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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겨울, 늦은 봄제2화

이 화는 약 2636자. 본 사이트에서는 제1~3화를 미리 읽을 수 있습니다.

이튿날 아침, 성서진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안희주에게 모닝 키스를 해주었다.

“희주야, 어제 결혼기념일을 놓쳤으니까 오늘 보충해줄게. 놀이공원 갈까? 전에 가고 싶다고 했잖아.”

별로 관심이 없었던 안희주가 거절하려는데 성서진은 이미 제멋대로 외출할 물건을 챙기더니 옷까지 준비해주었다.

놀이공원에 도착해서도 안희주를 챙기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녀가 입술을 적시는 걸 보고는 바로 물을 먹여주었고 인형을 힐끗거려도 망설임 없이 사다 주었다.

회전목마, 범퍼카, 대관람차까지 전부 다 탔다. 아무리 유치한 놀이기구라도 안희주가 좋아하는 거라면 무조건 함께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놓은 적이 없었다. 안희주가 놓으려고 해도 절대 놓지 않았다. 심지어 풍선까지 사서 그녀의 가방에 걸어주며 웃으면서 말했다.

“희주야, 이러면 평생 널 잃어버릴 일이 없어.”

‘잃어버릴 일이 없다고? 근데 내가 이번에 가려는 곳은 아마 평생 찾지 못할 거야. 넌 날 진작 잃어버렸어.’

선남선녀의 알콩달콩한 모습은 놀이공원의 수많은 여행객들의 이목을 끓었고 두 사람을 알아본 사람도 있었다.

“성서진 대표님이랑 사모님 아니야? 여기서 실물을 영접하다니. 두 분 사이가 너무 좋아 보여.”

한 여자가 흥분한 얼굴로 폴짝폴짝 뛰면서 남자 친구를 끌고 안희주의 앞으로 다가왔다.

“저기... 사진 같이 찍어도 될까요? 저희 두 분 팬이거든요. 엄청 응원하고 있어요.”

안희주는 신나서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여자에게 실망을 줄 수 없어 알겠다고 했다.

성서진은 사진 찍기 싫어했지만 안희주의 뜻을 따랐다.

찰칵.

사진을 다 찍은 후 커플이 흥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분 사이가 참 좋은 것 같아서 너무 부러워요. 계속 이대로 쭉 행복하셔야 해요.”

성서진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옆에 서 있는 안희주가 지금까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했다. 왜냐하면 두 사람에게 앞날이 없다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까.

점심을 먹는 사이에 성서진은 자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았다. 그러다가 안희주의 눈빛을 알아채고는 재빨리 미안해하며 달랬다.

“미안해, 희주야. 급하게 처리해야 하는 일이 있어서 그래. 먼저 먹고 있어. 이것만 처리하고 다시 놀아줄게.”

하지만 그의 휴대전화 화면에 라이브 방송의 별풍선이 스치는 걸 보았다. 분명 라이브 방송을 보면서 일을 처리하고 있다고 거짓말했다.

안희주는 코웃음을 치고는 임유리의 라이브 방송에 들어갔다.

임유리는 존재감이 없는 인플루언서다. 얼마 전에 성서진은 그녀와 계약하고 ‘러브 주’의 홍보모델까지 시켜주었다.

모든 사람들이 임유리의 뒤에 스폰서가 있는 건 아닌지 추측하긴 했지만 그 스폰서가 바로 성서진이라는 건 아무도 몰랐다.

그 시각 임유리는 놀이공원 대문 앞에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휴대전화를 들고 시청자들에게 우쭐거리며 자랑했다.

“봐요. 여긴 제 남자 친구가 저한테 선물한 놀이공원인데 와서 저의 이름을 대면 할인해주니까 많이 놀러 오세요.”

그녀의 말에 안희주는 휴대전화를 꽉 쥐었고 손이 얼음장같이 차가워졌다.

‘날 데리고 온 이 놀이공원이 임유리한테 선물한 놀이공원이라고?’

댓글 창에 의심의 목소리가 커졌다.

[허세 부리지 말아요. 이름도 없는 인플루언서가 무슨 재주로 재벌을 만나요?]

[사람들의 이목을 끌려고 이러는 거겠죠. 증거도 없으면서. 나도 놀이공원 문 앞에 서서 놀이공원이 내 거라고 큰소리칠 수 있어요.]

[뜨고 싶어서 제정신이 아닌가 봐요. 놀이공원이 몇백억인지 알기나 알아요?]

...

임유리는 억울한 듯 입술을 깨물었다.

“거짓말 아니에요. 봐봐요. 여기 저의 이름이 적혀있잖아요.”

그러더니 가방에서 등기등본을 꺼내 보여주었다. 위에 임유리의 이름이 정확하게 적혀있었다. 그 순간 라이브 방송이 난리가 났고 사람들도 매우 부러워했다.

[무식한 건 나였네요. 오늘 드디어 진짜 재벌이 어떤지 알았어요.]

[놀이공원을 선물하다니, 스케일이 장난이 아닌데요? 아내를 목숨보다 더 사랑하는 성서진 대표님과 막상막하예요.]

[남자는 사랑하는 여자한테 돈을 아끼지 않는다던데. 난 왜 이런 좋은 남자를 만나지 못했을까요?]

[왜냐하면 이 세상에 좋은 남자는 딱 두 사람뿐이니까요. 한 사람은 성서진 대표님이고 한 사람은 임유리 씨의 남자 친구예요. 자, 사모님에 대한 성 대표님의 사랑이 더 큰지, 임유리 씨에 대한 임유리 씨 남자 친구의 사랑이 더 큰지 투표해볼까요? 전자라면 1, 후자라면 2를 써주세요.]

댓글 창에 온통 숫자 1뿐이었다. 어쨌거나 성서진이 와이프를 끔찍이도 아끼는 거로 소문이 자자하니까. 돈은 물론이고 하마터면 목숨까지 잃을 뻔했다.

그때 ‘유리 사랑’이라는 아이디가 갑자기 나타나더니 한꺼번에 많은 별풍선을 쐈다. 화면 가득한 별풍선에 사람들은 입을 떡 벌렸다.

별풍선 덕에 임유리의 라이브 방송 시청자 수가 십여만 명에서 순식간에 수천만 명으로 늘어났다. 그리고 화면에 이런 글이 반짝였다.

[당연히 유리에 대한 나의 사랑이 더 크죠.]

라이브 방송이 발칵 뒤집혔고 댓글 창이 폭발했다.

[남자 친구가 나타났어요. 대박!]

임유리는 그의 사랑에 우쭐거리면서 웃었다.

“봐요. 남자 친구가 날 엄청 사랑한다고 했죠?”

안희주는 휴대전화를 꽉 잡고 손을 부들부들 떨었다. 고개를 들자마자 성서진의 입가에 새어 나온 미소와 사랑 가득한 눈빛을 보게 되었다.

‘유리 사랑’이라는 사람이 바로 성서진이었다.

누군가가 심장을 꽉 조인 것처럼 아팠고 그 고통은 한동안 가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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