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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겨울, 늦은 봄제3화

이 화는 약 2913자. 본 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는 3화 미리 읽기 중 마지막 화입니다. 이어지는 제4화부터는 공식 앱에서 읽을 수 있습니다.

안희주는 심장이 너무 아파 오른손으로 가슴을 움켜쥐었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았다.

성서진은 그제야 이상함을 눈치채고 그녀에게 다가왔다.

“희주야, 왜 그래?”

그의 두 눈에 담긴 걱정은 거짓말 같지 않았다. 안희주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그도 당장 따라갈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이렇게나 사랑하면서도 그녀에게 숨긴 게 너무도 많았다.

안희주는 마음을 가라앉히면서 말했다.

“괜찮아요... 갑자기 숨이 잘 쉬어지지 않아서요.”

성서진은 그녀의 가슴팍을 어루만지다가 아무 문제가 없다는 걸 확인하고 나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성서진은 그녀를 웃게 해주려고 재미난 이야기를 계속했다. 하지만 그가 아무리 머리를 쥐어짜고 노력해도 안희주는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안희주는 유리창에 기댄 채 창밖의 풍경을 무표정하게 바라보았다.

“희주야, 혹시 내가 뭐 잘못한 거라도 있어?”

성서진이 조심스럽게 떠보았다.

“없어요.”

안희주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늘 내가 봤던 드라마를 생각하고 있었어요.”

성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는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무슨 드라마인데?”

그녀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성서진을 쳐다보았다.

“남자 주인공이 예전에는 여자 주인공을 엄청 사랑했었는데 나중에 마음이 변했고 여자 주인공한테 숨기는 것도 많더라고요...”

안희주는 그의 미세한 표정 변화도 놓치지 않으려고 빤히 쳐다보았다.

“서진 씨, 나중에 서진 씨도 마음이 변하면...”

“절대 그럴 일이 없어.”

그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성서진은 이 가능성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듯 다급하게 가로챘다.

“희주야, 내가 평생 사랑하는 여자는 너뿐이야. 이 세상 남자들이 다 배신한다고 해도 난 배신하지 않아. 난 네가 없으면 안 돼.”

안희주는 가슴이 아팠다. 그녀가 없으면 안 된다고 했지만 밖에서 다른 여자를 만나고 있었다...

그녀가 뭐라 말하려던 그때 성서진의 휴대전화가 갑자기 울렸다. 그가 망설이다가 끊으려 하자 안희주가 말했다.

“받아요.”

성서진은 그제야 전화를 받았다. 상대가 무슨 말을 했는지 늘 차분하던 그의 표정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부자연스럽게 변해버렸다. 그러고는 침을 꿀꺽 삼키고는 전화를 끊고 안희주를 쳐다보았다.

“희주야,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지금 가봐야 할 것 같은데 집에 택시 타고 가면 안 될까?”

안희주는 따지지 않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차에서 내렸다. 성서진의 마이바흐가 멀리 떠난 후 그녀는 택시를 탔다. 그런데 별장으로 돌아가지 않고 택시 운전기사에게 이렇게 말했다.

“저 앞차 좀 따라가 주세요.”

운전기사는 아무 말 없이 차에 시동을 걸고 따라갔다. 마이바흐가 한 별장 앞에 멈춰 섰다.

멀지 않은 곳에서 토끼 하녀복 차림의 여자가 문을 열었는데 남자가 차에서 내리자마자 웃으면서 달려가 안겼다. 여자는 임유리였고 남자는 성서진이었다.

두 사람은 끌어안자마자 키스하고 난리도 아니었다.

한참 동안 키스를 퍼붓고 나서야 임유리는 거친 숨을 몰아쉬면서 입술을 떼더니 그의 넥타이를 잡아당겼다.

“주인님, 토끼가 놀랄 만한 선물을 준비했는데 볼래요?”

그러고는 손가락 끝으로 성서진의 목젖을 슬쩍 터치했다.

성서진은 침을 꿀꺽 삼키고 임유리의 손을 꽉 잡으면서 욕망을 드러냈다.

“평소에 30분 걸리는 길을 15분 만에 달려왔는데 당연히 봐야지.”

임유리는 가볍게 웃으며 깍지를 끼고 차 쪽으로 걸어갔다.

“그럼 차 안에서 봐요.”

두 사람이 차에 올라탄 후 차가 미세하게 흔들리다가 점점 심해졌다...

안희주가 멀지 않은 차 안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아무도 알지 못했다.

성서진에 대한 환상이 진작 깨졌지만 직접 목격하니 그래도 칼로 심장을 도려내듯 아팠다. 그것도 날카롭고 뾰족한 칼로 말이다. 그녀는 가슴팍을 부여잡고 거친 숨을 몰아쉬었고 눈물이 두 볼을 타고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연애할 때부터 성서진은 그녀를 아주 소중히 다뤘다.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도 참고 건드리지 않았다. 그는 여자에게 처음이 중요하다면서 신혼 첫날밤까지 남겨둬야 완벽하다고 했다.

그렇게 3년의 대시와 3년의 연애 끝에 겨우 신혼 첫날밤까지 버텼다.

그날 밤, 상업계를 주름잡던 성서진은 긴장해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안희주가 옷을 벗자마자 얼굴은 물론이고 귀까지 다 빨개졌다.

성서진은 항상 그녀의 기분을 고려했고 그녀를 소유한 순간 감격하여 눈물까지 흘릴 뻔했다. 그는 그녀의 귓가에 대고 이렇게 속삭였다.

“희주 너 드디어 내 여자가 됐어. 사랑해. 평생 사랑할게.”

그 순간 안희주는 자신이 그에게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느꼈고 성서진보다 그녀를 더 사랑하는 사람은 아마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성서진은 안희주만을 사랑할 것이라고 직접 얘기했었다. 그런데 지금 그 맹세를 직접 깨버렸다.

여자 운전기사는 안희주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한숨을 길게 내쉬면서 휴지를 건넸다.

“남자는 다 똑같아요. 바람피우지 않는 남자는 없다니까요. 나도 그쪽이랑 같은 처지예요. 근데 아이 때문에 이혼하고 싶어도 못 해요...”

자신의 속상한 얘기를 꺼내던 운전기사마저도 울먹거리기 시작했다. 여러 번 말을 잇지 못하다가 계속 말했다.

“속상해하지 말아요. 이미 결혼한 이상 참고 살아야죠. 이번에는 용서하고 못 본 거로 해요.”

안희주는 휴지를 꽉 잡고 갈라진 목소리로 확고하게 말했다.

“아니요. 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성서진, 평생 용서하지 않아.’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성서진이 전에 줬던 선물을 전부 다 꺼냈다. 값어치가 어마어마한 ‘러브 주’까지 다 꺼내고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재산관리인이죠? 이것들을 전부 다 팔아서 여성 협회에 기부하려고요. 이혼하고 싶지만 아이 때문에 못 하거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여성들을 도와주고 싶어요.”

한 시간 만에 물건들을 싹 다 보내고는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절반 정도 정리했을 무렵 성서진이 갑자기 돌아왔다.

비가 쏟아지는데 우산도 쓰지 않아 옷이 흠뻑 젖었다. 그는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그녀에게 달려와 물었다.

“희주야, 러브 주를 왜 팔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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