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난 후, 나는 네 사랑이 필요 없어제1화
이 화는 약 2707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H시 상류층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었다.
차갑기로는 둘째가라면 서운할 정도로 유명한 백씨 가문 도련님이 한 여자를 위해 자신의 집안은 물론 목숨까지도 기꺼이 내놓았다는 사실을.
훗날 그 도련님은 바라던 대로 마음속 깊이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했고, 두 사람의 사랑 이야기는 그들 사이에서 전설처럼 전해졌다.
그 여자는 바로 나였다.
나는 우리가 앞으로도 영원히 행복할 줄 알았다.
그러던 어느 날, 휴대폰으로 갑자기 동영상 하나가 전송되어 왔다.
화면 속에는 한 남녀가 서로 뒤엉킨 채 몸을 섞고 있었다.
백연우의 억눌린 숨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유난히 거칠게 흘러나왔다.
[자기야, 너 정말 좋은 냄새 난다.]
여자는 마지못해 백연우를 밀어내는 듯하면서도 연신 교태 섞인 신음을 흘렸다.
나는 황급히 화면을 꺼버렸다.
새까맣게 꺼진 화면에는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이 비쳤다.
나와 백연우는 학창 시절부터 결혼까지, 15년 동안 한결같이 서로 사랑하며 모두가 부러워하는 모범적인 잉꼬 부부로 살아왔다.
하지만 실제 삶이 어떤지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은 나였다.
백연우의 마음은 이미 오래전에 변했다는 것을.
백연우는 내가 직접 골라 준 자신의 비서와 사랑에 빠졌다.
내 눈에는 티끌 하나도 용납되지 않았다.
그래서 백연우의 생일날, 내가 그에게 준 선물은 ‘영원히 서로의 삶에서 사라지는 것’이었다.
* * *
화면 속 여자가 연신 신음을 흘렸다.
[백연우 진짜 대단해.]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백연우의 억눌린 숨소리는 유난히 거칠었다.
나는 황급히 화면을 꺼버렸다.
새까만 화면에 눈물로 젖은 내 얼굴이 비쳤다.
나와 백연우는 교복에서 웨딩드레스까지, 15년 동안 변함없이 서로 사랑해 온, 모두가 부러워하는 금슬 좋은 잉꼬부부였다.
하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백연우의 마음이 변한 지 이미 오래였고, 대신 내가 직접 골라준 비서를 사랑하게 됐다는 것을.
백연우는 우리가 나눴던 사랑의 말들을 비서에게 들려주었고, 나는 그것을 알고도 모르는 척했다.
백연우가 나 몰래 비서와 아이까지 낳았을 때도 나는 울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백연우는 자신이 완벽하게 숨기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을 접고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백연우의 생일날, 내가 준비한 선물은 ‘영원히 서로의 삶에서 사라져 준다’라는 이별이었다.
휴대폰을 다시 켜자, 영상은 여전히 재생되고 있었다.
남자의 거친 숨소리와 여자의 가느다란 신음이 뒤섞여 공간 전체가 뜨거운 기운으로 물들었다.
나는 화면 속에서 땀을 흘리는 백연우의 얼굴을 뚫어지게 바라보다가, 문득 웃음이 나왔다.
이것이 내가 15년을 사랑한 남편의 진실이었다.
내 생일에 다른 여자와 침대 위에서 뒹굴고 있는 남편.
그때 휴대폰에서 연달아 알림음이 울렸다.
확인해 보니 모두 그 여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글자만 봐도 노골적으로 나를 도발하는 임서현의 표정이 상상됐다.
[하연지, 놀랍지? 아무리 너를 사랑하는 남자라도 참을 수 없는 법이야.]
[나는 네 외모나 학력에는 못 미치지만, 침대 위에서는 자신 있거든.]
임서현의 메시지는 쉴 새 없이 이어졌지만, 나는 이미 읽을 마음이 없어서 캡처만 하고 휴대폰을 껐다.
임서현은 내가 직접 백연우를 위해 고른 비서였다.
1년 전, 백연우와 오래 일한 비서가 그만두면서 그는 새 비서를 뽑으려 했다.
인사팀에서 추린 이력서가 백연우의 손을 거쳐 내게 넘어왔고, 그때 그는 나를 바라보며 온 얼굴에 행복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연지야, 인사팀에서 괜찮다고 추린 사람들이야. 네가 마음에 드는 사람으로 골라 줘.”
나는 어이없어 웃었다.
“당신 비서 뽑는 건데 나더러 결정하라고?”
그러자 백연우가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안 되지. 비서는 나랑 자주 붙어 있을 사람인데, 네가 싫어하는 사람을 어떻게 써?”
백연우는 그렇게 말하며 나를 품에 안았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귀한 보물이라도 안은 것처럼.
결국 백연우의 고집을 이기지 못한 나는 이력서 한 장을 집어 들었다.
“이 사람으로 하자. 꽤 능숙해 보여.”
설마 1년 만에 내가 직접 고른 비서가 연적이 될 줄은 몰랐다.
테이블 위의 케이크는 방의 난방 때문에 이미 조금 녹아 있었고, ‘29’라고 적힌 초는 비뚤게 꽂혀 있었다.
이것은 백연우가 나를 버린 첫 번째 생일이었고, 우리 사이의 마지막 생일이기도 했다.
시계의 분침이 한 바퀴 또 한 바퀴 돌아가는 것을 보면서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한 가닥 기대가 남아 있었다.
‘혹시 돌아올지도 몰라. 그렇게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내 생일을 잊었을 리 없잖아.’
하지만 새벽 3시가 되어도 백연우는 마치 세상에서 사라진 것처럼 문자 한 통, 전화 한 통 없었고, 집에 오지도 않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나는 임서현과의 채팅창을 열었다.
가장 최근에 도착한 사진에는 여자가 온몸에 선명한 흔적이 남은 남자의 가슴을 베고 누워 있었다.
[네 남편 진짜 세다.]
밤새 꽤 격렬했던 모양이다.
그러니 내게 연락할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걸까?
나는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가슴 깊숙한 곳에서 치밀어 오르는 쓰라림을 억눌렀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정성껏 차려놓은 음식들을 모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
한 입도 먹지 않은 케이크까지 함께.
이 모든 것을 끝낸 후, 나는 전화를 걸었다.
“이 대표, 전에 나한테 디자이너로 일해보지 않겠냐고 했잖아. 생각해 봤어. 프랑스행 항공권 좀 준비해 줘.”
이성준의 목소리에는 기쁨이 가득했다.
[드디어 마음이 바뀌었구나! 예전에 네가 은퇴한다고 했을 때 내가 제일 반대했던 거 기억하지? 네 재능을 묻어두면 안 된다고! 아무튼 지금이라도 마음을 바꿔서 다행이야. 항공권은 이미 예약해 뒀어, 앞으로 7일 후야.]
7일 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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