?”

임유라가 눈을 깜빡였다.

“그래서요?”

“그날 도윤 씨한테 17번이나 전화했어요. 한 번도 안 받았고요.”

“그날은 저희 기념일이었어요.”

임유라가 아무렇지도 않게 웃었다.

“도윤 씨는 저랑 웨딩드레스 고르고 있었고요.”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임유라가 덧붙였다.

“한정판이었어요. 허리에 진주 자수가 들어간 거.”

그 드레스는 5년 전 내가 입어 봤던 드레스였다.

그때 심도윤은 내게 말했다.

“우리 결혼할 때 이걸로 하자.”

그때 그가 말한 ‘우리’에 나는 처음부터 없었던 모양이다.

나는 잔을 내려놓고 돌아섰다.

언제부터 거기 있었는지, 심도윤이 바로 뒤에 서 있었다.

복잡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던 심도윤이 입을 열었다.

“지아야...”

“내 이름 부르지 마. 역겨워.”

연회장을 나서자 비가 내리고 있었다.

처마 아래에 서서 빗속에 흐릿해진 도시를 바라봤다.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심도윤이었다.

손에 들고 있던 우산을 내밀었다.

“써. 감기 걸려.”

“너랑 무슨 상관이야?”

심도윤은 잠시 말이 없었다.

“나 미워하는 거 알아.”

“안 미워해.”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그냥 너 같은 인간 때문에 내 인생 5년을 날렸다는 게 아까울 뿐이야.”

“그 5년은...”

“그 5년 동안 난 X국에서 하루 16시간씩 일했어.”

나는 심도윤의 말을 끊었다.

“생리를 석 달씩 못 하고 머리카락이 한 움큼씩 빠져도 버텼어. 돌아오면 너랑 결혼할 수 있을 거라고 믿었으니까.”

심도윤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나는 그저 헛웃음만 나왔다.

“그런데 넌 그동안 결혼도 하고 애도 낳고, 이제 둘째까지 생겼네.”

“미안해.”

“미안하다고 하면 다야?”

나는 심도윤을 바라봤다.

“심도윤, 난 이제 널 미워할 기운도 없어. 그냥 내가 너무 바보 같아서 견딜 수가 없어.”

빗줄기가 점점 거세졌다.

심도윤이 우산을 펴서 나한테 씌워 주려고 했다.

나는 그 손을 밀어내고 그대로 빗속으로 걸어갔다.

차가운 비에 온몸이 흠뻑 젖었다.

일주일 뒤, 집에서 전화가 왔다.

엄마는 울고 있었다.

[지아야, 아빠가 입원했어!]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원래 심장병이 있던 아버지는 창백한 얼굴로 병실 침대에 누워 있었다.

엄마가 내 손을 붙잡았다.

“누가 아빠한테 편지를 보냈어. 네가... 남의 가정을 깨뜨린 여자라고 하더라.”

“아니에요!”

“사진까지 다 있어!”

엄마는 눈물을 훔쳤다.

“너랑 심도윤이 주고받은 대화 내용이랑 회사 사람들이 한 말까지...”

나는 엄마에게서 봉투를 빼앗았다.

사진은 합성된 거였고, 대화 내용도 조작돼 있었다.

하지만 너무 정교해서 진짜처럼 보였다.

“아빠, 내 말 좀 들어 봐요...”

아버지가 눈을 뜨고 한참 동안 나를 바라봤다.

“아빠는 너 믿는다.”

그 말을 끝으로 아버지는 다시 눈을 감았다.

곧 심전도 모니터에서 날카로운 경고음이 울렸다.

의료진이 급히 병실로 들어왔고, 나는 병실 밖으로 밀려났다.

그런데 병실 앞에 심도윤이 서 있었다.

손에는 과일 바구니를 들고 있었다.

“아버님 뵈러 왔어.”

마침 지나가던 간호사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심도윤 씨 정말 좋은 분이네요. 전 여친 아버님 병문안까지 오시고.”

순간 이성을 잃은 나는 심도윤에게 달려들면서 거세게 뺨을 후려쳤다.

과일 바구니가 바닥에 떨어지며 과일이 사방으로 굴러갔다.

“네가 한 짓이지?”

“난 모르는 일이야...”

“모른다고?”

나는 심도윤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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