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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스도 못 쥐는 내가 널 쓰러뜨렸어제3화

이 화는 약 2454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코를 찌르는 병원 소독약 냄새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고한결은 병상 앞에 서서 나를 내려다보며 은행 카드 한 장을 던졌다.

“어제는 내가 말이 좀 심했던 것 같아.”

고한결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못마땅한 기색이 얼굴에 가득했다.

“병원비는 내가 대 줄게. 남기로 했으면 얌전히 있어. 이렇게 자신을 망치지 만들지 말고.”

나는 베개에 기대어 그저 고한결을 바라보았다.

고한결의 꿈을 이뤄 주고 세계 무대에 세워주기 위해, 나는 e스포츠 전술을 처음부터 배웠고, 24시간 내내 게임에 매달리며 완전히 몰두했다.

대회 참가비를 마련하려고 보름 내리 밤을 새워 돈을 받고 랭킹을 올렸다.

오른손의 건초염은 점점 악화되어 젓가락조차 쥐지 못할 만큼 아팠다.

그때 고한결은 찐빵처럼 부어오른 내 손을 받쳐 들고 부들부들 떨며 울더니 눈이 벌게진 채 맹세했다.

“다연아, 네 손은 곧 내 목숨과도 같아.”

나는 멍하니 가슴을 움켜쥐었다.

“그때 네가 그랬잖아. 내 손이 네 목숨과도 같은 거라고.”

“지금 이렇게 망가졌는데, 왜 너는 조금도 안 아픈 거야?”

고한결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짜증스럽게 내 말을 끊었다.

“자꾸 옛날 일로 나를 옭아매지 마. 사람은 과거가 아니라 앞을 보고 달려야 하는 거야.”

지독하게 매정한 말에 나는 시선을 돌려 소리 없이 눈물을 훔쳤다.

꼬박 7년 동안 못 한 것을 고한결은 해낸 것이었다.

손유진이 사라지자 고한결은 이번에는 갓 성인이 된 연습생을 데려왔다.

그 연습생은 빛이 바랜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겁이 많고 순수해 보이는 모습이 놀란 새끼 사슴 같았다.

나를 보자 눈시울을 붉히며 떨리는 몸으로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선배님, 죄송해요.”

“저는 윤아린이라고 해요. 그냥 프로가 되고 싶었을 뿐이지, 두 분 사이를 망치러 온 게 아니에요.”

미처 입을 열기도 전, 고한결은 성큼성큼 다가와 나의 반대편에 섰고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극도로 차가웠다.

“얘는 그냥 순수한 신인이야. 아무것도 몰라. 내가 억지로 끌어 준 거고.”

“화가 나면 분풀이는 나한테 해. 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리면 이 바닥에서 다시는 발 못 붙이게 해 줄 거야.”

윤아린은 확실히 달랐다.

결벽증이 매우 심한 고한결은 예전에 남이 자신의 물건에 손대는 것을 가장 싫어했다.

그런데 지금은 허리를 깊이 숙여 자신의 마우스를 쓰는 법을 손수 가르쳐 주고 있었다.

캠프를 새로 정하면서 윤아린을 위해 호화로운 개인 연습실까지 만들어 주었다.

오른손에 경련이 난 나는 허리를 구부리고 어찌할 바를 몰랐고, 끊임없이 괴롭히는 고통에 난 몸을 제대로 펼 수가 없었다.

물이 새는 지하실에서 함께 살던 시절, 고한결은 안쓰러운 듯 나를 끌어안고 돈을 벌면 꼭 내가 가장 원하는 삶을 주겠다고 했다.

우리만의 집을 하나 사서 행복하게 살자고 얘기했었다.

그 뒤에 정말로 돈이 생겼지만 고한결은 늘 자금을 팀 운영에 써야 한다고 했다.

나는 큰 그림을 보는 고한결을 이해했고 이에 대해 한마디 불평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인제 와서야 알았다.

고한결은 잊은 게 아니라 그저 그 약속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지켰던 것이었다.

고한결은 윤아린에게 집 한 채를 사 주었고, 등기부등본을 건네는 목소리는 꿀 떨어지게 달달했다.

“받아. 앞으로 네 집은 내가 지켜 줄게.”

윤아린은 고개를 들어 고한결을 바라보며 옅은 보조개를 지었다.

나는 윤아린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눈가에 번진 보조개와 수줍은 표정, 기쁜 얼굴로 고한결의 품에 안기는 모습까지 하나도 빠짐없이 나의 눈에 담았다.

7년을 사랑한 끝에 나는 고한결이 윤아린에게 마음을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보여 주기 식도 아니고 계약도 아닌 진심이라는 것을.

그 깨달음이 나를 완전히 부숴 버렸다.

나는 미친 듯이 달려들어 등기부등본을 빼앗아 찢어 버리고, 발작하듯 고한결을 붙잡고 마구 잡아당겼다.

“나를 곁에 두겠다고 했으면서 왜 또 새 여자를 만나?”

“너 설마 완전히 잊은 거야?”

말이 끝나기도 전, 고한결은 나를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그 바람에 등이 책상 모서리에 세게 부딪혔지만 아랑곳하지 않은 고한결은 경비원에게 지시했다.

“정신병이 또 도졌어요. 창고에 가두고 당장 정신병원에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하세요!”

나는 캄캄한 창고에 갇혔다.

창고의 사방 벽에는 우리가 함께 땄던 낡은 트로피들이 가득했다.

멘탈이 무너지기 직전 나는 또 한 번 오른쪽 손목을 그었다.

피가 주르륵 흐르기 시작했으나 그 아픔에 오히려 해방감을 느꼈다.

깊은 밤이 되어서야 고한결은 문을 밀고 들어왔다.

바닥에 흥건한 피와 핏기 하나 없는 나를 보더니 그저 피식 웃더니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또 울고불고하더니 이제는 죽는시늉까지 해?”

고한결이 차가운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망가진 손목을 그어서 누구를 겁주려고?”

“정말 죽어서 나한테 죄책감을 주고 싶으면 이 정도로는 안 돼. 다음엔 높은 곳에 가서 뛰어내리든지 해.”

나는 무심코 고한결을 바라보자 거칠게 오르내리던 가슴이 갑자기 잠잠해졌다.

눈 속의 빛이 완전히 사라진 나는 무의식중에 나직하게 한마디했다.

“그래.”

몸을 돌려 창고 창틀에 올라선 나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3층에서 뒤로 몸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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