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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김에 잘 살아보자제1화

이 화는 약 3074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내가 다시 태어난 날, 전생과 마찬가지로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배이경이 곁에 있었다.

나는 정신을 차리자마자 배씨 가문으로 파혼을 요구했다.

전생에 정사에 쓰이는 약을 먹고 배이경과 잠자리를 가진 탓에, 우리 둘은 부랴부랴 혼인을 맺었다.

나는 고향에 남아 시부모님을 모시고 자식을 키웠고, 배이경은 J시에 가서 나라를 위해 힘썼다.

우리는 평생 서로를 공경하며 지냈고, 나름대로는 잔잔하고도 행복한 삶이었다.

그러다 예순이 되었을 때, 나는 과로로 병을 얻어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아마도 미련이 남았던 것일까?

죽은 뒤 마지막으로 서방님을 한 번 더 보고 싶었던 것인지, 내 혼은 J시로 향했다.

그러나 내가 본 것은, 배이경의 아내와 자식, 손주들까지 한데 모여 화목하게 사는 모습이었다.

알고 보니, 그에게는 아내가 두 명 있었다.

J시에 있는 여자가 정실 부인이고 자식을 낳았으며, 나와 내 아이들은 그저 이름조차 없는 외실에 불과했다.

* * *

사람이 언제 죽는지는, 본인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다.

나는 내가 곧 죽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내 곁에서는 자식과 손주들이 울음소리를 삼키며 흐느끼고 있었다.

그들은 모두 울음을 참으려 애쓰지만, 눈물은 끝없이 흘러내렸다.

“어머니, 조금만 더 버텨 주세요. 아버지께서 지금쯤 편지를 받으셨을 거예요!”

아들이 울먹이며 애원했다.

“아버지 얼굴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보고 싶지.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눈을 떴다. 그러나 시야에는 창밖에 서 있는 오동나무만 보였다.

저건 내가 배이경에게 시집온 날, 우리 둘이 손수 심었던 오동나무였다. 어느덧 사십 년이 훌쩍 지나, 나도 이제 예순이 되어 백발이 성성해졌다.

돌이켜보면 내 인생은 태어날 땐 꽤나 화려했고, 친정에 문제가 생긴 뒤로도 좋은 인연을 만나 시집갔다.

이제 생이 마감될 시간이 다가왔지만, 나는 전혀 두렵지 않았다. 그저 조금 아쉬울 뿐이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 올리려 했으나, 마치 세상이 나를 붙잡은 듯 끝내 뜨지 않았다.

무거워진 눈꺼풀을 애써 떠 보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다시 감긴 눈을 떴을 때는, 몸이 한결 가벼워진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 자식들은 목놓아 울면서 슬픔에 잠겼지만, 나는 어느새 허공에 둥둥 떠올랐다.

문득 직접 서방님을 보러 가야겠다는 충동이 치밀었다.

마지막으로 그를 딱 한 번만 보고 나면, 원 없이 눈을 감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길도 모르고 무작정 헤매다 보니, 시간이 얼마나 흘렀는지도 모른다.

그러다 마침내 J시 홍문관에 도착했다. 마침 배이경이 내 부고가 적힌 편지를 손에 들고 있는 참이었다.

나는 죽었고, 그도 이미 늙어 있었다. 그런데 그의 침실 안에 왜 또 다른 여자가 앉아 있는 걸까?

“그래도 한 번 가 보시는 게 어때요? 부부였던 인연인데, 마지막 가는 길은 배웅해야죠.”

그 여자의 목소리는 참으로 부드러웠다.

배이경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더니, 왠지 모르게 불편한 기색으로 말했다.

“당신만이 내 진짜 아내예요. 그 여자는 나와 부부라고 할 수도 없지 않소?”

“하지만 그분도 당신을 위해 자식들을 낳았고, 시부모를 모시며 장례까지 치르지 않았나요?”

여자는 배이경의 손을 살포시 토닥였다.

“비록 아들을 낳았어도, 그 여인과 그 아이들은 지금껏 족보에도 오르지 못했잖아요. 그러니 불쌍하기도 해요.”

배이경의 표정은 굳어 있었지만, 목소리는 의외로 부드러웠다.

“내가 알아서 처리할 테니 당신은 마음 놓고 있소.”

그는 손을 뒤집어 노부인의 손을 꼭 감싸 쥐었다.

“Y시는 멀리 떨어져 있으니 내가 돌아갈 때쯤이면 이미 땅에 묻혀 있을 거야. 돌아간들 별 소용이 없지. 게다가 당신도 요 몇 년간 몸이 안 좋았잖소. 내가 어찌 당신을 두고 멀리 갈 수 있겠나.”

여자는 볼이 살짝 붉어졌지만, 더는 말리지 않고 미소 지으며 그의 품에 살포시 기댔다.

바로 그때, 몇 쌍의 중년 부부가 젊은 남녀들을 데리고 들어와 안부를 여쭈었다. 그들은 둘의 자식과 손주들이었다.

허공에 떠 있는 나는, 그들이 한 데 모여 행복하게 웃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곧 가슴 한편에서 천둥처럼 무언가가 울려 퍼지는 기분이 들었다.

배이경이 그동안 J시에서 다른 여인과 자식을 낳아 가정을 꾸리고 있었다니!

그는 분명 나를 아내로 맞이할 수 없다면 그 누구도 아내로 들이지 않겠다고 했었다. 비록 나를 아내로 인정해 줄 순 없어도, 오직 나만을 곁에서 지키겠다고 약속했었다.

그는 자기 마음속에서 나는 이미 아내나 다름없다 했다.

그 한마디 믿고, 나는 Y시에 남아서 시부모님을 모셨다.

시부모님이 나를 미워하고 괴롭혀 몸과 마음이 망가질 대로 망가졌어도, 나는 원망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십 년을 헌신하며 지냈고, 시부모님은 모두 장수하다 세상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 이 꼴은 대체 뭔가?

내가 고향에서 시부모님을 모시는 동안, 그는 J시에서 다른 여자를 품에 안고 즐겁게 살고 있었다니!

두 사람이 서로를 다정하게 기대는 모습을 보자, 분노와 비통함이 한꺼번에 치밀어 올랐다.

그는 날 속이고, 내 평생을 기만한 셈이었다.

두 눈이 핏빛으로 물들고, 마음속에서 격렬한 원망이 타오른다.

‘어째서 나만 평생 소처럼 말처럼 부려 먹히고, 저 사람은 이렇게 한없이 즐거울 수 있단 말인가!’

나는 살기를 가득 안고 배이경에게 곧장 달려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무언가 쇠사슬 같은 것에 꽉 묶여 뒤로 확 끌려 나갔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군. 그래도 내가 제때 왔으니 다행이지.”

저승사자가 이마의 땀을 훔치며, 노려보듯 나를 쏘아봤다.

“네가 멋대로 도망쳐 나와 사람을 해치려 들다니, 이대로 혼이 산산조각 나고 싶나!”

나는 코끝이 시큰해지고, 두 줄의 핏빛 눈물이 흘렀다.

“나는 평생을 고통받고 속임수에 시달렸어요. 억울해서 이대로 못 떠납니다.”

“착하게 산 사람이 왜 이렇게 대가를 받지 못하냐고요!”

내가 필사적으로 버둥대자, 하늘은 삽시간에 어둑해졌다. 결국 저승사자에게 붙들려 염라대왕 앞으로 끌려갔을 때도, 나는 피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염라대왕은 어느새 흉악한 귀신이 되어버린 내 꼴을 한눈에 꿰뚫어 보았다.

“사람 세상의 일은, 사람 세상에서 해결해야 옳지.”

그가 손을 뻗어 내 이마를 가볍게 짚었다.

“참으로 딱한 인생이구나. 다시 한번 기회를 주도록 하마.”

그 순간, 머리 위로 부슬비 같은 빛줄기가 내려왔다.

그 빛은 실오리 같은 빗줄기처럼 내 온몸을 감쌌고, 나는 발밑이 텅 비는 느낌과 함께 아래로 곤두박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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